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굵직한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사가 있다. 바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다. 4월 재보선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그가 ‘황당공약’을 들고 나타났다. 이미 허 대표는 1997년 15대 대선과 2007년 17대 대선에 도전한 바 있고 2020년 21대 총선 때 국가혁명배당금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금배지를 노린바 있다. 

허 대표는 국가가 연애·결혼·출산을 일정 부분 책임지는 ‘3대 공영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요. 미혼 남녀에 다달이 20만원의 연애 수당을 지급하고, 결혼하는 신혼 부부에게 총 3억원에 이르는 자금 지원을, 아이를 낳으면 5,000만원의 출생 수당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문제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허경영식 황당 공약이 재차 주목 받고 있다. 

올해 초 정부와 여당 주요 인사들이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자 야당에선 “전 국민에게 1억원씩 뿌리겠다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히면서 민주당 역시 속도 조절에 나섰으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도민에 1인당 10만 원씩의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민의힘 잠룡중 한 명인 유승민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지사의 정책은 더불어민주당보다 정의당이나 (허경영의) 국가혁명당에 가깝다”며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제외하고는 주요 세금을 얼마나 올리겠다는 건지 설명이 없으니 국가혁명당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지사의 평소 주장을 보면 모든 정책이 돈 풀기"라며 "여기에 얼마나 재정이 필요한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허경영 대표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지급을 주장하자 “어설프게 나를 따라하지 말고 그냥 허경영을 대통령 시켜라”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잊혀져가던 허 대표가 다시 소환됐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간 설전중에 나왔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오신환 전 의원이 경쟁 상대인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오 전 의원은 “나 후보가 황당한 공약을 했다”며 “재산세·종부세·양도세를 감세하겠다면서 동시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는 신혼부부에게 1억1,7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충 계산해도 5조원은 족히 소요될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셈인가”라며 “황당한 포퓰리즘 공약이다. 나경원인가 나경영인가”라고 비꼬았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장에 나선 박영선 출마자는 소상공인지원·서울사랑상품권 각 1조, 우상호 출마자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100만원, 안철수 대표 역시 손주 수당 최대 40만원까지 현금성 복지공약 난무하고 있다. 

여여 잠룡 모두 ‘허경영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허 대표의 공약은 그야말로 허무개그 그 자체다. 허 대표는 해당 정책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할지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설명한다는 게 국회의원과 보좌관 월급을 없애서 재원을 메꾸겠다는 식이다. 결국 나랏빚만 는다. 

더 위험한 것은 자칫 정치 혐오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저 지나가다 인기용으로 ‘툭’ 던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한 말중 공감가는 말은 있다. “여야 다 찍어봤지만 도통 생활이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소한 현실 정치인들은 특히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은 허 대표의 ‘허무 공약’보다 현실적이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공약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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