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년 대선이 약 1년 앞둔 상황에서 호남 민심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다. 호남의 선택을 받아야 민주당의 대선 주자가 될 수 있고, 본선에서도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광주에서 발원한 노풍(盧風)’을 타고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이전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키는데 사력을 다했다. 대권 시계가 종착점을 향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 대선주자들의 호남을 잡기 위한 혈투도 본격화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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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선주자 지지율 요동, ··모두 호남에 구애전 치열 
- 이재명 강세 흐름 타고 있지만, 호남 출신 제3후보가 변수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호남 민심은 그동안 전남도지사를 지낸 전남 영광군 출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해왔다. 이낙연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하자 정치권에서는 호남 대망론이 거론됐다. 이 대표가 이번에는 호남 대선후보 필패론을 불식시키고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국적 지지율은 물론이고 호남에서까지 이낙연 대표 우위 흐름이 깨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호남 민심은 누구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호남서 이낙연 강세 꺾이고 이재명 상승세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실시한 21주차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다음번 정치 지도자, 즉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재명 지사 (27%)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이낙연 대표(10%), 윤석열 검찰총장(9%) 순으로 나타났다. 호남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32%를 얻어 29%의 지지를 받은 이낙연 대표를 앞질렀다.

같은 기관의 지난해 112주차(10~12) 조사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37%를 획득해 21%를 얻은 이재명 지사를 여유있게 따돌렸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호남 민심을 쟁취하기 위한 여권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지사 신분임에도 최근 광주·전남지역 방송에 출연해 재난지원금과 부동산 정책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민주당의 뿌리는 호남이고 거기 더해서 대한민국의 민주 진영 개혁 진영의 중심도 역시 호남이라고 호남을 치켜세웠다. 이 지사는 또 선거 공학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호남 여러분들이 매우 공리적 판단을 또 국지적 판단이 아니라 전국적 판단을 매우 잘하시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세력들 방향을 정해 오셨기 때문에, 결국은 호남이 정하는 대로 대체적으로 결정 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이 지사는 지난 1월 말에는 광주를 찾아 비공개로 5·18 묘지를 참배하고 유가족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5·18 묘지를 참배하며 작성한 방명록에 나의 사회적 어머니 광주 언제나 가슴 속에 있습니다라며 5·18 정신을 기렸다.

이낙연 대표는 101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찾아 나주 한전공대 부지를 방문해 지역 현안에 대한 입법 의지를 밝히고 민생 현장도 찾는다. 이는 당 대표로서의 행보이기도 하지만 대권주자로서 호남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역풍이 불자 지난달 18일에도 광주를 방문해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 이낙연 대표는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에 들러 상인들을 만나 민심을 청취했고 5·18묘지도 참배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들렀던 국밥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0일 광주를 방문하면서 호남 민심을 겨냥한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광주시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오후에는 지역 역점 사업인 빛고을 에코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식에 참석했고 양동시장과 광주형 일자리 회사인 광주 글로벌모터스도 방문했다. 정 총리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요 현안과 관련된 입장도 밝힐 방침이다.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인 친노원조인 이광재 의원도 지난달 28일 광주를 방문해 광주 그린뉴딜 추진 상황을 살피고 지역 언론사와 인터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kbc 광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자격과 역량이 있는지 돌아보며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라고 대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박용진 의원도 지난달 2021일 광주를 방문해 지역 창업가, 언론인 등과 만났다. 박 의원은 지난달 20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나 “47일 보궐선거 승리 이후 본격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대권 도전 선언을 하고 정책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호남지역에서는 잠룡들의 지지 모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낙연은 변함없는 사람입니다-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토로 한 전북정의평화포럼과 민주당 NY플랫폼 IN전북이 이낙연 대표 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출범한 기본소득국민운동전북본부는 이재명 지사의 조직으로 분류된다. 정세균 총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북국민시대도 지난 6일 출범했다.

호남 정가는 지금 '황금분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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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에서 대선주자 지지율이 변동하면서 호남 정가도 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이 특보단장을 맡아 이낙연 대표를 적극 돕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2일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공개적으로 이재명 지사 지지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현재 시대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지금 상황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더 적합하다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이야기하면서 미련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호남지역 민주당 국회의원 가운데 한병도, 신영대 의원 등이 이낙연 대표를 지지하고 김윤덕, 민형배 의원 등은 이재명 지사를, 김성주, 안호영 의원 등은 정세균 총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관규 전 순천시장도 이재명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노 전 시장은 최근 자신의 지지자들의 모임인 네이버 밴드 노관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이 지사 지지 글을 올렸다.

대권을 앞두고 이처럼 호남 지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선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왔던 호남 민심이 결국 누구를 향하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는 이낙연 대표의 일방적 우위가 꺾이고 이재명 지사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호남지역 제3의 후보 출연에 따라 다시 지지율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전북 진안군 출신인 정세균 총리가 출마 채비를 하고 있고 전남 장흥군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정세균 총리는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제와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견제구를 날렸다.

임종석 전 실장도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재명 상승세 탔지만 결과는 '예측불허'

임 전 실장은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기본소득 구상을 비판한 이낙연 대표를 겨냥해 날을 세운 것에 대해서도 그분은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라면서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쏘아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지지율로 호남의 민심 향배를 판정하기는 힘들고 호남 민심이 대선때까지 관망하며 본선 경쟁력이 높은 주자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 정가에서 활동해온 한 인사는 10현안에 대응하는 스탠스의 차이 때문에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등락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호남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시간이 흐르고 나서 항상 그래왔듯이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겠나라며 정세균 총리의 경우는 자신을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하기도 하고 지지율이 답보 상태이지만 총리직에서 내려와 대선에 뛰어들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호남에서는 이낙연이라는 가치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가치를 더 크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이재명 지사가 호남에서 치고 올라가는 이유는 단순하게 이재명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이낙연을 내세워서 정권 재창출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호남이 가장 먼저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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