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서울·부산 시장 판도는...

투표 [뉴시스]
투표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오는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의 결과는 여야의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이번 재보선이 ‘미니대선’, ‘대선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부산의 인구만 합쳐도 1300만 명이 넘기도 하지만 ‘정권심판’이냐 ‘국정안정’이냐를 놓고 겨루는 이번 재보선의 성격이 주는 의미도 크다. 그러나 여야 모두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어느 한쪽이 완승, 완패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에 따른 전망은 다양할 것이다. 일요서울은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른 향후 정국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여야, 패배 정당 ‘정계 개편’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180석의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검찰문제, 부동산 정책실패, 코로나19 재확산 및 백신 늑장 대응논란, 경제실정 등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현재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은 궁극적으로 민주당 소속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과 오거돈 전 부상시장의 성추문 의혹으로 치러지게 됐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9일 자신의 비서가 집무실 등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전 시장을 고소하자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뒤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 전 시장에 이어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23일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이런 잘못을 안고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밝히며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을 사퇴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재작년 10월5일 자신에 대한 성추행 논란이 일자 SNS에 “불법 선거자금과 미투 등 황당한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소도 웃을 가짜 뉴스, 모조리 처벌하겠다”며 “가짜뉴스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를 만들어 내는 참 무서운 것이다.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자 개인에 대한 인격살인,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형사상 고발에서부터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혹에 대한 오 전 시장의 반박은 적반하장 격이 되고 말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 시장 자리가 공석이 되며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이 소속됐던 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또한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해당 당헌을 규정한 것은 당시 당대표인 문재인 대통령이어서 민주당으로선 서울·부산 재보선에서 후보를 낼 경우 여론의 질타와 야당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재보선 후보 추천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두고 전 당원 투표를 결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해 10월29일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며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부정부패 등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을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헌에 따르면 우리 당은 2곳 보선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에 대해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들은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10월31일과 11월1일에 걸쳐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86.64%의 당원들이 당헌 개정과 공천에 찬성했다”며 지난해 11월2일 “내년 재·보궐 선거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헌 개정까지 강행하며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이번 재보선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레임덕과 내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한편,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민주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지난 8일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8세 이상 2천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6.3%포인트 상승한 35.2%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7.8%포인트 하락한 25.7%를 나타냈다. 이로써 양당의 서울지역 지지율 격차는 9.5%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를 벗어났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4.0%포인트 상승한 39.6%, 민주당 지지율은 9.3%포인트 하락한 24.4%를 각각 나타냈다. 지지율 격차는 1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전국 지지율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국민의힘은 2.1%포인트 상승한 31.8%, 민주당은 1.5%포인트 하락한 30.9%로 각각 집계됐다. 그밖에 국민의당 6.5%, 열린민주당 6.2%, 정의당 4.8% 순이었다. 리얼미터는 여권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추진,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해명 등이 여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일주일 전보다 3.2%포인트 하락한 39.3%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5%포인트 오른 56.3%다. 모름·무응답은 4.4%다. 긍·부정 평가간 차이는 17.0%포인트로 오차 범위 밖이다. 긍정 평가는 호남(8.4%포인트↑), 60대(2.7%포인트↑), 열린민주당 지지층(10.3%포인트↑)에서 증가했고 부정 평가는 서울(14.2%포인트↑)·PK(10.0%포인트↑), 여성(6.7%포인트↑), 20대(9.6%포인트↑)에서 늘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민주당을 앞서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앞서고 있지만 이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패배한 김종인 위원장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뚜렷한 비전과 정책을 내세우거나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낸 게 아니라는 점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두고 통합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대선을 포기하고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제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하셨지만, 저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국민들게 말씀드리고, 중도실용 정치로 합리적 변화와 개혁을 실현하자 했다”며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안 대표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며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보수야권단일 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이끌고 호남을 중심으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속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며 침체에 빠져 있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존재감이 갈수로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 그가 서울시장 재보선을 정치적 반등의 계기로 삼고 자신의 기반을 다시 공공하게 다져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됐다. 

여야 모두 서울·부산 어느 지역에서도 일방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승패의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은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민주, 서울·부산 2승시 정국전개 시나리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서울·부산 시장 재보선은 내년 대선의 바로미터이다. 서울과 부산의 유권자를 합친 수가 전체 4400만 유권자 중 1300만 명으로 4분의 1을 웃돌기도 하지만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를 맞는 시점에서 ‘국정안정’과 ‘정권심판’을 가르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당이 서울·부산 시장 재보선을 완승했다고 가정할 경우 여당으로선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의 발판을 다진 셈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입장에선  대선 후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지지율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사태의혹’과 ‘검찰개혁’ 논란이 사그라지며 기존에 추진하던 경제 및 부동산 정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완패한 야권으로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서울·부산 재보선 완패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론은 단일화 여부와 관계없이 그동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이끈 김 비대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 체제가 타겟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 체제가 무너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전당대회가 열리고 새로 출범된 지도부는 내년 대선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에서 주목받는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에 인물영입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이다. 

 

#국힘, 서울·부산 2승시 정국전개 시나리오

반대로 국민의힘이 서울·부산 시장 재보선에서 완승을 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탈환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내에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가운데 재보선에서 완승한 국민의힘은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지역에서 당선된 시장을 중심으로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모일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그동안 뚜렷한 대안과 인물을 내세우지 못해 야권에서 비판 받았지만 재보선 완승을 계기로 내년 대선까지 비대위 체제가 다른 방식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완패한 정부·여당은 레임덕과 정계개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 전반에 있어 탄력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며 최근 벌어진 ‘원전사태의혹’과 ‘검찰개혁’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민주당 내에선 친문의 등살에 기를 못 펴고 있는 개혁파, 소신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쇄신을 주장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리고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여권의 후보들이 정부와 거리두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차기 대선을 야당에 뺏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엄경영 “서울지역이 내년 대선의 바로미터 될 것”

이번 4월 재보선에서 여야는 서울, 부산지역 모두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의 바로미터로 본다면 부산보단 서울이 여야의 사활을 건 승부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서울이 지난 8일 만난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하기 위해선 부산보다 서울이 중요하다”며 “부산은 선거 지형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 보수야권의 텃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야만 내년 대선의 가능성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부산은 승패의 여부를 떠나 어떻게 지느냐가 포인트가 될 것같다”고 분석했다. 결국 서울이 내년 대선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9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총선당시 확인된 정치지형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민주당은 서울만 이기고 부산을 지더라도 본전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대선의 바로미터는 서울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여야 모두 서울시장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국힘 부분 승패시 정국전개 시나리오

민주당이 만약 서울에서 이기고 부산에서 패한다면 앞서 언급한 여권 관계자 말에 비추어 봤을 때 크게 손해 본 결과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정부·여당에 불리한 여론이 팽배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텃밭인 부산만 탈환한다면 앞서 언급한 정계개편의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이기고도 부산에서 패할 경우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후보에 대한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기대감이 모아질 것이고 텃밭인 부산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론이 불거져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오는 4월 재보선은 여론은 국민의힘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만큼 결과에 있어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서울, 부산 지역 전부를 탈환하지 못한다면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내년 대선과 직결된 이번 재보선을 놓칠 수 없는 형국이다. 특히 서울 지역이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만큼 앞으로 여야가 승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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