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허경영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와 전국민 재난지원급 지급 등 보편복지 바람이 불면서 여야 모두 유권자 표심 공략을 위해 과도한 포퓰리즘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재원대책 마련이나 재정건전성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여야 유력 후보들은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현금성 복지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때문에 지나치게 장밋빛 복지공약을 내놓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허경영 따라잡기라는 빈축마저 나올 지경이다. 오죽하면 인터넷 공간에서는 대한민국 복지공약의 원조는 허경영이라는 비아냥조의 찬사마저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 또한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가 커지면서 서울시장 보선전이 지나치게 희화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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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이상 서울시민 150만원 지급, 결혼수당 1억원.주택자금 2억원, 미혼 월 20만원 
- 여야 출마자 퍼주기 복지공약 남발 '허경영 따라잡기' 비판 가속화 될 듯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는 한국정치의 이단아다. 지난 2007년 대선에 출마해 연애, 결혼, 출산 때 거액 지급을 공약하면서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예능인이나 방송인으로도 활약하면서 현실정치와는 다소 거리를 뒀다. 최근 서울시장 보선전에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만 최근에 여야 후보들의 포퓰리즘적 공약 경쟁이 가열화되면서 또다시 서울시장 보선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서울시장 보선까지는 남은 기간은 약 2개월이다. 서울시장을 노리는 여야 유력 후보들이야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지만 지나친 퍼주기 공약에 대해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 여야 내부의 경선 과정은 물론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를 거쳐 본선까지 포퓰리즘성 공방이 가열될수록 허경영 따라잡기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나경원·오신환 설전 박영선 가세서울시장 보선에 허경영등장

서울시장 보선에 허경영 대표를 소환된 것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선 주자인 나경원·오신환 예비후보간 설전의 여파다. 여기에다 민주당 유력주자인 박영선 전 장관마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야권 1위 주자를 향한 전방위적 공세가 강화되자 나 후보는 급기야 미래세대를 위해서 나경영이 돼도 좋다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발단은 나경원 후보의 1억원대 부동산 대출이자 지원 공약에 대한 오신환 후보의 저격이었다. 나 후보 공약은 평당 1천만원대 분양가의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청년이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으면 초기 대출이자를 3년간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나 후보는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극심한 주택난은 물론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 수준의 공략이라는 게 나 후보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확한 계산과 현장형 정책 모델 설계, 재정 여건에 대한 분석을 거친 준비된 공약이라는 점고 강조했다.

다만 같은당 오신환 후보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나 후보의 공약이 결혼하면 1억원을 공약한 허경영 후보와 유사하다면서 평가절하한 것이다. 오 후보는 얼핏 들으면 황당하고 자세히 보면 이상한 공약이라고 비판하면서 대충 계산해도 5조원은 족히 소요될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셈인가. 나경원인가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인가라고 비꼬았다.

나 후보는 오 후보의 비판에 공약이행을 위한 연간 3600억원의 고정지출은 서울시 전체 예산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라면서 임기 2기에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해드릴 것이다. 주거복지의 나이팅게일이 되겠다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이어 비판은 할지언정 비난은 삼가야 한다. 지적은 좋지만, 조롱은 옳지 않다경쟁하는 과정에도 우리는 품격과 원팀 정신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오세훈 전 시장도 뛰어들었다. 오 전 시장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은 서울시나 중앙정부 소유 토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나 후보가 실무를 잘 모르니까 그런 현실성 없는 공약이 나오는 것이다. 헛공약이자 지나친 인기영합주의라고 꼬집었다. 야권 내부경쟁이 지나친 네거티브로 흐르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나서 경선 과정에서 각자가 하는 도리가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하면서 경쟁하는 게 옳지 않나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야권의 자중지란에 여권도 뛰어들었다. 박영선 전 장관은 나 후보의 공약과 관련, “돈을 준다고 출산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출산의 기본 가치는 행복이라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무 근거 없이 마구 국가가 돈을 퍼주는 것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꼬집었다. 나 후보는 즉각 반발하며 역공에 나섰다. 나 후보는 박영선 후보님, 달나라 시장이 되시려고 합니까?”라고 반문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2018~20203년간 쏟아부은 저출산 예산만 무려 96조원이 넘는다. 그 돈 잘 썼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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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방 허경영 기세 등등선거전 허경영 따라잡기무리수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 허경영 대표는 톡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과거 2007년 대선에도 출마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잦은 기행으로 더 알려져있는 인사다. 특히 지난해 421대 총선을 앞두고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만들어서 전국민 매달 150만원씩 배당금 지급 결혼수당 1억원 출산수당 5000만원 등 파격적인 복지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 역시 다르지 않다. 미혼자에게 매월 20만원 연애수당 지급 통일부와 여성부 삭제 및 결혼부 신설 결혼수당 1억원, 주택자금 2억원을 무이자 지원 등 결혼공영제 18세 이상 서울시민 150만원 지급 등을 내걸었다. 기성 정치권에서 수용하기 힘든 파격 공약이다. 일반 여론 역시 허 대표의 공약을 가벼운 우스개로 여기는 현실이지만 선거가 급한 여야 정치권이 사실상 벤치마킹에 나선 셈이다.

여야 정치권의 공방을 지켜본 허경영 대표는 기세등등했다. 여야 공방이 거칠어질수록 허 대표의 몸값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허 대표 역시 여야 공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허 대표는 나의 길목전법에 걸려든 겁니다 허허허~”라며 이제야 다른 정치인들은 따라하려고 용쓰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이 허경영의 가장 큰 홍보요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파격적인 복지공약의 원조가 본인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는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기본소득 도입 논의 등의 이슈와 관련해 본인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여야 정치권은 허경영 대표의 황당 공약을 비판하면서도 따라잡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내가 하면 서울시민을 위한 재원마련이 가능한 복지공약이고 남이 하면 허경영식 황당 공약이라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허경영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전뿐만 아니라 유력 차기주자들의 설전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야권 차기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개 저격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로 상징되는 이 지사의 핵심 정책과 관련, “이재명 지사의 정책은 민주당보다 정의당이나 (허경영 총재의) 국가혁명당에 가깝다고 꼬집은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이 지사의 기본소득 도입 주장과 관련, “가짜 약장수 같다이는 소득주도성장의 허경영식 선동판이라고 맹비난했다. 결과적으로 여야의 복지정책 경쟁이 가열될수록 허 대표가 기성 정치권에 소환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셈이다.

여야 후보들의 파격 복지공약은 따지고 보면 오십보 백보 수준이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보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현금성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복지공약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대표적 난제인 부동산공약 역시 현실성이 부족한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100만원 긴급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박영선 전 장관 역시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어 평당 1000만원 반값 아파트제공을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손주 1인당 20만원 최대 40만원을 지급하는 손주돌봄수당도입을 약속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스마트워치 지급을 내걸었다. 오신환 후보는 저소득 청년들에게 매월 최대 545000원을 기초생계비로 지급하는 청년소득 플러스정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영업손실 보상을 위해 최대 50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여야 현금성 복지공약 남발 허경영 따라잡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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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은 정치적으로 보면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다. 여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대격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무공천 당헌을 뒤집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야권 역시 차기 대권직행을 선언했던 인사들이 유턴하는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경연장이 됐다. 다만 경제적으로 살펴보면 유권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가장 나쁠 때 치러지는 선거라는 특성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 상황이 1년여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서 IMF 외환위기 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위기에서 치러진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들기 위해 현금성 복지공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여권은 보편복지, 야권은 선별복지에 무게를 둔다는 정치권의 오랜 속설도 사실상 무너졌다.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보수야권이 오히려 더 현금성 복지공약 살포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마저 나올 정오다. 당시 야권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사실상 매표행위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허경영 따라잡기라는 빈축 속에서도 여야의 현금성 복지공약 전쟁을 선거전이 다가올수록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야 모두 선거용 퍼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단 선거전 승리를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전문가는 지난해 421대 총선 당시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를 이끈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었다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보편복지를 이미 체험했던 유권자 공략을 위해 여야 모두 다소 무리수를 두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여야 후보간 공방이나 TV토론 등을 통해 현금성 복지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재원마련 대책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면서 단순히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과도한 퍼주기 공약은 냉정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선거에서 플러스가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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