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있는 지금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부분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0%를 넘어선 조사도 나오고 있고, 2위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에서 형성되고 있는 등 이재명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그를 차기 대통령 감으로 보고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듯하다. 여론조사는 그저 여론조사일 뿐이다.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로 후보가 되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어 2위에 오른 사람은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였고, 3위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었다.

1위는 대통령이 되어서 다시는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수 없고, 2위는 미투 사건으로 스스로 정치생명을 단절하였으니 3위였던 이재명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1위를 차지하기까지 4년이나 걸렸다는 게 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내 부정적인 시선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약간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생길 정도다.

그래서인지 요 며칠 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탈당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는 1위 후보가 굳이 자신의 정당을 탈당할 이유가 있겠냐고 적극적으로 부정했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니 온전하게 그의 말을 믿을 필요는 없다.

이 시점에서 그의 탈당설이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친문 주류에서 그에 대한 충성심을 테스트 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음이요, 다른 하나는 그들이 스스로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시그널을 친문 주류에게 경고한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즉, 그의 탈당설은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나 언제든지 그가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이다.

설 연휴가 시작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예년같이 가족, 친지, 친구들이 모여서 설날 밥상머리 정치얘기가 무르익지 않을지는 몰라도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1위로 올라선 이재명 경기지사로서는 뭔가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4년 전만 해도 반문의 선봉장이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 윤석열 사태, 코로나 19, 대북정책의 답보 등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현실이며 진행 중이다. 이러한 레임덕의 진행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다.

친문진영의 제3후보로 주목받고 있던 정세균 국무총리는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6~8일 간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5.1%를 기록하며 친문진영의 제3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장은 이낙연 대표가 급해 보이지만 더욱 긴장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제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의 말대로 제3의 후보가 이낙연 대표의 대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재명과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누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강한 후보인지 그는 동물적 감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쉬운 선택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선후보가 되는 어떠한 장애도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정당과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 조직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탈당의 파괴력이 가장 클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지만 그의 대선가도가 탄탄대로가 되는 길은 친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반문 선봉장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친문 적자는 안 되더라도 친문 양자 정도는 되어야 한다. 친문 서자는 이미 친문이 아니다. 그가 파죽지세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좌충우돌 이재명에서 한숨 고르는 정치력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설 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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