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자기 휘하의 임성근 부산 고법 부장판사를 상대로 거짓말했다. 그의 거짓말은 임 판사의 녹취록을 통해 들통났다. 임 판사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끝났고 1심 재판에서 세월호 재판 개입 혐의도 무죄 판결 받았다.

이어 그는 담낭 제거수술을 받아 건강 상태마저 나빠지자 김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냈다. 그러나 임 판사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작년 5월22일 임 판사의 사표를 거부하며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임 판사에게)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며 거절했다. 김 대법원장은 “문제는 탄핵이라는 것이 걸려 있으니까 그렇지” 라며 임 판사에게 탄핵을 먼저 받으라는 말을 ‘툭 까놓고’ 했다.

임 판사는 사표 요구서를 제출했을 때 김 대법원장이 탄핵부터 받으라며 거절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김 대법원장은 임 판사와의 대화가 녹음된 줄 모르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뗐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대법원장 국회 임명 동의안 표결 때 임 판사에게 야당 의원들에게 찬성토록 권유해 달라고 부탁했고 임 판사가 그렇게 하자 후에 그에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례까지 했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자기를 도와준 임 판사를 탄핵으로 몰아넣기 위해 사표를 냉혹하게 거절했다. 임 판사는 1월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탄핵 당했다. 김 대법원장은 보호해야 할 부하를 집권 세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희생시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말 대로 “후배의 목을 권력의 뇌물로 바친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무려 100명 넘는 판사를 검찰조사로 넘겼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후배를 탄핵 굴로 떠밀기까지 했다”고 꾸짖었다.

김 대법원장은 당연히 사법부의 신뢰를 추락시켰으며 인격적 파산을 자초한 거짓말에 책임지고 스스로 사퇴했어야 옳다. 그러나 그는 야당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잘 해 보겠다”며 거부했다.

그는 사법부의 명예를 두 번 실추시켰다. 거짓말로 한 번, 사퇴 거부로 두 번 그랬다.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는 “대법원장님 사퇴 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한변호사협의회의 전 회장 8명과 많은 법대 교수들도 사퇴를 촉구했다.

더욱 국민들을 분노케 한 건 집권 세력의 김 대법원장 거짓말 감싸기 작태이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대법원장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녹취록을 공개한 임 판사는 인성이나 인격도 탄핵 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성이나 인격도 탄핵 감’은 임 판사가 아니다. 거짓말했고 ‘후배의 목을 권력의 뇌물로 바친’ 대법원장이다. 만약 임 판사가 대화를 녹취하지 않았다면 김 대법원장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잡아뗀 대로 임 판사는 도리어 허위 유포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고 김명수의 거짓말은 영원이 묻힐 뻔했다.

임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입만 열면 거짓말 한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그를 불신했던 터였으므로 대화를 녹음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당사자 간의 대화녹음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민사상 손해청구 대상이 될 수는 있다.

민주당 측은 “대법원장이 삼권분립을 존중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며 변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삼권분립을 포기했고 ‘정권의 하수인’ 노릇했다.

집권 세력의 대법원장 비호는 조직 보호를 위해 편싸움 벌이는 조폭을 연상케 한다. 집권 세력 측은 김명수 감싸기 대신 즉시 탄핵을 촉구했어야 했다. 그들은 거짓말하며 ‘후배의 목을 권력의 뇌물로 바친’ 대법원장을 옹호함으로써 1년여 남은 통치력과 신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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