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를 비롯한 파평 윤씨의 후손들은 같은 마을에 살면서 일가친척들과 함께 종중 땅에서 조상의 제사를 지내왔다. 그런데 그 종중은 종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오래 전부터 대대로 종원의 일원인 B씨, C씨 명의로 명의 신탁하였다. 그런데 B씨와 C씨는 갑자기 그 땅이 사실은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종중 땅을 모두 제3자인 D씨에게 매도하여 버렸다. 이 경우 A씨를 비롯한 다른 종원들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어떠한 민· 형사상 소송이 가능할까?
 
가. 종종과 의미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후손들에 의하여 선조의 분묘수호 및 봉제사와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단체이다. 종중은 공동시조의 후손 중 20세 이상 성인 남자와 여자를 종중원으로 하는 자연발생적 단체이므로 임의로 종중원의 구성을 바꿀 수 없다.

과거에는 관습법으로 공동선조의 자손 중 성년의 남자만이 종원의 자격으로 인정되었고 판례도 그와 같이 판시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를 변경하여 이제는 공동 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종중은 종중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별도로 설립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비법인 사단으로서의 단체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실제 명칭은 각양각색이다. 종회, 종중, 문중, 종친회, 화수회 등 필요에 따라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종중의 실체를 갖추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종중인지 단순한 친목단체인지 따지게 된다. 하지만 명칭이 어떤 것이든, 공동 선조로 하는 후손들로 구성되어 선조의 분묘수호, 제사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라면 종중으로서의 보호를 받게 된다.
 
나. 종중의 당사자능력 문제 (단체성 구비요건)

이러한 종중 관련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듯 자연발생적인 단체인 종중을 어떻게 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실체로 만드는 가이다. 고유 의미의 종중은 물론 공동 선조의 후손 중에 일정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후손 또는 일정한 친족 범위 내의 후손들로 구성된 유사종중(= 소중중)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과거에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으나 현재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공동 선조의 후손 중 일정한 범위 즉 공동 선조의 후배(후실)의 분묘를 수호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종족집단이 사회조직체로서 성립하여 고유의 재산을 소유, 관리하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소종중은 고유의 의미의 종중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단체로서의 실체를 부인할 수는 없고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1989. 6. 27. 선고 87다카1915 판결).

나아가 “종중이 당사자능력이 있는지, 그 대표자가 적법한 대표권한을 가지는지 여부는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이나 상대방에서 그 당사자능력 또는 대표권을 부인하거나 이것이 부적법한 것이 아닌 한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석명하거나 심리판단할 필요는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소송 실무상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 종중의 실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2인 이상의 사람의 단체와 대표자 선정, 정관 내지 종중규약 및 사원총회결의서 등을 구비하여 등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소송에 앞서 사전에 종중에 대한 등록증명서 를 미리 받아 놓아야 하며, 소송을 위임하는 사원총회결의서 등도 필요하다. 실무상 종중 관련 소송이 접수될 경우 법원에서는 종중규약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여 이것이 없을 경우 보정명령을 하는 경우가 있다.
 
다. 종중재산의 실체 판단

그럼 어느 경우에 종중의 재산으로 보는가? 실무상 종중 소유로 인정할 수 있는 간접자료로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으로 등기 명의인이 여럿이라면 그들 상호 간의 관계, 등기명의인 앞으로 등기가 경료된 경위와 시기, 시조를 중심으로 한 종중분묘의 설치 상태, 분묘수호와 봉제사의 실태, 그 토지의 규모와 관리상태, 토지에 대한 수익의 수령 및 지출관계, 제세공과금의 납부관계, 등기필증의 소지관계 등이 중요한 간접자료가 된다. 즉 이러한 여러 간접자료를 토대로 종중의 재산인 점이 입증될 경우 설사 그 명의가 종중원 중 특정인 앞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종중재산으로 취급된다.
 
라. 종중재산 등기 방법

① 현행 부동산등기법상 종중의 이름으로 등기할 수도 있다. 종중(宗中), 문중(門中), 그 밖에 대표자나 관리인이 있는 법인 아닌 사단(社團)이나 재단(財團)에 속하는 부동산의 등기에 관하여는 그 사단이나 재단을 등기권리자 또는 등기의무자로 하고, 그 등기는 그 사단이나 재단의 명의로 그 대표자나 관리인이 신청한다(부동산등기법 26조). ② 한편 현행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속칭 ‘부동산실명법’) 제8조에 의하면,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종중 외의 자의 명의로 명의신탁 등기하는 경우 그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가 아니다. 따라서 현재 종중 재산은 종중 명의 또는 종중원의 명의로 명의신탁 하여 등기가 된다.

 마. 종중재산에 대한 침해 및 구제방법

문제는 이렇듯 명의신탁 된 등기임에도 종중원이 이를 자신의 것인 양 처분하여 유용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당연히 그 종중원에 대해 형사상 횡령·배임죄가 성립됨은 물론, 민사상으로도 종중은 그 종중원을 상대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소유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소송,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도 가능하다. 그럼 그 종중원으로부터 종중 땅을 받은 양수인에 대하여는 어떠한 구제책이 있나?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먼저 종중 규약에 정하는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그 점에 관한 종중 규약이 없으면 종중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므로 비록 종중 대표자에 의한 종중 재산의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한 행위는 무효이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22881 판결). 따라서 종중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을 누군가 이러한 절차에 위반하여 처분한 경우 그 계약은 무효가 되고, 종중은 양수인으로부터 종중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명의신탁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부동산을 명의신탁 한 경우에는 아무리 종중 소유 부동산이라고 해도 소유권이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귀속하므로 명의신탁자는 신탁을 이유로 양수인에 대하여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다7409 판결). 이는 그 양수인의 선, 악 여부와 무관하다. 즉 양수인이 사실은 그 부동산이 종중원(양도인)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종중의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양도인의 처분행위는 대외적으로 유효한 것이다. 다만 양수인이 만약 종중원(양도인)의 횡령·배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면, 그러한 법률행위는 반사회질서에 해당되어 무효이므로 이 경우에는 종중은 양수인에게 종중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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