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의장 ‘상장 발언’ 이후 10년만...쿠팡, 美뉴욕 증시 상장 절차 착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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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발표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창업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미 2011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언급하며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쿠팡이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을 택한 점에 대해 여러 해석과 논란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에 앞서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상장 절차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 SEC 클래스A 보통주 상장 S-1 양식 신고서 제출...외신, 기대감 상승
- 쿠팡 관련주까지 덩달아 주목 ‘강세’ 흐름...1조 원 대출, 투자 가속화



쿠팡은 김범석 의장의 ‘상장 발언’ 이후 꾸준히 미국 상장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거론됐던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지주사인 쿠팡LLC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자금 관련 부문 임원에 미국 금융계 유력 인사를 영입해 온 점도 주목할 점이다. 

쿠팡은 그간 손마사요시(孫正義·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약 34억 달러(약 3조7600억 원)를 투자받아 국내 30개 도시에 약 150개 물류센터를 세우고, 국내 유통 기업으로 유일하게 전국 단위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누적 적자 3조 원을 넘겨 투자금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온 만큼 이번 상장 절차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EC, 상장 신고서 제출
“글로벌 경쟁력 인정받아”


쿠팡은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 쿠팡이 미 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엔 지난해 총 매출액이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 원)로 기록됐다. 2019년 7조1000억 원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순손실은 4억7490만 달러(약 5257억 원)로 전년(6억9880만 달러) 대비 2억 달러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될 보통주 수량과 공모 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쿠팡은 보통주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CNPG’ 종목 코드(Trading Symbol)로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쿠팡은 서류를 통해 2025년까지 5만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소식에 외신들은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를 통해 “쿠팡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의 2014년 IPO 당시 기업 가치는 1680억 달러(약 186조 원) 수준. 상장은 이르면 다음 달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의 미국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쿠팡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과 관련해 SNS계정에 “한국 유니콘 기업과 비대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다면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주요 외신들은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이후 외국기업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평가하고, 쿠팡의 시장가치가 300억~500억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를 택한 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쿠팡이 미국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에 “한국에서 기업경영을 하려면 어떤 위험(Risks)이 뒤따르는지” 소개한 항목에 대해 ‘한국 정부가 규제를 가한다’ ‘경영진이 형사책임(Criminal liability)을 직접적 또는 대신해서 질 위험이 있다’ ‘이 경우, 회사 경영과 재정에 손해가 우려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의견은 더욱 분분해지는 상황이다.

1조 원 대출 자금 조달
신사업 투자 기대감 증폭


양분되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당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최근에는 1조 원의 대출을 받아 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사업 확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7일 유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 주관사 계열 은행에서 약 10억 달러(1조1000억 원)를 무담보 단기 대출 방식으로 진행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알란앤컴퍼니·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JP모건증권·씨티그룹글로벌마켓스·HSBC·도이체방크증권·USB증권·미즈호증권·크레디리요네증권을 선정했다.

이 같은 자금 조달 방식은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편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해당 자금을 사업 확장에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쿠팡의 강점인 물류와 배송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함께 제3자 물류 사업,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에 대한 투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분위기다.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에 따른 수혜주를 찾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쿠팡과 물류 전담 운송사 동방과 쿠팡의 물류 및 창고업무 제휴를 맺은 KCTC는 각각 23.37%, 29.92%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최근 쿠팡이 출시한 OTT ‘쿠팡플레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KTH도 29.58%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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