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정국의 향배를 결정짓는 정치권 빅 이벤트를 앞두고 또다시 정치권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정계개편론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야권 재편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계개편론 실현 가능성 여부는 잠룡들의 대선 출마 여부나 지지율 변동 문제 만큼이나 내년 대선의 향배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볼 수 있다. 정계개편이 어떻게, 누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 파급력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펼쳐질 정치권 지각변동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과 주호영, 뉴시스

- 유력 대선주자 없는 야권, ‘정계개편은 불가피국민의힘 분열 가능성도
4월 재보선 결과와 --거취가 야권 재편 향방 가를 듯


올해 정국의 최대 관심은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승리를 할 것인가, 또 과연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제3의 후보가 될 것인가 등으로 축약될 수 있다.

이것과 함께 또 하나의 큰 관심사는 바로 야권의 재편, 정계개편 가능성 여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DJP 연합으로 대선 승리 동력을 삼았다. 4·7 재보궐 선거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정계개편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야권서 정계개편론분출, “지금의 국민의힘 틀로는 어려워

사실 가장 먼저 정계개편론을 꺼내든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해 사실상 신당 창당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야권 혁신 플랫폼구축을 주장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1월 마포포럼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일단 본인이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총장 같은 분이 혁신 플랫폼에 들어오면 야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합리적 진보까지 아우르는 야권 대통합론을 꺼내들고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권에서 이렇다 할 대권 주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자유주의 상식 연합이라는 이름의 새 플랫폼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새로운 정치의 개편이 있지 않고서는 야권 후보가 제대로 설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서 재보선 선거운동 자체가 새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이 돼야 한다. 그 플랫폼 안에서 합리적 진보, 중도, 보수가 모두 모여 하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금태섭 전 의원도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 정계개편의 계기, 또는 중간 단계가 돼야 한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든, 야당이 외부 인물을 수혈해서 살아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의 국민의힘 틀로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KBS 라디오에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가 되는 순간에 그게 정계개편이라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어떤 관계 설정을 할 것인가 자체가 정계개편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 씽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정계개편 가능성을 전망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6일 발간한 ‘2021 국회입법조사처 올해의 이슈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대선 정국과 더불어 올해의 최대 정치 일정이며, 탄핵정국 이후 정치권의 재편 향배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야권에서도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 전망이 달라지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정계개편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 부재’, 정계개편 동력

윤석열, 뉴시스
윤석열, 뉴시스

야권의 재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야권에 유력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은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대세론을 달리며 보수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로 대선주자 지지율이 추락했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는 일단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방향을 튼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야권이 새로운 대선주자와 새로운 인물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계개편을 촉발시킬 핵심 인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거취 선택에 따라 정계개편 규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때 진보 진영 인사로 거론됐지만 지금은 반문재인전선에 서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 등의 합류 시나리오도 오르내리고 있다.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윤석열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할 경우 현 국민의힘으로는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보수 진영 일부 세력들이 윤 총장을 옹립해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도 중도층까지 끌어모아 대선주자로서 파괴력을 키우기 위해 국민의힘 입당보다는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려고 할 수 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분화되지 않으면 지금의 국민의힘이 윤석열 총장을 안고 갈 수 있나. 못 안고 갈 것이라며 윤 총장을 온전히 안으려면 국민의힘이 분화되고 야권 발() 정계개편이 돼서 윤 총장에 맞는 정당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만들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고 또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정치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제의를 거절하며 제3지대 구축을 통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가 경제통 관료 출신이자 주경야독을 통해 입신양명한 흙수저출신이라는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고 충청북도 음성군 출신으로 충청 대망론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대선에 출마하며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거취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원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여권과 극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그를 2의 윤석열로 치켜세우며 대선주자로 띄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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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뉴시스

 

4월 재보선, 야권 패배할 경우 정계개편가속도

이 같은 정계개편의 향배는 결국 4월 재보궐선거 결과가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우선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금태섭 전 의원이 선출될 경우 국민의힘은 불임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재보선이 끝난 후 국민의힘 발()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국민의힘 후보가 됐든 안철수-금태섭중 한 사람이 됐든 야권 단일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정계개편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고 국민의힘이 민주당에게 승리할 경우 정계개편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독자 승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이 정계개편보다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윤석열 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의 추종 세력들이 국민의힘을 이탈하면서 국민의힘이 분열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또 강성 친박 세력과 친이 세력들이 정계개편 과정에서 탄핵 찬성 세력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을 이끈 윤석열 총장에게 거부감을 보이면서 보수진영이 갈등을 겪게 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정계개편이 성공하더라도 대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은 유승민 전 의원 세력과 안철수 대표 세력 일부 등을 끌어모아 보수통합을 이뤄 미래통합당으로 선거를 치렀지만 참패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계개편이 곧바로 대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정권재창출을 기대하는 여론보다 높지만 정작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으로서는 정계개편만이 대선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야권 재편을 통해 대선판 흔들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대선 때문에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는 대선후보가 없다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 외부에서 플랫폼을 만들어서 대선을 대비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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