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여권 내부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뜬금없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불거지는가 하면 이재명 지사의 탈당설까지 분출하고 있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불과 1년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권 차기 지형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탓에 대선경선 연기론과 탈당설은 곧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한때의 해프닝으로 진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제3후보들의 도전,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여부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 대주주인 친문진영이 감정적 앙금이 여전한 이 지사에게 대권을 그대로 넘겨주기에는 여권 지형이 복잡 미묘하기 때문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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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차기 1위에 反李 연합전선 견제 본격화 
- 경선연기론 솔솔? 김경수 등판 시간벌기 해석도 
- ‘탈당등 플랜B보다 내부투쟁 등 정면돌파 선택

여야 모두 적수없이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지사가 4월 재보선 정국 이후 중대 결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대주주인 친문 진영이 끝까지 이 지사를 거부할 경우 선택지는 크게 3가지다. 민주당 잔류를 선택하는 정공법이다. 이 지사 특유의 정치력으로 친문진영을 끝까지 설득해서 대권후보를 쟁취하는 길이다.

다만 역대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선보였던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탈당했던 이인제 후보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손학규 후보가 대표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2007년 대선경선 패배 이후 당 잔류를 선택한 뒤 차기를 노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은 마이웨이로 민주당 대권후보를 쟁취하느냐 아니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플랜B를 마련해야 하는냐, 대권을 향한 이 지사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위 이재명 견제 본격화민주당 反李전선 연합본격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대선구도는 크게 3차례 요동쳤다. ‘포스트 문재인’ 1순위 주자는 애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몫이었다. 그러나 안 전 지사가 성폭력 미투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이후 차기 대세론을 이어간 것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였다.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초중반 실세 국무총리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여야 모두 적수가 없는 대세론을 이어갔다.

지난해 4월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21대 총선 이후에는 어차피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낙연이라는 어대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후 혜성처럼 등장한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1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정국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최대 수혜주가 됐다. 연초 대권라이벌인 이낙연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따돌린 이후 최근에는 30% 안팎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사가 1위를 달리면서 당 안팎의 견제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물론 정세균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친문적자를 비롯해 범친문 계열의 정치인들이 총출동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문주자인 이재명 지사에게 대권이라는 꽃가마를 태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 지사에 대한 견제는 기본소득 비판에 집중되고 있다. 보유자산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공약이 한국적 현실에서는 맞지 않다는 논리다.

이낙연 대표는 알래스카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4월 재보선 이후 대권 도전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세균 총리 역시 지금은 재난지원금을 말할 때지,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타이밍이 아니다. 왜 쓸데없는 데다가 전력을 낭비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최근 SNS 활동을 통해 정치적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역시 자산·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주장은 번지수가 많이 다르다고 이 지사를 정조준했다

친문진영의 제3후보로 주목받았던 김경수 지사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승전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붓는 것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난데없는 탈당설에 경선연기론 여권 내부 휘청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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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뉴시스

이 지사를 향한 여권 내부의 견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난데없는 탈당설과 대선경선 연기론이 흘러나오면 민주당이 출렁였다.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주자의 탈당설은 정국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아울러 미리 정해진 대선경선 일정을 재조정한다는 것 역시 유력후보들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는 점에서 극도로 예민한 사안이다. 이 지사 측은 본인을 둘러싼 민주당 안팎의 탈달성과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에 강력 반발했다.

이 지사는 끊이지 않는 탈당설에 대해 방송출연과 페이스북을 통해 제 사전에 탈당은 없다민주당 수호천사를 자처했다. 이 지사는 특히 OBS 방송에 출연, “민주당 지지자와 문재인 대통령님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응원하는 데 제가 왜 나가느냐고 부인한 데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분명한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본인에 적대적인 친문진영 핵심당원들의 탈당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 두 거인께서 혼신을 다해 가꾸어 온 정당이자, 촛불혁명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님을 탄생시키고 뿌리깊은 기득권 적폐세력에 맞서온 정당이라며 민주당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민주당원들의 눈물겨운 헌신을 배신하는 탈당이란,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정치 입문 이래 단 한 번도 탈당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러 이유로 저의 탈당을 바라는 분이 계신 것 잘 안다. 그 분들께서 말씀하시는 제 잘못과 부족한 점은 온전히 귀담아 듣고 고쳐 나가겠다. 오해가 있다면 진심을 다해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2017년 대선 및 2018년 경기지사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감정의 앙금을 풀기 위해 친문진영과의 화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는 의지다.

이 지사의 탈당설보다 더 심각한 이슈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다. 정치와 선거분야에서 이른바 게임의 룰상호합의가 원칙이다. 이 지사의 뜻과는 전혀 다른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친문 일각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은 대권을 둘러싼 수면 아래 민주당 내부의 극심한 경쟁과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대로 가면 이 지사의 대선후보 선출이 유력하기 때문에 시기를 다소 늦춰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현행 당헌에 따르면 대선후보는 차기 대선 180일 전에 선출하게 돼 있다. 20223월에서 역산하면 대략 오는 9월에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다만 친문 일각에서는 대선 120일전, 다시 말해 오는 11월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정치일정의 지연은 물론 야권보다 대선후보를 미리 선출할 경우 네거티브 공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이 지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주자들의 속내는 대선경선 연기론에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독주체제를 구축한 이 지사를 따라잡아 역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김경수 경남지사의 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판흔들기에 이 지사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 연기론과 관련, “당내에서 논의된 바도, 검토된 바도 없다고 일축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고민 깊어지는 이재명 정면돌파 vs 플랜B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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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설과 대선경선 연기론의 핵심은 이재명 카드로는 차기 대선이 어렵다는 인식이다. 이 지사가 지금이야 차기 대세론을 누리고 있지만 막상 대선본선에 나갈 경우 과거 경기지사 경선에서 불거졌던 각종 약점과 과거 개인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감당해내기 힘들 것이라는 논리다.

이 지사는 친문진영의 뿌리깊은 거부감에 대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탈당설을 부인하고 경선 연기론을 일축하면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노리는 게 1차적 과제다. 이 지사는 물론 주변 측근 의원들도 비슷한 뜻을 내비쳤다. 마치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른바 후보단일화 논란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대권을 쟁취한 것과 유사하다. 이 지사 역시 당 안팎의 여러 견제는 어쩔 수 없는 대권 성장통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지사 역시 플랜B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재보선 정국 이후 차기대선 국면이 본격화되고 새로운 제3후보들이 유입될수록 대선전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강성 친문당원들의 탈당 압박이 보다 가시화되고 반()이재명 연합전선의 결성, 대선경선 연기까지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과거 이인제 후보나 손학규 후보처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에 탈당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가 패배할 경우 대선본선 출마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선거법 규정 때문이다.

이 지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차기 지지율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선후보 경선은 강성 당원들의 의중이 반영되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지 못할 바에는 탈당이라는 모험을 선택, 당 외곽에서 재기를 노릴 수 있다.

이인제 후보의 경우 97년 대선에서 신한국당 탈당 이후 대권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민주당에 입당해 재도전에 나선 바 있다. 손학규 후보 역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경쟁구도를 인정,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후보로 여러 차례 나선 바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정치인의 탈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만큼 대선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 지사가 끝까지 민주당 잔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경선 패배 이후에도 당 잔류를 선택, 와신상담 끝에 차기 대권을 거머쥔 것이 반면교사다.

여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지사의 차기 도전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할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면서도 당 안팍의 크고작은 견제는 차기1순위 주자가 겪을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정세 판단에 능한 이재명 지사가 당밖으로 외도하기보다는 성공 여부를 떠나 민주당 내부에서 끝장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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