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여야 대선후보를 막론하고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친문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친문 강경파 당원들은 ‘이재명 탈당설’을 흘리면서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이 지사는 ‘자기 사전에 탈당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못을 박고 정면돌파를 선택했지만 친문 진영의 이 지사에 대한 견제는 점점 노골적이다. 

스타트는 부산 지역 대표적 친문인 전재수 의원이 끊었다. 전 의원은 최근 MBN에 나와 “대선 후보 경선은 일국의 대통령을 뽑는 공당의 정당 후보를 뽑는 것”이라며 “코로나 상황을 좀 감안 해서 좀 시간표를 조정 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헌상 대선 후보를 본 선거 180일 전까지 뽑아야 한다. 하지만 친문 진영 의원들 중심으로 120일 전으로 미루자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셈이다. 두 달가량 대선후보 경선을 연기하자는 게 골자다. 

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친문진영에서 ‘이재명 대항마’를 내세울 제3후보를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이재명계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 2심에서 유죄를 받아 최종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를 위한 ‘경선연기론’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 지사 측은 강력 반발했다. 최근 이 지사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호남친문 민형배 의원은 “불공정으로 오해받고 갈등 유발하는 그런 짓 못한다”며 “누구도 시도할 생각조차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내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데 굳이 ‘코로나’와 ‘흥행’을 내세워 경선을 연기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친문은 집요하게 ‘이재명 흔들기’를 계속할 공산이 높다. 이미 이 지사는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과정에서 그리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친문과 세게 맞붙은 바 있다. 이런 앙금으로 인해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주류의 비토 정서는 여전히 강력하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돼 본선에서 승리한다면 친문에 대한 ‘보복’이 있을 것이란 두려움도 존재한다. 탈당 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하지만 이 지사가 스스로 탈당할 리가 만무하다. 과거 이인제, 손학규 등이 탈당하고 대선에 나섰지만 두 명 모두 실패했다. 

이인제 후보의 경우 경선 불복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나서 500만표를 얻는 기염을 토했지만 결국 DJ를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후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배신자’, ‘박쥐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그 다음해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에게 패해 본선 진출도 못했다. 

손학규 후보는 이명박, 박근혜 양강구도에서 대선후보 가능성이 낮아지자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해 대표까지 지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2007년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에 패했고 2012년에는 문재인 후보에게 2017년에는 안철수 후보에게 당내경선에서 패하면서 사실상 본선진출도 하지못한 채 정계은퇴했다. 

결국 이 지사는 ‘이인제·손학규 모델’보다는 박근혜 모델을 선택할 공산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뒤 5년을 와신상담한 끝에 결국 2012년 문재인 후보와 박빙의 대결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지사는 친문 강경파로부터 핍박을 받더라도 스스로 당을 박차고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 지사가 스스로 나가지 않는다면 친문 입장에서는 강제로 쫓아내려고 할 것이고 이 지사는 끝까지 버티기 작전을 취할 수밖에 없다. 3.9 대선은 1년 남짓 남았다. 당 경선일정은 더 짧다. 이 지사의 버티기냐 친문 강경파의 내치기냐 바야흐로 대선 레이스 1라운드 공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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