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된 권한 분산?… 수사기관 비대화만 초래할 것”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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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여당은 지난해 12월 말 검찰청을 기소·공소유지 기관으로 바꾸는 ‘공소청법’을 발의했다. 후속 입법으로 지난 8일 검찰에 직접 수사권이 있는 6대 범죄 수사를 따로 전담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도 발의했다. 올 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이 이뤄진 상황에서 ‘검찰 힘 빼기’ 입법안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무리한 검찰개혁 공세로 수사기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결국 사법시스템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수사공백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소·공소 유지 기관으로 만들어… 검찰 힘 빼기 의도 다분
- 법조전문가 “수사 공백 발생 피해 국민이 떠안게 될 것”

더불어민주당 내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는 지난해 12월29일 현행 검찰청을 폐지, 기소·공소유지권만 갖는 ‘공소청 신설’ 법안을 발의했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장경태·유정주·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검찰개혁은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던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 갖는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와 공정한 형사사법절차 구현 및 사법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검찰 출신 변호사 “업무 협조 쉽지 않아”

공소청법 제정안은 대검찰청에 상응하는 조직을 폐지하고 고등공소청과 지방공소청으로 역할을 이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검사 직무에서 수사조항을 삭제하고 공소청 신설을 통해 검사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임을 명시했다. 민주당 김남국·김승원·이규민·유정주·윤영덕·장경태·오영환·황운하 의원과 열린민주당 강민정·최강욱 의원 등이 공소청 제정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공소청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시켜 검찰을 공소 유지만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수사랑 기소를 분리시키면 장점도 있지만 무리하게 떼어놨다가 업무가 긴밀하게 협조되지 않는 불편한 상황이 다수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신속한 수사도 형사적 가치 중 하나인데 수사·기소가 분리되면 기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새로운 사건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나 피의자는 빠른 판단이 내려지길 기다리는데 중수청이 생겨나면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수사와 기소를 따로 하게 되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높다. 검찰은 수사하지 않고 기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더 이상 열의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소청법에 이어 후속으로 발의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수사권을 떼어내 공수처와 같은 별도 수사기구인 중수청으로 이관한다는 게 핵심이다. 즉 검찰의 직접 수사는 완전히 폐지하는 셈이다. 신설되는 이 수사청을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어느 부처 산하로 둘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중수청법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검사 지배형 형사사법체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 검찰제도”라며 “검찰에 막강한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됨에 따라 이를 악용한 각종 권한남용과 부패비리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기소와 수사가 전문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형사사법체계를 재편해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 발의는 지난 8일 황 의원과 송영길·김용민·최강욱 의원 등 여권 의원 20명이 대표 발의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중수청법 대표발의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공수처·중수청 통제할 기관 마련돼야

법조계에서는 여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목하에 ‘검찰 힘 빼기’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며 불필요한 수사기관의 신설로 수사기관 비대화만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출범부터 오래 걸린 공수처는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히지 않았는데 중수청이라는 또 다른 기관까지 생겨나게 되는 희한한 상황”이라며 “수사 최고 전문가중 하나인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두고 또 다시 새로운 인력을 모집하게 되면 분명히 수사에 공백이 생기고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선출 받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권력을 휘둘러 국정에 개입하는 걸 문제 삼는 게 정치권의 검찰 권한 축소 이유인데 이를 통제하기 위해선 차라리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미국처럼 주요 검사장들을 선거로 뽑든지 위원회 설치를 통해서 중요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외부적 통제를 받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현재 공수처를 통제하는 기관도 없는데 중수청을 통제할 기관은 있겠느냐”며 “이런 마구잡이식 입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집중취재-식물검찰 만들기⓶] 청와대로 번진 검찰 인사 갈등… ‘신현수 파동’ 막전막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고위간부급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 끝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공식 확인했다.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간 갈등이 이례적으로 표면화된 셈이다.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민정수석 [사진=김혜진 기자]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민정수석 [사진=김혜진 기자]

지난 17일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인사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신 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이뤄진 검찰 고위간부급 인사에서 청와대 민정라인보다 법무부의 뜻이 관철되자 두 달도 안 된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의를 만류했지만 신 수석은 사의를 철회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신 수석은 지난 18일 휴가를 내고 거취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신 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며 뒤늦게 더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이뤄진 검찰 고위간부급 인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서울남부지검장 전보인사가 핵심이다. 이들 모두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 편에 서서 윤 총장과 대립했던 인사들이다. 윤 총장은 박범계 장관 취임 후 이 지검장과 대검 참모진의 교체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언급한 인사 조율 과정은 윤 총장의 요청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 수석은 법무부와 검찰의 중재자 입장에서 역할을 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인사안을 승인할 때 신 수석 의견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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