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23개 대학 기반 세계적 산학협력도시 조성에 앞장
- 저출산 지원 예산 1兆 규모 증액, 임신‧육아‧출산비 지원
- 朴 “해저터널 공론화 필요…다만 부산 정서도 고려해야”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차기 대선에 앞서 4.7 보궐선거는 여‧야 간 민심 흐름을 미리 관측할 수 있는 전초전과도 같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통합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현재 가장 유력한 야권 인사로 꼽힌다. 야당 입장에선 이번 보궐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상징성을 갖는 이번 부산시장 보궐에서 여당의 재집권을 저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중심에 박형준 후보가 있다. 박 후보와 18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핵심 공약과 미래 청사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 이언주, 박민식, 박성훈 후보가 합심한 ‘반(反) 박형준’ 연합 움직임이 포착된다. 같은 진영 내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야권 단일화 등 대응 전략이 있나.

당내 경선 과정 자체가 본선을 앞둔 일종의 단일화 과정인데, 별도로 단일화하겠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게 선거 공학적 발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당사자들도 인정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걸 막을 수는 없다. 계속해서 시민들에게 공약을 알리고 적임자임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마지막엔 하나로 뭉쳐서 민주당 후보를 이겨 정권교체의 힘이 되어야 한다.

모든 걸 다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선 과정 내내 공정하고 아름다운 경쟁이 이뤄져서 부산시민에게 감동을 주는 경선으로 다가가야 한다. 시너지를 일으키는 경선이어야 한다. 그래야 본선에서 민주당을 이겨 부산시를 살리고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 부산시장 후보로서 타 후보와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면.

리더의 중요한 자격으로 항상 생각의 힘과 일머리를 강조한다. 생각의 힘이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통찰력과 지식의 총량을 합친 것이다. 생각의 힘이 있어야 시정의 난맥상을 풀어 내고 꿈과 현실성을 겸비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비전만 있다고 시정을 잘 이끌어갈 수는 없다. 무엇을 할 것인지보다 어떻게 할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 바로 일머리 능력이다. 지난 30년간 학자로서, 시민운동가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청와대 수석으로서, 국회 사무총장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의 힘과 일머리 능력을 키워 왔다. 

또 ‘미스터 합리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 20~30년 동안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 극단화됐다. 국내외에서 위기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복합 위기의 시대에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계속 극단의 정치에 머물러 있을 여유가 없다. 합리적 정치가 극단의 정치를 대체해야 한다.

- TV 시사프로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 기반까지 갖췄다. 이는 중도층 표심 흡수에도 주효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권 지지층의 민심을 돌려 세울 구상이 있다면. 

중도층뿐만 아니라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도 후보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여권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본선에서 실제로 표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와 같은 분열의 정치에서 상대 정당의 지지자들에게서 표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여당 지지층의 표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의 정치 지형이 많이 바뀌어서 보수정당 후보가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은 옛말이다. 여당을 지지하시는 분들도 진영을 넘어 부산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저의 공약과 비전은 부산시민 모두를 위한 것이지, 특정 정당 지지자들만 대상으로 구상된 것이 아니다.

- 부산시 청년 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제2대도시의 이러한 청년층 이탈 현상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현안인데, 대책이 있나.

대부분 공약이 부산의 청년층 이탈을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층 이탈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일자리 창출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부산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산업구조가 바뀌고 ICT혁명 및 4차 산업혁명이 일었음에도 그에 맞게 체질변화를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에 실패한 것은 혁신역량 부족이 원인이고, 혁신역량이 부족한 것은 지역 대학에서 인재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재가 없으니 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없어지고, 청년들이 떠나게 되었다. 

부산을 세계적인 산학협력도시로 만들겠다는 제 공약은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고 선순환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대학, 기업, 지자체가 손을 맞잡고 인재를 집중 육성해 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해 경제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 부산에는 무려 23개의 대학이 있다. 세계적인 산학협력도시를 조성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 부산은 저출산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첫 아이는 300만 원, 둘째는 600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공약을 걸었는데, 지원금 정책으로 충분한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보나.

부산의 저출산 문제는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알다시피 저출산 문제는 수많은 요인이 맞물려 일어난 복잡한 문제다. 지원금이 엄청난 액수라면 몰라도, 지원금 정책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저는 저출산 대책 예산을 1조 원대로 증액해 출산지원금을 상향하는 것 외에도, 임신·출산·육아 비용 지원을 통해 ‘아이 낳기 좋은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 

물론 이것으론 부족하다. 궁극적으로는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와 주거지를 가질 수 있고 그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 제 공약은 이런 문제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 청년 주택 문제에 대해 부연하자면, 청년·신혼 주거를 위해 5년 무이자로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 금융기관들과 협력하여 저금리로 대출하고, 그 이자는 부산시가 저출산 예산 등을 활용해 부담하겠다. 또한 청년 창업·주거복합 컴팩트 시티를 서부산과 원도심에 두 곳 이상 조성해 일자리 및 주거 문제를 동시에 돌보도록 하겠다.

- 박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국회사무총장, 17대 국회의원 등을 통해 다양한 정무‧국무 경험이 검증된 반면, 지자체 실무 행정 능력에 대해선 일부 회의적 시선도 있는데.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박 후보는 국회의원을 했지만, 행정 경험이 없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서 일을 했고, 대통령실에서 3년 이상 수석보좌관을 했으며, 국회 사무총장으로 1년 9개월 근무했다. 이게 행정 경험이 아니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아마 김 후보는 장관을 할 때 예산도 운용해 봤고 조직도 운영해 봤다는 점을 내세우고 싶은 것 같은데, 인수위 위원,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을 할 때 김영춘 장관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로 국정을 고민하는 경험을 했다. 

자체 실무행정 경험이 있어야만 시장이 될 수 있다면, 차라리 시청 과장이나 국장 출신을 시장 시키는 게 좋을 것이다. 행정 경험은 단체장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오거돈 전 시장이 행정 경험이 없어서 부산시정을 유례없는 위기로 몰고 갔는가? 행정 경험이 많으면 물론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부산에 가장 필요한 것은 행정 경험을 가진 시장보다는, 부산의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부산시민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 내는, 생각의 힘과 실천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시장이다.

-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카드로 부산 민심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한 후보 의견은. 동의한다면 가덕도 신공항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의 20년 숙원이다. 민주당이 선거를 위해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긴 했지만, 저는 그래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그 만큼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의 미래 발전에 긴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공항이 부산의 발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거듭 주장했듯이 이 공항은 단순히 여객공항이 아니라 남부권 전체의 물류허브공항이자 동북아 허브 공항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물류 허브 공항이 하나만 있는 것보다 둘 있는 것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 지금 수도권의 비대화 속에서 남부권 전체가 쇠퇴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러한 추세를 바로 잡고, 남부권 발전의 기폭제가 되어 수도권과 남부권의 상생 발전을 이끌 것이다. 

일각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접근성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미 상용화 단계에 근접한 하이퍼 루프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면 남부권 어디서든 1시간 거리로 신공항에 이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덕도는 부산의 앞바다가 아니라 남부권 전체의 앞바다가 될 것이다.

- 이번 부산시장 임기는 1년 남짓이다. ‘15분 도시’ 공약,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이 있나. 15분 도시 공약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부연하자면.

‘15분 도시’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도보 15분 거리 내에 육아시설, 의료시설, 문화시설, 생활체육시설, 도서관, 공원 등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을 두겠다는 것이다. 도보 15분이 하루의 일상을 거의 모두 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권역별로 어떤 시설들이 빠져 있는지를 파악하고 빈 곳을 촘촘히 채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대중교통 15분으로 부산의 모든 곳을 품도록 하겠다. 대심도 교통망 및 급행 도시철도를 건설해 가장 먼 곳에서도 15분이면 도심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어반루프의 건설도 고려할 것이다.

제 공약들 중 어떤 것은 1년 내에 실현 가능한 것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하는 것들도 많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부산은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도시다. 1년짜리 계획으로는 이 도시를 회생시킬 수 없다. 1년에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하되,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 ‘15분 도시’도 그런 것이다.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겠다.

- ‘한‧일 해저터널’ 이슈 공론화를 주장했다. 여당의 반발도 거센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일해저터널은 지난 30년간 논의되어 온 오래된 사안이다. 연구보고서도 여러 개 나와 있다. 장단점도 많이 논의되었고,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찬반 논의가 치열하고, 무엇보다 일본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과 부산시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부산시민과 전문가 모두가 참여해 충분한 숙의 기간을 거친 후 시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은 반일감정에 편승해 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라를 책임진 공당이 언제까지 그런 저급하고 비생산적인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권력 키울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국력 키울 생각을 했으면 한다.

- 현재 부산시장에게 가장 요구되는 리더십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앞서 생각의 힘과 일머리에 대해 얘기했다. 부산시장이라는 자리는 몹시 어려운 자리다. 340만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 도시이자 위기에 처한 도시다. 깊은 생각의 힘과 여기에서 나오는 담대한 비전, 그리고 종합적인 판단과 결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 노하우가 있어야 하고 일머리가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상충하는 이익 갈등을 중재 조율하는 고도의 정치적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고도의 종합적인 행정·정치 능력이 필요한 자리가 바로 부산시장 자리다.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도 강조해 왔다. 대한민국도 그렇고 부산도 그렇고 복합 전환기에 있다. 대내적 대외적 위기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전환기에는 어떤 리더십이 들어서는가가 국가 혹은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공동체나 도시공동체의 에너지를 이끌어 내고 공동체의 통합을 추구하는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유능하면서도 정의롭고, 시민의 뜻을 받드는 혁신적 민주적 리더십을 부산에서 세우고 싶다.

- 끝으로 박 후보가 그리는 부산시의 미래 청사진은 무엇이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정치인들이 부산에 대한 혁신론, 성장론, 발전론을 말한다. 하지만 혁신과 성장은 목표가 아니다. 시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민의 행복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한 세상 잘 살았다” 할 때의 ‘잘 사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하려면 기본적인 물질적 충족과 정신적 안녕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혁신과 성장은 잘 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고, 잘 사는 도시는 삶의 질이 좋은 도시다. 부산은 천혜의 바다와 산을 끼고 있는, 그 자체로 매력과 낭만이 넘치는 도시다. 아름다워 오고 싶고, 즐거워서 머물고 싶고, 매력이 있어 살고 싶고, 평안해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그런 부산, 서로를 보살피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동체 부산, 이것이 제가 그리는 부산의 청사진이다.

일요서울신문 독자들 중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 국민의힘에 표를 주시기 바란다.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나라의 근본이 훼손되고 진영싸움으로 나라에 성한 구석이 없다. 세상에 대법원장이 그렇게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대한민국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절에도 사법부가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진 적이 없다. 민주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