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 승자는 中國 기업?…“한국 기업 간 상생하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관련 미국 무역위원회 소송 결과, LG 측이 승소하면서 SK가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각계에서 양측의 합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이 입지를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도 폭스바겐과 조지아州가 나서서 SK 편들기에 나섰다. [이창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관련 미국 무역위원회 소송 결과, LG 측이 승소하면서 SK가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각계에서 양측의 합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이 입지를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도 폭스바겐과 조지아州가 나서서 SK 편들기에 나섰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LG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향후 10년간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다만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합의를 통해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이견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소송의 최종 승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아닌 중국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이 빠져나간 자리에 중국 정부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CATL이나 BYD 등 중국계 배터리 관련 기업이 들어오며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무역위원회 소송 전 패배한 SK이노베이션 원군 등장 ‘폭스바겐’
조지아주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 및 혁신 제조업 유지 SK 필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조지아주(州), 오하이오주(州)와 손을 잡고 현재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조지아주에서 이미 10GWh에 이르는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내년까지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추가 완공해 최종 21.5GWh의 공장 건설을 마무리한다는 계획도 세워 둔 상태다. 

이에 조지아주는 미국 ITC의 판결을 두고 반대 여론 형성에 들어갔다. 외신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연간 전기차 43만 대 생산이 가능한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SK이노베이션이 미국을 떠나게 되면 그간 함께 이 사업에 투자해 온 조지아주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2600개 이상의 청정 일자리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조지아州, 조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의 판결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타격을 주게 됐다”며 “불행하게도 이 판결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자리와 제조업에 위협과 피해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와 협력해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비용은 무려 26억 달러(약 2조88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켐프 주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판결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미국 대통령은 ITC의 판결에 대해 공익적 목적의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다. 국가적 이익 또는 손실을 따져 60일 안에 최종 확정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판결을 수용하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10년간 미국 내 제조 및 판매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도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지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한국 배터리 기업 간의 소송으로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됐다”며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4년 이상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재를 풀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43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한 21GWh에 이르는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43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한 21GWh에 이르는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이어오고 있었으나 ITC의 재판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급이 향후 2년간만 가능해졌다. 이에 폭스바겐은 ITC의 판결을 뒤집어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간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SK와 LG 간의 배상 관련 합의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만 배상안에 대한 서로의 주장이 달라 업계 일각에서는 양측의 합의까지 중재자가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조 원 이하의 합의 금액을 제시했으나, LG측에서는 3조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양측이 미국에서의 소송을 위해 지난 3년간 약 4000~5000억 원의 소송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런 투입 비용과 그간의 시간을 고려할 때 양측의 주장에 각각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결국 양측이 최종적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거나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를 떠나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 빠져나간 자리에 LG에너지솔루션이 독점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 해외시장서 2500% 폭풍 성장

특히 최근 1년 사이 해외 시장에서의 배터리 사용량이 2500%나 성장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CATL은 올해 안에 독일에 완공될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미 푸조와 오펠 코르사 등 PSA 그룹에 배터리 공급을 이어오고 있는 CATL이 독일에 배터리 공장까지 짓는 마당에 폭스바겐 등에 접촉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공약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현지 사업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다 앞서 언급했듯 SK이노베이션이 미국을 떠나게 되면 일자리 손실이 막대하다는 부담이 작용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가장 희망적인 결론으로 가는 길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LG측과 SK측이 빠른 시일 안에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노동조합(이하 국민노조)은 지난 18일 LG 트윈타워 앞에서 ‘LG·SK그룹과의 상생적 분쟁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국익을 위해 상생의 선택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은 취재진에게 “배터리 강국인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공정 경쟁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국익에 유익하다”며 “한국 기업 간의 과도한 적대적 경쟁은 다른 경쟁국가 기업에 기회를 주는 역효과를 불러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4년 동안 양 사의 국제 분쟁에 정부와 국회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면서 “협상을 통해 양사가 상생하고, 국내외에서 일자리와 투자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는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10일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미국 관세법 위반을 적용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 바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한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결과에 따른 배상 관련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결과에 따른 배상 관련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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