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재경 정치평론가] 정세균 국무총리의 정치 행보가 빨라지면서, 차기 총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총리는 내년 대선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대선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 인물을 발탁하느냐, 영남을 택할 것이냐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표밭 공략 전략이 바뀔 것이 분명하다. 물론 충청권이나 강원권 인사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다. 우선 호남 인물을 내세울 경우 전통적 지지기반을 다지는 전술로 이해될 소지가 충분하며, 영남 인사를 발탁한다는 것은 대권 구도에서 표밭 영역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충청이나 제3지역 인물이라면 캐스팅 보트를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은 어느 때보다 총리가 구도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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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총리 기용시 차기 대권 주자들 지지층결집 효과 
- 영남 총리 기용시 경선보다 외연확장 노린 본선에 방점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정 총리의 사퇴는 4월 재보궐 선거 직후가 유력하다. 4월 서울과 부산시장의 향방이 가르마를 타면 그 결과에 따라 인사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 19 4차 재유행이 우려되는 현 시점 보다는 4월 정도면 상황이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된다. 코로나19의 백신 접종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가정 하에 코로나 극복의 희망이 보이고, 내수 부진의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돌입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인사의 방점은 어디에 찍힐까. 가장 큰 변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결과다. 선거 결과에 의해 정권 재창출의 기반이 달라지는 탓이다. 지역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또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선거일 180일 전에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경선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4월이나 5월에는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경선 관리야 당에서 하겠지만, 안정적인 내치와 선거 관리 구도 차원에서는 해당 시기가 다음 총리 선출의 가장 적절한 때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론이다.

당 일각에서 경선 연기론이 조금씩을 불을 피우고 있지만, 성사되기에는 상당한 난관이 있는 만큼 대선 후보 선출 시기는 예정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 본인이 주자로 나서는 것을 고려한다면 4월 선거 직후 물러나고 동시에 경제팀 교체도 이뤄질 수 있다""청문회 국면도 부담이 되므로 4월 중순 정도가 마지막 개각의 적절한 시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부겸 총리론 부상대선 다가올수록 영향력높아져

현재로서는 특별히 후임 총리 하마평이 크게 나돌고 있지는 않다. 다만 관리형 총리에 무게가 실리지만 그보다는 어느 지역 출신일까에 초점이 모아진다.

영남 출신 인사 중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이 돋보인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정 총리가 모두 호남 출신이었기에 대구·경북 즉 TK를 대표하는 인사가 총리에 낙점되는 것이 흐름상 맞다는 논리에 의해서다. 또 부산시장 선거에서 만약 국민의힘에 시장 자리를 뺏길 경우 가덕도신공항 이슈로 살짝 차가워진 TK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선거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부산·경남(PK)표를 가져오기 위해 지역 개발 이슈 중 핵심인 가덕도 신공항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배경이다. 다선 의원을 지낸 한 영남권 전직 국회의원은 "김부겸 총리 카드는 영남권 특히 TK 개발 이슈에 다가가는 측면이 크다""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기반인 TK의 지분을 가진 김부겸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전 의원이 총리직을 사실상 수용하고 청문회와 함께 이후 행보에 대한 심사숙고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돈다.

또 김부겸 총리 카드는 정권 재창출 측면에서도 상당한 매력을 갖는다. 여당이 호남과 서울의 표를 가져온다고 계산할 때 영남 그 중에서도 TK의 표를 잠식하는 정도가 클수록 대선 승리에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다. 김 전 의원이 총리직 수락으로 차기 대선에 뛰어드는 것이 힘들어진다면 다분히 차차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TK표 단속과 확보가 김 전 의원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이 직접 주자로 나설 경우도 배제하기 어렵다. 꾸준히 지역 기반을 다져 온 그가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구도 속에서 경쟁력을 발휘한다고 계산한다면 빠른 등판으로 다시금 잠룡으로 부각할 수 있다.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과 달리 김 전 의원의 출신과 행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데자뷰를 보는 것과 같다.

즉 당 안팎에서 다시금 노짱 열풍을 기대한다면 승산이 전혀 없다고도 보기 어렵다. 김 전 의원의 등판은 자연스럽게 차기 총리로 김두관 의원 쪽으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미 행정 경험은 충분한데다, 경남 양산의 기반은 충분히 영남권 대표 주자로서 관리형 총리에 적합하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이야기다.

홍영표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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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 송영길? 당권 도전여부가 변수

호남출신으로는 송영길 의원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전남 고흥 출신의 송 의원은 다선 의원인데다 국회 상임위원장까지 지내 호남 주자 인사들 중에서는 무게가 상대적으로 무겁다. 치열한 대선 경선 과정을 고려하면 무게감 있는 중량급 호남 인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송 의원의 총리 등판이 점쳐진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정치권의 판세가 달라진데다, 한반도 비핵화의 시계가 자칫 빠르게 돌아가면 그만큼 외교적 감각을 가진 이가 정부 중심에 있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초기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속도가 났던 점을 고려하면 현 정부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남북관계에 있어 어떤 가시적 성과를 추가로 도출하려 할 수 있다""외교부 장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외교력을 갖춘 이가 총리로 자리해야 조율이 중요한 한미, 남북, 북미 관계가 매끄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북 고창의 홍영표 의원과 전남 장흥 출신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하마평에 오를 태세다. 다만 홍 의원은 차기 당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임 전 비서실장은 아예 본인이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실제 홍 의원은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모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안정되고 단결한 당으로 반드시 대선 승리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 즈음 홍 의원은 이용섭 광주시장과 면담을 가지는 등 호남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상 당권에 시선이 가 있는 셈이다. 임 전 비서실장은 타천의 성격이 짙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 실제 임 전 실장은 최근 기본소득 논쟁에 참여하는 등 현실 정치 참여의 보폭을 넓혀 가는 모양새다. 이는 이슈 여론전을 통해 본인의 브랜드를 전형적 운동권 출신의 강경 좌파에서 온건한 정책주의자로 탈색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실제 민심에 어느정도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 판단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여권의 한 인사는 "임 전 실장이 직접 나서는 것도 좋지만 아예 현 정부 마지막 총리로 급을 한 계단 올린 뒤 차차기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서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며 "굳이 미리 나서서 매를 맞기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것도 묘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관련 정책총리와 여성 총리 기용 가능성
 

유은혜 장관, 뉴시스
유은혜 부총리, 뉴시스

임기 마지막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살리기에 방점이 찍힌다면 차기 총리 인사도 방향이 달라진다. 4월 선거 이후 백신과 치료제가 본격화 되면 그 동안 가라앉았던 내수를 부양하고, 포스트코로나 글로벌 경제 정책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청와대 안팎에서 감지되는 탓이다. 비단 지역 출신을 고려하기보다 경제통을 총리에 앉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조직 개편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인지라 김상조 정책실장이나 이호승 경제수석과 같은 인물로 총리 자리를 채우고 대선 정국 관리는 관리형 당 대표에 맡기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선 주자들이 난립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인물들이 보따리를 싸들고 전선에 나서면 차라리 성과 도출로 방향을 트는 게 정권 재창출의 요인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어서다.

특히 2·4 부동산 대책 발표로 공급 물량을 빨리 늘려야 하는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경제통이 전권을 쥐고 지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참여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전례가 문 대통령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과거 참여정부에 참여한 한 인사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정권 재창출은 인물과 지역 싸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전 세계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힌 만큼 경제 정책 성패가 다음 대선의 핫 이슈가 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반으로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소비가 진작되는 경제 기반을 만든다면 정권 재창출은 굳이 호남총리냐 영남총리냐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외에 여성 총리설도 충분한 가능성을 갖는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 각료 비율 30%를 고려하면 그 비율은 못 맞추더라도 여성 총리로 어느 정도 공약의 일정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빈공백이 크기 때문이다. 하마평에 가장 많이 오르는 여성 총리 후보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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