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주주총회 연임 여부 결정 앞두고 ‘두문불출’ 원했다

포스코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정우 회장의 청문회 불출석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다. 이에 최정우 회장이 물밑접촉을 통해 청문회 출석 의사를 밝혔다. 오는 주주총회에서 과연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가결될 지 이목이 포스코에 집중되고 있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정우 회장의 청문회 불출석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다. 이에 최정우 회장이 물밑접촉을 통해 청문회 출석 의사를 밝혔다. 오는 주주총회에서 과연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가결될 지 이목이 포스코에 집중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호출된 것과 관련 지난 18일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여론과 언론, 국회의 강한 비판 분위기에 다시 ‘출석’ 의사를 밝혔다. 국회와 협상을 통해 오전에만 청문회 증인석에 오른다. 

오는 3월 포스코는 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결정짓는다. 지난해 포스코 이사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정우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사회 역시 이를 승인하고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을 결정했다. 

이후 최정우 회장은 큰 행보를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포스코플랜텍 등 계열사 매각 비리 의혹이나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사옥을 포함한 사옥 및 부지에 대한 헐값 매각 의혹 제기에도 반대 입장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최정우, 묵묵부답으로 일관

다만 지난해 11월27일 광양제철소 폭발사고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한 비판여론에는 ‘대국민 사과’의 형태로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2일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한 교육과 대책 마련에 1조 원을 투입하고 ‘재발 방지’ 특별기간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는 이어졌다. 12월9일 포항제철소 소결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부식된 철판위에서 집진기에 빨려들어 사망했다. 이 때부터 언론들이 하나둘 포스코의 상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재발방지 대책 논의를 위해 현장을 찾았으나, 포스코와 포스코노조 측은 기자의 동행을 막아섰다. 노동자의 목숨보다 보안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입법안을 제출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을 포함해 여야의원들이 같은 목소리로 비판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도 최정우 회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소결공장 사망사고 발생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이창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소결공장 사망사고 발생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이창환 기자]

“노동자가 죽어도 기계는 돌아간다”

그러던 중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해 12월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오후 근무를 위해 출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덤프트럭에 끼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언론과 여론은 포스코를 향한 시선을 달리하기 시작했고 산재왕국 포스코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역시 최정우 회장은 나서지 않았다. 언론들은 그의 안전사고 방지 대책이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던졌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의 사고는 또 이어졌다. 포항제철소 연료 부두 컨베이어 벨트 롤러 교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장원’ 소속 A씨(35세 남)가 컨베이어에 협착해 사망했다. 하지만 해당 기기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작동을 멈췄다. 

한 산업계 전문가는 “산업혁명 시기 안전보다 산업 발전이 우선시 되던 시기가 있었다”며 안전에 대해 무지했고 “산업발전을 위한 값진 희생으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그로부터 200~300년이 지났는데 포스코의 산업 현장이 당시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은 포스코에 등을 돌리고 비판이 확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청문회를 열고 최정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16일 부랴부랴 포항제철소 사고 현장을 찾아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최정우 회장은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요추 염좌에 의한 2주 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함께 제출됐다. 

청문회는 끝이 아닌 시작

포스코의 내부 사정에 밝은 A씨는 “최정우 회장이 청문회에 출석했다가 혹시라도 말실수를 하면 당장 연임이 결정될 주주총회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비판에도 칭찬에도 3월 주총이 있기까지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겠다는 방침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대국민 사과쇼’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었고, 언론들은 이를 두고 ‘허리 아파서 청문회 못간다’등의 제목을 달고 대서측필(大書特筆)했다.

이에 최정우 회장 측은 지난 19일 밤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측에 물밑접촉을 해왔다. 주주총회에서의 악재로 작용할 말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출석하지 않으려 했으나, ‘출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종적으로 지난 20일 출석 의사를 국회로 전했고, 국회에서는 동행명령 등 강제구인장을 발부하며 최정우 회장의 인신을 확보하려던데 힘을 쏟다가 최정우 회장을 증인대에 세워 추궁할 내용 정리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 22일 최정우 회장이 청문회 증인으로 올라 답변을 하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중대재해기업으로 지목돼 출석하는 증인들이 많다. 더욱이 최정우 회장은 허리통증을 핑계로 오후에는 증인석에 오르지 않을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문회가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최정우 회장이나 포스코가 국회와 국민들에게 답해야 할 것은 너무도 많다”며 “대정부질문이나 향후 조사 등을 통해 그간의 행태와 비리에 대해 모두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우 회장이 1조원을 투입하고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하게 어필하며 내세웠지만, 근로자 사망사고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최정우 회장이 1조원을 투입하고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하게 어필하며 내세웠지만, 근로자 사망사고는 늘어만 가고 있다. 사진에서 최정우 회장이 현장 근로자들을 만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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