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17기 140명, 변호사협회 전 회장 8인, 대한법학교수회가 ‘탄핵거래 의혹’과 ‘거짓해명 논란’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촉구 성명을 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정치적 편향성 시비와 거짓말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지난 19일 “현직 법관이 탄핵 소추된 일이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각계의 사퇴요구에 대해서는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설상가상으로 김 대법원장은 최근 관행을 무시한 법관 파행인사를 해서 또 한 번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친(親)정부 성향’ 판사들을 ‘중앙지법 3년 근무’ 인사원칙을 깨고 4~6년째 유임시키고, 여권 인사에 불리한 판결을 한 ‘소신’ 판사들을 좌천·전보시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김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때문에 ‘방탄 검찰’에 이어 ‘방탄 사법부’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고,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선택적 유임과 보복 인사는 사법부의 중립성을 파괴한다. 선수가 심판으로 뛰는 재판에 대해 국민들은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기류가 급속히 확산될 경우 법치주의는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박근혜를 탄핵한다”는 인용 결정을 내린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2011년 3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헌법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변호사 개업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박영선 의원이 대법관, 헌법재판관이 임기를 마친 뒤 변호사 활동을 안 하겠다는 서약서제도의 국내 도입에 관해 묻자 이 후보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은 명예보다는 돈을 선택했다.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작년 6월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로 변신했다.

2017년 대법원 상고심 사건 중 대법관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한 건수는 440건으로 2016년도 263건보다 177건 늘어났다. 67%가 증가한 것이다. 또한 ‘2018년 법조브로커 실태조사’를 보면 형사소송에서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람의 응답율은 62%로 나타났다.

가장 고질적인 ‘재판거래’라고 할 수 있는 전관예우는 ‘검찰권 남용’과 더불어 국민의 사법 불신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와 사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은 ‘전관예우’가 없다. 전관예우를 누리는 전직 판검사의 퇴직 직후 수입은 재임 전 급여의 10배를 넘는다. 당연히 퇴직 판검사의 변호사 활동으로 인한 사법 불신이 ‘우려’를 넘어 ‘전관범죄’로 인식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태다.

영국은 일단 판사로 임용될 때 판사직은 평생이니까 퇴직 후에 변호사를 할 수 없다는 걸 임용조건으로 내세운다. 아일랜드는 퇴직 전 근무했던 법원 등에 대한 소송대리를 영구 제한한다. 홍콩도 상고심 법관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이 영구 금지된다. 싱가포르도 상급법원 판사는 3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하면 모든 법원에서 소송대리가 영구 제한된다.

우리나라의 전관예우 규제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가 2018년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일반 국민의 67%, 법조 직역 종사자의 77%가 전관예우금지법에 대해서 ‘규제가 미약하거나 효과가 적다’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변호사 개업 금지방안’을 우선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최고위직 판검사부터 도입하고, 고위 판검사의 로펌 취업 제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전관들의 수임제한 기간을 대폭 늘리고 최종근무지가 아니라 퇴직 5년 이내 근무했던 모든 법원·검찰청을 기준으로 수임을 금지해야 한다. 여기에는 처우개선대책과 규제대책의 균형 잡힌 실행이 필요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법관 14명 중 11명,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 보다 비등하다.

전관을 이용한 수임, 변론 활동은 우리 사회의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한다. 국회는 재판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을 막고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 사법신뢰 회복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법원이 공정성을 잃으면 삼권분립의 최후 보루가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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