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탠든 후보 과거 공화당 겨냥한 SNS 공격 문제 삼아
조 맨친 민주당 의원 표결에 탠든 내각 입성 여부 결정될 듯

이달 초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니라 텐든(사진) 예산관리국장 후보가 변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이달 초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니라 텐든(사진) 예산관리국장 후보가 변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내각 인선 과정이 난기류를 맞고 있다. 니라 탠든(Neera Tanden)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후보에 대한 회의론이 심화되면서, 민주당 내에선 대체 후보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

지난 23일(미국 현지시각) 바이든이 지명한 2명의 다른 후보들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선이 일단락됐다. 미 상원은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후보의 유엔 주재 미국대사 임명안과 톰 빌색 후보의 농업부 장관 임명안에 동의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인 메릭 갈랜드도 내달 초 임명안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갈랜드 지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인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 법무부 장관은 이 날 인사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리차드 버 공화당 상원의원은 베세라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질의를 통해 “진보 성향이 너무 짙고 공중보건 경험이 부족하다“며 “베세라 법무부 장관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안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상원 에너지·천연자원 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추가 청문회에서 내무부 장관 후보인 뎁 할란드 의원의 답변이 부실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지목한 후보들은 집권여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낼 경우, 사실상 공화당의 동의 없이도 상원에서 임명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실은 “베세라, 할란드 두 후보자의 임명안에 대해 민주당에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면서 “지난 주 맨친 의원으로부터 탠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암시가 있었으며, 당 내부적으로 탠든 후보의 대체재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탠든 예산관리국장 후보에 대해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며 꾸준한 지지를 보냈다. 

백악관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탠든 후보가 이번 예산관리국장 인선에서 탈락할 경우를 대비해 제2후보를 논의하고 있다. 거론되는 핵심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이 예산관리국 부국장으로 지명한 전 하원 세출 위원회 출신의 샬란다 영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부각되는 인물은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시기 백악관 경제위원회를 이끌었던 진 스펄링이다.  

지난 23일 예산관리국을 이끌 또 다른 후보를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옌 프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 예산관리국장 후보에 적합한 인물은 탠든”이라며 “탠든 후보가 지난 주 금요일부터 이번 내각 인선 지명을 논의하기 위해 44명의 민주당, 공화당 상원의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탠든 후보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맨친 상원의원을 제외하면 상원 구성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수가 1:1로 팽팽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탠든 임명안에 동의해야 한다.

현재까지 공화당의 미트 롬니 의원, 수잔 콜린스 의원, 롭 포트만 의원 등이 탠든의 예산관리국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초당적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여겨졌던 공화당의 리사 머 코프스키 상원의원조차 아직 의중을 밝히지 않고 있다. 코프스키 의원은 지난 월요일 탠든 후보 임명건에 대해 백악관과 전혀 소통한 바 없다고 전했다.

24일(미국 현지시각)에는 상원 국토안보·정부업무 위원회와 예산위원회에서 탠든의 예산관리국장 임명안을 두고 투표가 진행된다. 그러나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거친 반발이 예상된다. 

투표를 앞두고 상원 예산위 위원인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탠든 임명안에 대해 아직 동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맥코넬 상원의원이 공화당 의원들로 하여금 탠든의 예산관리국장 임명안 부결에 단합을 촉구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아직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탠든은 진보 진영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를 이끌면서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일삼았다. 맥코넬 공화당 의원을 영화 해리포터의 악당인 볼드모트와 비교하는가 하면, 콜린스 의원을 “최악(the worst)“이라 혹평하기도 했다.  

그녀는 또한 상원 예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도 마찰을 빚으며 때때로 그를 비판하고, SNS에서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탠든 후보의 예산관리국장 임명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일부 상원의원들은 “탠든이 그간 소셜미디어에서 벌인 악의적 행태로 정계에서의 입지 구축이 힘들 것이며, 업무 진행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여·야 대통합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탠든 후보는 이러한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미국진보센터에서 자신이 ‘열성 지지자‘로서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변론하면서도 예산관리국장은 중립적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탠든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최근 공화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적인 트위터 활동은 묵인하면서 탠든 후보자에 대해선 가혹한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척 슈머 민주당 대표는 23일 “공화당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옛 리더인 도널드 트럼프의 끔찍한 트위터링은 괜찮고, 탠든 후보는 트위터링 때문에 내각에 들어가선 안된다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인종을 포용하는 내각 인선을 강조해왔다. 탠든이 예산관리국장으로 취임하면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을 관리감독하는 남아시아 출신의 최초 여성이 된다. 제2후보로 거론되는 샬란다 영은 흑인이다. 

탠든 후보의 임명안 가결의 열쇠는 현재 조 맨친 상원의원이 쥐고 있다. 맨친 의원이 여전히 탠든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탠든 후보 입장에선 이번 인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보 단체들은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바이든이 지목한 후보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브렛 캐버노 대법관, 리차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대사 등 일명 트럼프 라인‘ 인사들을 지지했다고 비난했다.  

맨친 민주당 의원은 지난 월요일 탠든 후보와 만나 담소를 나눴지만 여전히 탠든에 대한 지지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표적인 초당파 의원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권력 지형이 정확히 반(민주당 50석, 공화당 50석)으로 갈린 미국 상원에서 맨친 의원의 입지가 급격히 확대되는 이유다.

한편, 상원은 지금까지 바이든이 지목한 후보자 10명의 임명안을 가결했다. 지난 2017년 2월 상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목한 후보 중 9명을 뽑았다.

<기사 원문 - 월스트리트저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