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목소리 내자” 15년만에 5대 경제단체장 모두 기업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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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추대된 데 이어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한국무역협회장으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이로써 '경제 5단체(대한상의 무역협회 전경련 경총 중기중앙회)' 수장을 모두 기업인이 맡게 됐다. 15년 만의 일이다. 경제단체가 한층 젊어지고 역동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재계 맏형들이 끌고 동생들이 미는 2021년 재계의 전망이 밝다.

최태원<*서울상의>,구자열<*무역협회>,허창수<*전경련>,손경식<*경총>,김기문<*중기>...활약상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했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게 돼 있어 최 회장은 오는 3월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선출 인사말을 통해 "서울상의 회장이 나름 무거운 중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끌어 나가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면서 "혼자서 이 일을 해나가기는 어렵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을 때 경영환경 개선과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임기는 3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재계는 서울상의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최태원 회장의 영향력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상의는 최 회장 선출과 함께 부회장단에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젊은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만큼 활약상이 기대되는 단체이기도 하다.

새 수장 맞는 경제 단체들

재계에서는 새로 취임한 구자열 무협 회장이 경제단체 간 서로 다른 목소리를 중간에서 조율할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한 관계자는 "1939년생 손경식 경총 회장, 1948년생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원로와 1960년생 최태원 서울상의 회장 등과 더불어 1953년생 구자열 무협 회장이 가교 역할을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19일 한국무역협회 회장단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추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무역협회는 지난달 24일 정기총회를 열고 구 회장을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이날 회의에는 참석한 김영주 전 무역협회 회장은 “코로나19로 불확실한 무역환경에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업계를 위해서는 경륜과 역량이 있는 기업인 출신을 추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구 회장을 추천했다.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오석송 회장은 “구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우리 업계가 대응할 수 있도록 실물경제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분”이라며  “LS그룹을 2013년부터 이끌면서 내수에서 수출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해 재계 16위로 성장시킨 리더십으로 무역업계가 당면한 현안들을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1979년 2월)을 앞둔 1978년 9월 LG상사 피혁기획부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LG상사 일본지역본부장(1990년), LG투자증권 영업부문 전무(1997년), LG전선 대표이사 사장(2003년)을 지냈다. 2003년 LS와 LG의 계열 분리 이후 LS전선·엠트론 회장을 거쳐 2013년 1월 LS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은 각각 최종현 회장(전경련)과 구평회 회장(무역협회장)에 이어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경제단체장을 맡는 기록도 세웠다.

전경련도 지난달 26일 의원총회를 열어 허창수 현 회장을 재추대했다. 전경련은 내부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및 기업가 정신 회복과 고양을 위한 사업방향 수립 등 쇄신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총수로 바뀐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만 다시 복귀해도 전경련으로서는 큰 쇄신을 이루는 것이지만, 현 정권하에서 이런 쇄신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총은 김용근 상근부회장이 잔여 임기 1년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이 후임 자리에 내정됐다. 이 원장은 손경식 CJ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재임 시절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하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경총은 지난달 24일 총회에서 이 원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원장은 손 회장과 발을 맞춰 기업 목소리 내기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도 공직 출신이 아닌 기업인(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인 점을 볼 때, 15년만에 기업인이 5대 경제단체 수장에 오르게 된다.

경제 단체 구심점 생기나 

경제 단체의 수장 교체를 계기로 업계에는 경제 단체의 기능과 구실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국회에서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 법안을 무더기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경제 단체가 수십 차례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통합’이 아닌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컸다.

따라서 새 수장들이 기업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일각에서는 경제단체 통합론을 요구하고 있다. 경총과 전경련의 통합으로 경제 단체의 위상과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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