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위패 안치된 사당(祠堂)…“신사 아니고 절(寺)이다”
故박태준 회장, “이 제철소는 식민지배 보상금으로 받은 조상의 피 값”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는 한편 신사참배 논란에 휩싸였다. 최정우 회장은 “절에 간 것”이라고 변명했으나, 참배 대상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밝혀져 “우리 민족정서를 위반한 것”이라는 질책이 나오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당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18년) 10월 달 도쿄에서 신사참배 맞지 않냐,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고 묻자 “저건 신사가 아니다”라고 답하고 “2018년 10월에 세계철강협회 총회 중 여유시간이 생겨 도쿄타워 인근의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가는 절에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메이저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신사가 아닌 일본의 정토종인 조조지(増上寺, 증상사)절에 가서 참배를 한 것이라는 해설 기사와 함께 최정우 회장 감싸기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엄밀히 최정우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총회 중에 찾아간 곳은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세운 정토종의 사찰이 맞다. 하지만 동양사학 전문가들은 그가 참배한 장소인 사당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공개한 사진 속 최정우 회장의 참배 장소는 아미타불이 있는 대전(大殿)이 아니라 안국전(安國殿)이다. 아미타불 뿐 아니라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웅이자 신(神)으로 손꼽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가 안치된 사당(祠堂)이다. 주변에 도쿠가와 가문의 상징인 접시꽃 문양의 가몬(家紋,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이 그려져 있다.
‘일본인은 어떻게 신이 되는가’의 저자 고마쓰 가즈히코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신에 대한 관념이나 영혼관을 살펴보면 ‘사람을 신으로 모시는 습속(習俗)’이 있다. 우리가 예부터 조상을 섬겨온 것과는 사뭇 다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참배한 것 맞죠”
즉 최정우 회장은 일본의 영웅이자 일본의 신이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해 도쿠가와 가문의 조상들에게 참배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조조지는 공식 사이트에서 해당 장소에 대해 ‘도쿠가와 역대 및 집안의 존령(尊霊, 혼령을 높여 하는 말)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서술했다.
최정우 회장은 청문회 당시 “신사가 아니라 절에 간 것이다”라고 강하게 항의 했으나, 한 언론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문의 위패가 안치된 사찰이란 설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신사(神祠)에 위패가 올라있다. 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찰인 조조지에 위패가 안치됐을까.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598년 조조지를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고 가족 사찰인 보리사로 쓰게 했다.
도쿄관광안내사이트인 고 도쿄(Go Tokyo)는 “(조조지는) 도쿄 타워 옆에 있는 장군가의 보리사”라며 “도쿠가와 장군가 6명이 매장된 묘소가 있는 인상적인 사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해당 사찰, 특히 안국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절과 신사 중 어떤 의미에 가까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사찰이냐 신사냐 따지기보다 포스코 회장 겸 한국 대표로 세계적 행사에 참석한 최정우 회장이 일본의 사찰을 방문해 누군가에게 참배를 했다는 것은 포스코가 어떻게 처음 만들어지게 됐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드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질책했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초대 회장은 1971년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립 당시 “이 제철소는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은 조상의 피 값으로 짓는 것입니다. 실패하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목숨 걸고 일을 해야 합니다. 실패하면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합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경제기획원 백서에 따르면 대일청구권 자금은 곧바로 민간인 보상에 쓰이는 게 바람직했음에도 당시 국민소득을 올리는 일이 시급해 보상을 미루기로 했다. 결국 민간 보상을 뒤로하고 자금의 절반을 포항제철소 건설 사업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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