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과연 대권도전에 나설 것인가. 정세균 총리는 대통령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다 해봤다고 언급될 정도로 정치적 경력이 풍부하다. 성공한 경제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6선 국회의원의 관록은 물론 장관, 당 대표에 이어 국회의장을 거쳐 국무총리로 재임 중이다. 현존하는 여야 정치인 중에서 정 총리보다 화려한 스펙을 갖춘 정치인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입법·사법·행정 등 삼권분립 체제 하의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사법부를 제외하고는 입법·행정분야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 총리가 밟지 못한 유일한 고지는 대통령뿐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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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1이재명·홍남기 부총리 저격 존재감 과시, 최대 약점 낮은 인지도
- 4월 재보선 이후 여의도정치 복귀, 친문 이재명 비토시 유력 제3후보 물망

정세균 총리의 마지막 꿈은 대권도전이다. 정 총리 역시 과거 대권에 도전한 바 있고 최근에도 대권도전 의사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다만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낮은 지지율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1950년생인 정 총리는 내년 3월 차기 대선에는 우리 나이로 73세다. 정치적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정세균 총리가 친문진영의 낙점을 받고 제3후보로 성장할 것인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체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여권발 차기 경쟁구도에서 정 총리가 파격의 회오리를 몰아 올 수 있을지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해진 , 이재명·홍남기 공개 저격하며 존재감 과시

정 총리는 현직 총리라는 신분 때문에 정치적 활동에 제약이 크다. 특히 대한민국이 1년 이상 코로나19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방역총리로서의 활동이 급선무다. 이 때문에 주요 정치적 이슈에는 입장을 내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다. 정 총리 역시 차기 대권에 대한 언론의 질문을 받을 때면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무총리로서 코로나 방역 등 일상적 업무는 내팽개치고 차기 대권에 지나치게 욕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질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정 총리가 최근 달라졌다. 한마디로 독해진 것이다.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및 범위를 놓고 당정갈등의 당사자였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보다 분명한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우선 이 지사의 핵심 대선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비판에 나섰다. 정 총리는 금년에 100조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지금은 재난지원금을 말할 때지,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타이밍이 아니다소득이라고 말하려면 어느 정도 금액이 돼야 한다. 왜 쓸데없는 데다가 우리가 전력을 낭비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자영업 손실보상제의 법제화를 기재부가 반대하자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이라면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홍남기 부총리를 강력 질타한 바 있다.

이러한 변신은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정 총리의 오래된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던 정 총리가 보다 단호해진 것이다. 대권 라이벌인 이 지사에 대한 견제는 물론 홍 부총리에 대한 질책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국정책임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차기 대시간표를 고려해서 정치적 행보도 병행하는 것이다. 실제 정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야당 의원의 지나친 공세에는 단호한 이미지를 선보여 여권 지지자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기도 했다.

5% 미만의 미약한 차기 지지율비상은 가능할까?

차기를 노리는 정치인과 지지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다. 보통 정치인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도를 뚜벅뚜벅 걷겠다고 언급한다. 다만 아무리 정치적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대중적 선택을 받지 못하면 차기를 보장받을 수 없다. 특정 정치인의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권구도가 줄곧 요동쳐왔다.

21대 총선 직전인 일년 전만 해도 여야의 차기 구도는 이낙연 vs 황교안의 양강구도였다. 이후 총선참패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실상 정계은퇴 상황에 내몰리면서 수개월간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압도적 독주가 이어졌다. 지난해 8월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이재명 지사가 무섭게 추격하면서 이 대표의 독주체제도 다소 힘을 잃었다. 지난해 하반기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가속화되면서 야권에서 윤 총장이 무섭게 부상했다.

이후 여야의 차기 지형은 이낙연·이재명·윤석열 빅3 체제가 구축됐다. 새해로 접어들면서 여야 3강구도는 허물어지고 이 지사의 독주체제가 이어졌다. 이낙연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친문진영의 신뢰와 점수를 한꺼번에 까먹었다. 윤 총장은 추미애 전 장관의 퇴임 이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정 총리의 최대 리스크는 미약한 지지율이다. 적어도 주요 여론조사에서 마의 5% 벽을 뚫어야 한다. 역대 대선 추이를 참고하면 적어도 5%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해야 차기 도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만일 10% 이상의 두자릿수 지지율이면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아울러 15% 이상의 지지율이면 차기 대권에 더욱 근접해지고 최악의 경우 정치적 고비나 위기가 오더라도 반등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현재까지도 변동없는 지지율이 갑자기 오를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다. 다만 이낙연 지사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이재명 대항마로서의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없지 않다. 합리적 이미지의 정치인으로 호남 지역기반에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경력이 겹치는 이 대표의 기존 지지층을 흡수할 경우 정 총리가 보여줄 상승세는 예상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전직 대통령 사면론 제기 이후 이낙연 대표에 대한 호남과 친문진영의 지지가 흔들리는 만큼 정 총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적지 않다. 당 안팎에서는 21대 총선 이후 여야 차기지형이 극심하게 요동치면서 관망세를 보이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 총리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부터 현 문재인정부까지 친노·친문세력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정 총리의 대권행보를 도울 측근 의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현직 총리 신분 탓에 정치활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4월 재보선 이후로 예상되는 여의도 복귀에 맞춰 대선캠프를 곧바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계라는 영문 애칭으로 불리는 정 총리 측근 그룹은 민주당 현역 의원은 물론 당 안팎의 유력인사들을 폭넓게 접촉하면서 정 총리의 대권도전을 위한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거론하던 언론이 지금은 정 총리까지 3명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 자격을 충분히 갖고 계시다많은 국민들은 정 총리가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경제를 이끌어갈 최고의 지도자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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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과의 전략적 연대 통해 제3후보 부상 노린다

이 지사의 차기 독주가 지속될수록 친문진영도 바빠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지사를 견제할 제3후보 찾기 노력이 보다 가시화되는 셈이다. 이재명 vs 이낙연 양강구도로 흘러온 민주당 차기 대권경쟁에서 제3후보로 거론된 인사들은 한둘이 아니다.

친문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물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광재·김두관 민주당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크고작은 걸림돌은 제3후보로의 부상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이 때문에 친문진영이 주목하는 건 바로 정세균 총리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댓글재판 사건으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유시민 이사장의 경우 정계은퇴 발언을 번복해야 하고 최근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열람 의혹에 사과하면서 힘을 잃었다.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의원과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역시 다크호스로 여겨지지만 차기보다는 차차기 이미지가 더 강하다. 추미애 전 장관의 경우 친문 핵심 지지층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윤석열 총장과의 혈전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자연스럽게 정 총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 역할 때문에 정치적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 총리에서 물러나 여의도 정치에 복귀할 경우 자연스럽게 세력을 형성할 경우 친문진영과의 전략적 연대가 가능하다. 친문진영은 숨은그림찾기와도 같은 제3후보 발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 총리 역시 미약한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친문진영의 조직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물론 정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코로나19 상황과 매우 밀접하게 연동돼있다.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이 전제돼야 총리직을 부담없이 던질 수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여의도 정치 복귀 시점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포함한 4월 재보선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 확산세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정 총리의 여의도 정치가 예상 외로 늦어질 수가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정 총리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만큼 교체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의 부담을 들어 청와대가 당분간 정 총리의 여의도정치 복귀를 만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전문가는 연초 이후 이재명 지사의 독주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주춤하면서 오히려 정 총리의 정치적 공간은 보다 확장됐다이재명 지사가 올 연말까지 차기 대선 후보로 독주할 경우 친문진영도 대안부재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 전에 친문진영이 전략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정세균 총리는 화려한 정치적 커리어에 여야를 가리지 않는 합리적인 이미지가 강점이라면서 코로나19 위기상황의 성공적인 종식을 명분으로 차기 대권구도에 가세할 경우 친문진영에서 매력적인 제3후보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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