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권이 차기 총리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정세균 현 국무총리가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는 4월 재보궐선거 이전 지명될 수도 있다. 차기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는 집권당의 정치적 상징성과 고도의 정치적 전략에 따라 선택돼왔다. 내년 5월에 대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대선 전략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차기 총리 후보군을 놓고 여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고 있다. 2021.02.25.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고 있다. 2021.02.25. 뉴시스

- 문 대통령 ‘2번 연속 호남 총리‘PK 올인’, 김부겸 총리보다는 대선 활용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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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인물 부재, 여성 후보군과 깜짝 카드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안갯속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선 도전을 위해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사퇴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차기 총리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정 총리가 취임 1주년이 되는 1월이나 2월경 퇴임할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불거지고 백신 확보 문제 등도 최대 현안이 되면서 퇴임 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가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고 백신 접종도 시작한 이후인 4월 재보궐선거 후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여권은 차기 총리 후보군 물색에 들어간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총리는 차기 리더감으로 자기 정치를 할 인물보다는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관리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역 안배와 함께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여성 각료 비율 30%’도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두 번의 국무총리로 모두 호남 출신을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인 이낙연 대표가 그렇고, 후임자인 정세균 현 총리도 마찬가지다. 호남 출신이 2번 연속으로 총리직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인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자신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 민심에게 보내는 선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총리이자 마지막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차기 총리에는 누가 지명될까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누구를 지명하느냐는 문 대통령과 여권의 대선 전략이 무엇인가를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 PK 올인, ‘TK 고립 전략모양새김부겸 총리가능할까

대구경북청년들이 가덕도 건설 특별법안(이하 가덕도 특별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더불어 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1.02.26. 뉴시스
대구경북청년들이 가덕도 건설 특별법안(이하 가덕도 특별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더불어 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1.02.26. 뉴시스

현재 상황을 본다면 여권은 4월 재보궐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PK 민심을 잡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무리한 밀어붙이기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여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5일 어업지도선에 올라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봤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던 국토교통부에 대해 사실상 질책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부산 가덕도 인근 해역 선상에서 신공항 건설계획을 보고 받고 국토부에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가덕도 신공항을 되돌릴 수 없는 국책사업이 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며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TK(대구·경북)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TK 의원들은 국회 국토교통위에 계류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특별법처리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여권이 호남 2연속 총리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 올인까지, ‘TK 포위론을 기본 스탠스로 잡은 듯하다. 이 때문에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TK 출신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신년사에서 포용언급하면서 김 전 의원의 입각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아직은 어찌 될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이런 와중에 내가 어떤 입장을 밝히는 것도 인사권자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여권의 비공식적인 대선 전략이 사실상 ‘TK 포위론’ ‘TK 왕따론이 돼 가고 있는 가운데 TK 민심을 끌어안는 상징성이 있는 김 전 의원을 총리로 내세우기가 여권 핵심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김 전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정부 검증에서 김해공항 확장안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나오면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고 부산·울산·경남이 염원하는 가덕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을 총리로 내세우기보다는 대선 후보로 활용해 TK 민심을 자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시에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노력해온 김 전 의원과 국민 통합 상징이 있는 TK 출신 총리 카드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26김부겸 총리론에 대해 호남 출신이 2번 연속으로 총리 자리에 오르고 가덕도 신공항 문제까지 전체적인 대선 전략이 ‘TK 포위론’”이라며 특히 4월 재보궐선거 이전에 새로운 총리를 지명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TK 출신 김 전 의원을 총리로 내세우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대선 전략이 사실상 ‘TK 왕따유지이기 때문에 TK 민심을 끌어안는 것보다는 오히려 호남 출신 총리를 통해 집토끼를 지키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차라리 김부겸 전 의원은 대선에 출마해 TK 표심을 자극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든다. 그러나 마땅한 호남 출신 인물이 없어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또 호남 총리?’ 우윤근, 송영길 거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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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호남 출신 가운데 총리 후보군으로는 그동안 대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 우윤근 전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 1년 전인 39일까지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후임 당대표 자리를 노리고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 의원이 당 대표 자리에 오를지 차기 총리로 발탁될 것인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우윤근 전 의원은 대표적 친문 인사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깝다. 문 대통령은 과거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우 전 의원을 러시아 특사로 보내며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 전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라는 상징성이 있는 자리에 두 사람은 정치적 무게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호남 인물 부재론 속에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하게 여론의 힘을 받는 인물이 없는 상황이다. 여성 후보군으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하마평에 올랐다.

여성 총리론, 깜짝 인물 발탁 가능성도 솔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으로 거론됐던 김현미 전 장관이 발탁될 경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면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적합한 카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추미애 전 장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출마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됐지만 장관직에서 사퇴한 후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총리에 지명된다면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문제가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박영선 전 장관의 경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박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돼 본선에서 야당 후보에 패배한다면 총리로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양승조 충남지사가 총리로 발탁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전국단위 주요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 표심을 잡기 위해 양 지사를 총리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견해다. 양승조 지사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깜짝 인사로 젊은층 표심을 겨냥해 최근 향후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범수 의장에 대해 김범수 의장의 큰 결단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김 의장의 결단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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