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재경 정치평론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광폭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잠재적 여권 대권주자들과 현재의 권력인 문재인 정부 사이에서 정책과 이슈를 놓고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론 등을 내걸고 사실상 독자적 정책행보에 나섰고, 이낙연 대표는 오는 8일 당 대표 사임 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난 뒤의 발걸음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 대표의 경우 비록 47일 재보궐 선거 진두지휘의 성격이 짙지만 민주당 당헌에 따라 대통령 선거 1년 전까지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규정에 의해 물러나는 만큼 본격적 대권주자 행보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 파동마저 이슈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이 아니어서 현 정권의 레임덕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성과 도출의 실리냐 정권 재창출의 명분이냐를 놓고 갈등 국면이 심화될 모양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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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대표 3.9 물러나 김태년 체제 돌입, 당청 조율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
- 대선 잠룡들 저마다 행동, 이재명... 정책 정무 엇박자 가능성 배제 못해

난달 말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지사의 우위가 견고하다. 이낙연 대표가 뒤를 이으며 추격하고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 이재명 지사가 28%1위를 차지했다. 2위의 이낙연 대표는 11%였고, 윤석열 총장은 7%로 뒤를 이었다. 일단 1위와 2위의 두 주자의 지지율은 비교적 수평선을 그리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1주일 전 조사보다 1%포인트 상승했고, 이낙연 대표는 1%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조사에서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5%였고, 국민의힘 20% 그리고 정의당 5%, 국민의당 4% 순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차시기 당대표직 사퇴 2차시기 4월 재보선 종료시점

주목해야할 대목은 바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거나 모른다는 응답을 한 이들이 무려 36%에 이른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는 1주일 전 보다 2%포인트 가량 늘었다. 아직까지 대선이 1년이나 남았다는 점에서 두 주자의 지지세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정치 프레임 싸움이 지지율을 흔드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차적으로 이낙연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계기가 되고, 2차로는 4월 재보궐 선거가 끝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정책과 정무이슈를 두고 잠룡들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이낙연 대표가 선거 관리 차원의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더라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구도에서는 훨씬 더 발언의 폭과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선거 승리를 위한 차원으로 확대 해석을 경계하겠지만 그래도 당 대표직에 있을 때 보다는 확연이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곧 1위의 이재명 지사와의 정면 승부로 이어진다.

사실 정무적 이슈는 그렇게 큰 차별화를 거두기가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같은 당 소속으로서 이념적 울타리를 크게 벗어날 수 없는데다 검찰개혁이나 남북문제, 부동산 정책, 코로나 극복 대응책 등 현안에 확연히 다른 정치적 레토닉으로 승부를 걸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세세한 정책의 방향성이나 목적성을 두고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이슈 프레임을 주도하기 위한 싸움이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논쟁을 촉발시켜 다른 군소잠룡들까지 가세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당 중앙에서 일정부분 비껴나 있는 이 지사로서는 이른바 아웃복서로서 치고 빠지는 정책 전략으로 상당 부분성과를 거뒀다.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차차기 유력 주자로 꼽히는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전신)의원의 반격이 눈에 띈다.

지난해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전 의원은 연구모임 '아젠다 2050' 활동에 집중하면서 지난달 본격적인 SNS 활동을 개시했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김세연 전 의원은 '화장품 샘플과 용돈론'을 거론하며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을 작은 양의 내용물을 넣어 큰 포장 상자에 '기본소득'이라는 글씨를 붙여 판매에 나선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액수가 크면 좋겠지만 큰 액수로 시행 못하면 포기할 게 아니라 적게라도 시작해서 키워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말로는 기본소득 하자면서 내용은 선별지급 추진하는 국민의힘처럼 김 의원께서도 '기본소득 재원 190조원을 확보할 때까지 무기한 기다리자'거나 '기존 사회복지지출 다 폐지하고 월30만원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실현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될 주장을 하시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기본소득친문 잠룡과 신경전확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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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설전은 이재명 지사로서는 보수진영 새 인물로 꼽히는 김세연이라는 인물과의 논쟁으로 미래 세대 정치인과의 대결 구도도 무난히 풀어갈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평가다. 물론 김세연 전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 1위의 이재명 지사와의 정책 논쟁으로 정치적 외연을 크게 확장하는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론은 여권 내에서도 화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공격을 받았는데, 최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겨냥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속임수라고 생각한다""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 생산 등을 통해 결국 우리의 직장을 없애고 그걸 이용해 기본소득을 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문순 지사는 "기본소득 정책은 우파에게 속는 것"이라며 "노동을 통해 받는 월급과 기본소득을 통한 복지소득은 그 차이가 크고 충족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역시 이에 이재명 지사는 "좌파냐 우파냐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개선하는데 유효적절 한가를 기준으로 기본소득을 봐 주시면 좋겠다""가성비와 효율성 높은 정책이면 그게 양파든 무파든 저는 개의치 않는다"고 반박했다. 어찌됐건 이 지사로서는 기본소득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좌우를 막론하고 유력 정치인들을 한 무대위에 끌어올린 셈이다. 다시말해 이들과의 논쟁을 통해 본인의 정책을 전 정치권 화두로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난 뒤 이러한 행보에 동참할 개연성이 높다. 우선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19 극복 지원책인 4차 재난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주제로 이슈 몰이에 나서고, 이후에는 보편적 복지를 향한 단계적 증세 깃발을 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등에서 여권의 재난지원금과 가덕도신공항 추진의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게 바로 국가재정건전성 악화다. 즉 국민의힘으로서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무리한 지원과 사업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 수 없는 형국이다. 이에 이낙연 대표가 정책적 반대 논리 근거를 내세우며 전면에 나서면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논쟁과 함께 새로운 정책 이슈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대표가 이끌고 있는 '신복지제도' 전문가그룹에서 증세론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국회 혁신적포용국가미래비전 세미나에서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복지체제의 재원은 20년간 4단계에 거쳐 점진적으로 만들어간다""증세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에 기반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단계적 증세 정책을 추진하자"고 말했다.

즉 이낙연 대표의 신복지체제 구상이 본격화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의 관점은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보다 신복지제도가 더 포괄적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재정의 전체적 큰 틀에서 보편적 복지 향상을 위한 신복지체제 구축이 전체적인 사회안전망 강화에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현 복지체제가 최저보장을 제시한다면 신복지체제는 최저생활과 함꼐 적정생활수준 보장까지 범위를 넓혀 보다 적극적 형태의 복지 정책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역대 대선 잠룡군 당청분리요구 있어...현정권 직면

이같은 잠룡들의 세부 정책은 현 정부 정책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선거를 준비 중인 주자들의 정치공학적 관점과 실제 정부를 운영 중인 현 정부의 실용론적 관점은 방법적 차원에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책 사안마다 엇박자를 낼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레임덕도 잠룡과 현 정권 갈등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이 어쩌면 임기말 레임덕의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과 가덕도신공항 등 핵심 정책 이슈를 두고 당청간 불협화음이 불거진 것과 검찰 간부 인사를 놓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것 모두 단순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매번 대선이 임박하면 당청 분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방편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정권 말 성과 도출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두 방향에서 자칫 발생할지 모를 분열을 얼마나 잘 봉합하느냐가 당으로서는 당면한 큰 과제다고 일갈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개편도 변수다. 임기말 사실상 순장조 성격의 청와대 개편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청와대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정책 추진 동력이 청와대에서 당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 뻔한데, 여권의 정치 시선 자체가 다분히 재보궐 선거와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 재창출에 정치적 방점이 찍히게 되기 때문이다. 각 주자들의 입으로 여론과 민심의 눈이 쏠리면서 레임덕 심화와 함께 현재 권력의 위엄보다는 미래 권력의 기대감이 정치 판세 전체를 주도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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