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젊은 후계자들… 그룹 內 변화 조짐 이끌어

시계방향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재계 오너3세들이 경영활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재계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제 5단체장(대한상의 전경련 무역 경총 중기 등)에 기업인이 등용되면서 기대감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여성 오너들이 활발히 경영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오빠들의 경영활동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앞에서 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회장단이 이끌면 동생인 재계 황태자들이 미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조현민·조원태(한진그룹) / 정유경·정용진(신세계그룹)… 젊은 오너3세 행보 ‘관심’

여성 오너3세들, 경영활동 본격 시동… 조직 개편·주식 증여 받아

지난해 12월 (주)한진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조현민 전무가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조 부사장은 굵직한 공유가치창출(CSV) 및 신사업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면서 리더십을 보여줬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과 진에어 마케팅부를 거치면서 보수적이었던 그룹 이미지를 젊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평소에 관심 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위해 국내 스타리그 후원에 힘을 쏟는 등 젊은 세대와도 꾸준하게 소통했다. 또한 LG애드 근무 당시 평사원으로 광고기획을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광고 기획과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올해 한진이 미래성장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조 부사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세계의 남매 경영
정용진·정유경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지난해 9월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지분을 증여 받았다.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 8.22%(3190억 원),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 8.22%(1741억 원)으로 정 총괄사장이 내야 할 증여세는 1045억 원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정 총괄사장은 증여받은 주식 세금 납부를 위해 신세계 주식 50만 주(5.08%)를 용산세무서에 납세담보로 제공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5년간 납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은 정 부회장과 함께 ‘남매 경영’을 펼치고 있는 대표 재벌 3세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뒤 경영 전면에 나섰다. 뚜렷한 대외활동을 보이지는 않으나 조용히 경영 능력을 입증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이 회장 옆을 조용히 지키며 어머니 곁에서 신세계그룹의 경영철학을 배워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빠 정 부회장과 달리 정 총괄사장은 대외활동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사내 공식행사에서도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는 행동을 보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정 총괄사장은 1996년 4월 신세계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해 2000년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세계조선호텔에서 프로젝트실장을 맡았다. 이후 2009년 12월 신세계 부사장에 올라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에서 20년 근속해 지난 2016년 정 부회장과 나란히 표창과 함께 금 10돈 상패를 받기도 했다.

권위적 오너 탈피
조원태 회장, 직접 발 벗고 뛰어

한진가와 신세계가 여동생들의 경영활동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오빠들의 경영 평가 점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조현민 부사장의 오빠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자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오너3세 경영인으로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항공기 내부 소독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우한을 방문해 교민 수송에 힘쓰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에 권위적인 오너 이미지를 벗고 한진그룹에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아이디어 역시 직접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대기업 오너로서는 이례적으로 기내식사업부 매각에 직접 발 벗고 뛴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 줬다는 후문이다. 다만 조 회장은 외부에 본인의 사생활 노출을 꺼려하고 대외활동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재계 3세 경영자들 가운데 얼리어답터이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인물로 ‘소통의 오너’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그룹 총수 역할과 함께 이마트 홍보팀 역할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대외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마트와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 사업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식에서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不撓不屈) ▲구성원 간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에게 불요불굴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노브랜드’, ‘스타필드’ 등 유통사업 확대 진출과 함께 실험적인 사업을 보여 주면서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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