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광양제철소장은 ‘징계’도 ‘좌천’도 아닌 포스코 생산본부장 자리 꿰찼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의 책임을 물어야할 이시우 광양제철소장을 생산기술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수상한 인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회장의 모습. [뉴시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의 책임을 물어야할 이시우 광양제철소장을 생산기술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수상한 인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회장의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추락사고, 폭발사고 등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가 이어지는 데 대한 국회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주주총회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광양제철소 폭발사고의 책임자인 이시우 광양제철소장을 징계나 좌천이 아닌 승진을 시킨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포스코 내외부에서는 최초 승진 계획에 없었으나 회피성 인사라는 지적이 있지만, 해당 인사가 과거 포스코 회장들의 승진 경로와 같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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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안팎에서는 이시우 전(前) 광양제철소장의 승진 인사를 두고 최정우 회장이 자신의 뒤를 이을 ‘차차기’ 회장으로 이른바 ‘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렇지 않고서는 3명이나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폭발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총괄책임자로서 그 책임을 물어 징계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일요서울은 포스코 그룹의 지난해 11월 말경 내부에서 2021년 인사 계획으로 올라왔던 예정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생산기술본부장으로 최초 내정된 사람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 민경준 사장이다. 

이시우 본부장 승진, 수상한 인사 계획 변경

민경준 사장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초대 인도네시아 법인장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을 성공시키며, 제철소 건립 및 쇳물 양산 안정화 등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귀국해 2019년부터 포스코케미칼 사장을 맡아 이차전지 분야 활성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는 4000억 원 투자에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밝은 A씨는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이 내정대로 생산기술본부장에 올라왔다면 그 이상으로 승진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며 “계획에 없던 이시우 본부장이 광양제철소를 벗어나 그 자리에 오르면서 민 사장에게는 기회가 사라진 셈”이라고 풀어냈다. 

지난해 11월24일 광양제철소 제 1고로(용광로) 인근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시우 당시 광양제철소장에게 징계가 내려지거나 인사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특히 해당 사고는 단순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용광로 인근의 옥외에 있는 산소가스 밸브 주변에서 노동자들 여럿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밸브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균열 사이로 고압의 가스가 새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멀리 떨어진 사무실 근무자들도 해당 밸브 균열로 가스가 새는 소리를 들었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의 흔적. [전남소방본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의 흔적. [전남소방본부]

결국 새는 가스는 벤트(vent, 비상시 강제로 가스를 쏘아 올리는 일)를 할 새도 없이 폭발로 이어졌다. 현장 근무자 3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 가운데 2명은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이로 인해 이시우 당시 광양제철소장의 향후 승진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시우 소장은 승진했다. 

광양제철소 폭발사고 3일 전만 하더라도 민경준 사장이 내정돼 있던 포스코 생산기술본부장 자리였으나, 사고 이후 최종적으로 진행된 그룹 인사 내용에 따르면 보직 조정 대상 가운데 이시우 소장이 생산기술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폭발사고는 또 있었다 1년 만에 또다시 대형사고

광양제철소장과 생산기술본부장은 직급 상으로는 동일한 부사장이지만, 실제로는 생산기술본부장을 한 단계 높게 본다. 포스코 근무자에 따르면 생산기술본부장은 계열사 사장과 동일한 직급 또는 그 이상으로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철소장이 회장으로 승진해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산본부장을 거쳐 간다는 풀이도 나왔다.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선임됐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경우, 광양제철소장에서 생산기술부문 부사장과 사장(2008년)을 지낸 후 2009년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됐다. 앞서 이구택 전 회장과 권오준 전 회장 등도 유사한 경로를 거쳤다. 

A씨는 취재진에게 “노동자가 3명이나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승진했다는 것이 아무래도 찜찜하다”면서도 “포스코 자체적으로는 이시우 본부장이 거치는 과정을 회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제철소장이 생산기술본부장으로 승진했다는 것은 최정우 회장이 ‘찜’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양제철소는 산소가스 밸브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설비상의 문제가 생겼다. 안전사고를 위한 설비 점검만 철저했어도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지난 3년간 1조3000억 원을 투입했다”고 밝혔으나 “아직 어디에 쓰였는지 파악 중”이라는 답변을 했다. 

최정우 회장이 안전사고를 위해 1조 원을 넘게 투입하는 동안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1년 전인 2019년 12월24일에도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폭발로 무려 직경 1m에 이르는 파편이 폭발장소에서 5~6km 떨어진 이순신 대교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시우 광양제철소장이 총괄 책임자로 있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포항제철소 사망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포항제철소 사망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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