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 해야" 광명 시흥 신도시 100억 대 투기 의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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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에 투기 목적으로 100억원대의 토지 수천평을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년2개월 동안 LH 임직원과 임직원 배우자 등 14명이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대의 7천평가량의 토지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LH 직원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제보를 받아 해당 지역의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며 “토지 구매 대금이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금만 5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본인·배우자 14명, 2년2개월간 신도시 지구 토지 7천여평 매입
-변창흠 LH 사장 재직 시절 직원들 집중 매입 논란...책임론도

시민단체 따르면 LH직원들이 땅을 산 시기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다. 공교롭게도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한 시기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12월이다. 일각에서는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기간과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한 시기가 상당 부분 겹치는만큼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LH 직원 12명 직무배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정부의 2·4 주택공급 대책에 따라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6번째로 광명·시흥지구를 지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지구에는 광명시 광명동·옥길동· 노온사동·가학동,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금이동 일원 1271만㎡(약 384만평)에 총 7만 세대를 공급하는 계획으로 3기 신도시 중 최대규모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일부 토지의 자료만 특정해 확인한 결과로 광명·시흥 신도시 전체로 확대하고 임직원 배우자, 친인척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경우까지 확대 조사하면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이들 단체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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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민변은 국토부와 LH를 대상으로 ▲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정에 관한 계획 등 해당 토지 개발정보를 사전에 취득하였는지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소유자 중 국토부 등 정부부처 소속 공무원, LH 등 공공기관 임직원이 포함됐는지 ▲신도시 토지 구매 공무원과 임직원의 토지소유현황, 취득 일자, 취득 경위 ▲LH가 신도시 후보지에 관한 정보를 업무상 비밀로 관리했는지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소유권 사전취득에 대해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만약 참여연대와 민변의 주장처럼 사전 정보를 활용한 투기라면 법적 처벌도 가능하다. LH는 기자회견 끝난 뒤 자체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이번 의혹 관련자 12명 전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LH 관계자는 “위법이나 부당한 사항이 발견될 경우에는 내부 조치를 취하고, 중대할 경우에는 고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상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개인 투기 등 목적 외의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누설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LH 내부 규정에도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투자할 경우 내부 징계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도 LH에서 3기 신도시 개발 도면이 유출돼, 계약직 직원 1명이 해임됐다. 하지만 관련된 정직원 대다수는 확정된 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해 '주의’같은 가벼운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때문에 정세균 총리가 “필요하면 수사의뢰하라”고 지시했다지만, 처벌 수위를 보면, 이런 일이 이 뿐이었겠나 하는 의심마저 지울 수가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체 신도시에서 LH 임직원과 가족,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들의 사전 투기 행위가 얼마나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창흠, 산하기관장 불러 "청렴은 자존심"

한편 변창흠 장관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광명 시흥 지구에서 LH 임직원들이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떠나 기관장이 경각심을 갖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미 예정된 것으로 국토부 업무계획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오전 시민단체로부터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 시흥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간담회의 목적 자체가 '청렴도 제고'로 바뀌었다.

변 장관은 "좋은 정책을 만들고 열심히 일하더라도 청렴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없다”면서 "국토교통부는 올해 강도 높은 청렴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민 주거안정의 실현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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