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 부지 핵시설 은폐 구조물 설치
바이든, 대북 정책 계획 수립에 고심...‘외교압박’ 카드 옵션

우주산업 기업인 막사(Maxar) 테크놀로지가 입수한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 용덕동 부지 핵시설이 찍혔다. [CNN]
우주산업 기업인 막사(Maxar) 테크놀로지가 입수한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 용덕동 부지 핵시설이 찍혔다. [CNN]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북한이 핵무기 저장고로 의심되는 시설을 은폐 조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빠른 시일 내 대북 비핵화 정책 노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일(미국 현지시각) CNN은 북한이 핵무기 보관장소로 보이는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 시설 입구에 은폐용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세운 현장이 위성으로 다수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1일 우주산업 기업인 막사(Maxar) 테크놀로지가 입수한 인공위성 사진을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북한은 지난 2020년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 부지에 새로운 구조물을 건설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구조물이 2개의 지하터널 입구를 가리고 있으며, 이는 핵무기가 저장되는 시설로 연결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교수는 “막사의 인공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2019년 12월 찍힌 사진에는 핵무기 저장고 입구로 추정되는 한 쌍의 터널 입구가 있고, 지난달 찍힌 사진에는 터널에 새로운 구조물이 들어서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정보국 관계자는 CNN에 용덕동 부지가 여전히 핵무기 저장고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위성사진이 공개되면서, 수년 간 미국 국가안보 당국과 전문가들이 제기한 핵시설 의혹이 사실로 재확인됐다. 북한이 보유 핵무기를 은폐했다는 것은 곧 북한 내 전역에서 핵무기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직 미 정보국 요원 및 의회 의원들에 따르면 용덕동 부지는 평양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의심되는 현장인 만큼, 미국 정보국의 각별한 모니터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의회와 주요 동맹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정책 기조를 조속히 결정하길 고대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이 여전히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돼 심각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길어질수록 북한의 비핵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의 용덕동 현장을 주시하고 있다며 “다소 어이없는 방법이긴 해도,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보안 문제를 들어 언급을 거부했다. 

바이든, 北 ‘기만·부정’ 정도에 따라 대북 옵션 검토

바이든 대통령은 동아시아 동맹국과의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북한에 대한 대응 전략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 백악관은 ‘북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모호한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 방침은 제시되지 않았다.

옌 프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제조 등 핵 보유 활동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앤디 김 하원의원과 전직 고위 관료들은 CNN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또 다른 핵미사일 실험을 행하기 전에 외교 압박 등 공격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외교적으로 압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핵 확산 움직임을 좌시한다면 결국 미국도 똑같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아담 킨징거 공화당 의원은 여전히 ​​바이든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믿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선 정답이 없다고 인정했다. “김정은을 무력으로 압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정책 방향도 그리 잡아선 안된다”며 “한반도 통일은 적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덕동 핵저장고 은폐 시설이 세워진 시기는 분명 주목할만 하지만, 북한의 핵 확산 활동은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 미국 정보관의 전언이다. 이 정보관에 따르면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미사일 시험 등으로 도발할 의도가 아니라면, 단순히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미국 스파이 위성의 감시망을 피하려는 노력을 통해 백악관이 외교 방침을 고심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북한에선 핵 확산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음을 상기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보관 관계자는 “‘기만과 부정’으로 일관된 북한의 전술은 이미 미국에겐 익숙하다”라며 “북한 측은 이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對北 외교 압력 높일까

미국의 대북 계획은 주무 부처인 행정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백악관이 직접 대북 계획 수립에 개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기존의 대북 기조를 깼다. 그는 한반도 지역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대신, 김정은과 개인적 유대를 쌓는 데 더욱 주력했다. 이들 두 지도자는 편지를 종종 주고 받았으며, 세 번의 회동도 가졌다. 그러나 이러한 전례 없는 대북 외교가 이뤄졌을 때도 지금처럼 위기감이 고조되진 않았다.

이번에 백악관이 대북 계획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단순히 한반도 동맹들을 포섭하는 기존의 미묘한 접근 방식을 채택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던 트럼프 정권 이전의 대북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회유를 모두 고려하고 있으며, 동맹국과의 협의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대북 정책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는 매우 어렵고 개선되지 않은 문제라 사실 최악의 상황이 됐다”며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오도록 압력을 넣을 옵션뿐만 아니라, 외교적 주도권을 가져올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 시절 북한의 국가 안보이사회국장을 지냈고 현재 워싱턴 소재의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인 앤서니 루지에로도 바이든 정부가 외교 압박을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외교 제재는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수준이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는 산발적이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보다 생산적인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향후 북한의 도발에 공개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미 고위관료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미국 정권 교체기마다 새 행정부의 ‘간을 봐왔던’ 북한의 도발은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무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교류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북한이 외교 제재를 받거나 외부 참여가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것을 원하고,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임기 초에 북한의 향후 스탠스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북한에 직접 소통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주한 미군을 지휘했던 빈센트 브룩스 전 장군은 “지금이 기회의 순간”이라며 “양국이 조속히 소통을 모색하길 바란다. 우회 경로를 통해 교류가 시작될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소통하는 편이 최선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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