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검찰 인사부터 잡음→신현수‧윤석열 사퇴까지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박 장관은 취임 전부터 적극적인 법무행정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그가 보여 준 모습은 잇따른 현장 행보였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검찰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아 ‘패싱 논란’의 중심에 섰고, 검찰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전임자와 큰 차이를 보여 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은 임기 전 사의를 표명해 수용됐고, 공교롭게도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바로 수리됐다. 일요서울은 박 장관 취임 후 한 달 행보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잇단 현장 행보 허심탄회하게 대화”···검사들 전임과 바뀐 게 없다

박 장관은 지난 128일 오전 0시부터 68대 장관 임기를 시작했다. 박 장관은 취임 이후부터 주로 정부과천청사 사무실에 머물기보다는 외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임기 시작 첫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인천지검을 찾아 처음으로 검찰 구성원들과 만남을 가졌으며, 같은 날 인천공항에 있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도 찾아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살폈다.

이후 19일에는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남양주의 진관산업단지를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고, 24일에는 자신의 지역구이기도 한 대전을 방문해 대전고검과 대전보호관찰소 직원들을 만났다.

존재감 드러냈지만

스스로 논란 중심 서

일명 법조 3이라 불리는 대법원장, 검찰총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을 모두 만났다. 특히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취임 인사를 포함해 수차례 얼굴을 맞댔다.

법무행정 현안을 살피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꼴로 현장을 찾았으며, 법조계 인사들과도 회동 소식을 알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검찰 행정에서는 큰 잡음을 일으켰다.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때 윤 전 총장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윤 전 총장과는 인사에 앞서 두 차례나 만났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한 것.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조율도 마치지 않고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박 장관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야권을 중심으로는 법무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정식 재가도 받지 않고 인사안을 발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사의를 표명했던 신 전 수석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사태는 봉합 수순에 들어서는 듯 했다. 그러나 박 장관을 향한 물음표는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 4일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 1시간 만에 즉각 수용됐으며 신 전 수석의 사표도 바로 수리됐다.

결과적으론 불통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대문만 열어 놓고 장관실 문은 걸어 잠그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로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소통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 신 전 수석 논란에서는 절차적 시비까지 불렀다.

박 장관의 취임은 고작 한 달이 넘은 시점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전임 장관과 비교해 바뀐 것이 없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 마무리라는 특명을 받고 온 박 장관 입장에서는 검찰 내 반발 기류는 분명히 달갑지 않을 터다.

윤 전 총장과의 관계도 초반부터 균열이 생겼다. 윤 전 총장은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고, 임기 내내 법무부와 검찰 사이 냉기류가 유지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사의를 표명하신 날이니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을 삼가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집단 반발 이어지나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이 예상보다 이르지만 예정된 절차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일방적 검찰 인사로 식물 총장이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강공이 윤 전 총장의 사퇴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신임 민정수석의 임명으로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반발로 사의를 표명했던 신 전 수석의 거취도 한 달 만에 정리됐다. 신 전 수석은 지난달 초 두 차례의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 물색 등을 고려, 사표 수리를 보류해 왔다.

문 대통령이 윤 전 총장과 신 전 수석의 거취를 같은 날 정리한 것은 최근 검찰 인사와 중수청 신설 등 검찰개혁 과제 마무리 과정에서의 갈등을 드러낸 데 따른 책임을 함께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신 전 수석이 물러나면서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비()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가 복원됐다. 감사원 출신 민정수석이라는 예전 기조로 돌아왔다.

윤 전 총장이 정계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여권이 자초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장관은 자신이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졌다는 것.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사퇴로 방패막이가 사라졌다는 탄식이 나오는 분위기다.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셈. 여권의 중수청 추진에 대한 검찰 내부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총장 사퇴가 집단 반발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상황 때처럼 반발 성명과 함께 줄사표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윤 전 총장 사퇴로 중수청 설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형국이다. 박 장관의 앞날이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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