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 大해부

성남시의료원의 수술실. [뉴시스]
성남시의료원의 수술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법(이하 수술실 CCTV 설치법)’이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에서 무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19‧20대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술실 입구 의무 설치, 수술실 내 자율 설치유력···의료계 반발 여전

지난해 12월 복지위 차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9%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지난달 2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의료인 면허 취소와 재교부 등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의료인 이력공개 방안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 등을 ‘환자보호 3법’으로 명명,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복지위를 통과한 법은 의사면허 관리법뿐이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번번이 입법이 무산되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부터 논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야당‧복지부 “자율 설치 우선”

지난해 11월 복지위 법안소위는 안규백‧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을 심의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야당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병원의 ‘자율 설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발언한 인물은 김성주 의원뿐이다.

회의록에서 김 의원은 “우리 사회는 힘있는 집단들이 그 힘을 이용해서 당연히 이뤄져야 되는 것을 못하게 막은 사례가 많다”며 “저는 수술실 CCTV 설치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고 밝혔다. 의료계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

이어 “수술을 누가 하든지 또 수술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중에 사고가 벌어졌을 때 아무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그렇다면 입법 취지는 확실하다.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리수술, 유령수술 등을 막기 위해 최소한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는 강제해야 한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수술실 입구 설치에는 공감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수술실 출입구 같은 곳에 CCTV는 제가 볼 때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게 맞다고 판단된다”며 복지부에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실태 자료를 요구했다. 서정숙 의원은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자율 설치’에 힘을 실었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자율 설치를 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정확하게 활성화되거나 관리가 된다”면서 “우선 자율 설치부터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법적으로 의무화하면 의사들이 방어적 진료를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복지부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자율 설치하도록 하면 인센티브를 줘서 ‘우리 병원은 환자 동의하에 수술실에 영상처리를 하고 있다’ 이런 것을 홍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야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됐다.

與, ‘환자보호 3법’

3월 내 통과 공언

논의는 결국 해를 넘겨 올해 2월 임시국회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지난달 23일 법안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CCTV 설치와 활용은 적극적 의료행위의 위축 논란, 개인정보보호 등으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대안으로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수술실 내부는 자율적으로 설치하되 여러 지원과 유인책을 통해 설치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복지위 여야와 정부가 의견을 모아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8일 열린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상당한 의견 합의를 이뤘다. 다만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아닌 ‘수술실 입구 CCTV 의무화’로 중론이 모였다.

지난해 12월 관련법을 발의한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수술실 내에는 자율 설치하되 수술실 입구는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시작하자(고 논의했다)”며 “정부가 의료기관에 설치 비용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복지부가 비용 지원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법안 후퇴라는 지적에 신 의원은 “의료사고는 비보험진료를 하는 성형외과, 정형외과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며 “그런데 중증환자 수술을 성실히 하고 있는 과까지 의무 설치를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인지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에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의사의 방어진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유령수술을 막기 위해 수술실 입구 설치는 의무화하고, 수술실 내 설치는 점진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다만 법안이 과연 3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지부가 비용 지원에 긍정적이지 않은 데다, 의료계 반발이 여전하기 때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외과계 9개 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비롯, 의료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한다. 금고형 이상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수술실 CCTV 설치가 골자”라며 “면허취소 행정처분 공표제, 수술실 CCTV 설치는 오랜 기간 숙성된 논의다. 국민적 공감을 얻은 사안으로 3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중범죄 의사 면허 취소법에 더해, 수술실 CCTV 설치법과 의료인 행정처분 공표법까지 이번 달 내에 통과시키겠다고 여당 지도부 차원에서 공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일부 의료계와의 갈등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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