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정권교체 위한 ‘국민행동’ 결성... ‘포스트 김종인’ 준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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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간의 야권 주도권을 잡기위한 물밑싸움이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김 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김 전 대표가 안 대표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4월 재보선의 결과는 야권의 재편 및 당권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의 역할을 나눌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일요서울은 야권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 위원장과 김 전 대표의 셈법을 알아봤다. 

-"야권 주도권, 대권 가능성 높은 후보 선점해야"

-김종인 "몇몇 사람 안철수 부추겨 날 흔들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본격적 갈등은 지난해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6월1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통합당 전직 의원 46명이 참여하는 모임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창립총회를 가졌다. 김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근) 거론되는 대권주자들, 거론되지 않는 잠룡들에게 용기를 주는 역할도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보수 야권의 대선 후보를 만들어내는 킹메이커 역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느냐.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흔히 우리 당에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 취임 이후 줄곧 이야기한 “당에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다”는 주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김 전 대표는 또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기본소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이라며 “되지도 않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물어봤을 때도 ‘(기본소득은) 가능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정치권에 던진 기본소득 주장을 그의 의견을 빌려 비판한 것이다. 

지난해 10월8일 김 전 대표의 요청으로 김 위원장은 마포포럼 사무실에서 ‘보수정당 어떻게 재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비공개 강연을 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를 통해 화해하는 듯 보였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으로 인해 야권 단일화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며 또 다시 갈등했다. 그리고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하게 된 계기에 김 전 대표의 역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마포포럼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며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강연 참석자) 대부분의 질문이 서울시장 출마에 관한 것이었다. 또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수 있으니 당신이 좀 나서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어 안 대표는 “고민 끝에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마포포럼의 김무성·강석호 공동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결심을 알려 드렸다”고 말했다. 

 

- 야권 단일화 재촉하는 安... 金 재차 ‘선긋기’

차기 대선을 겨냥해 활동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과 그 세력들의 파렴치한 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다.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내년 서울시장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원로 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계셨다”고 했다. 

안 대표는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며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안 대표는 “뻔뻔한 얼굴로 망나니 칼춤을 추는 법무부 장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 정권의 파렴치에 치를 떨어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겨냥해 “일 년이 지나도록 병상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며 “다른 나라들은 벌써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손가락 빨며 구경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안철수’가 코로나19확산, 빠른 시일 내에 확실히 잡겠다. 방역체계를 완비하고 충분한 의료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주거 사다리를 완전히 걷어차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양극화 지옥의 터널로 전 국민을 내몬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켜 주거의 꿈을 되살리고, 세금 폭탄은 저지할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거 복지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흉한 범죄와 폭력의 공간이었던 서울시청 6층을 열린 행정, 투명행정의 새로운 공간으로 확 뜯어고치겠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을 마친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이기지 못하면 야권의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국민의힘과 통합에)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만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야권 후보 단일화 주장엔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6일 안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들어오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본경선 시민 여론조사 비율을 100%로 바꾸는 등 정비하고 있다. 당신이 단일화를 하든 말든, 출마를 하든 말든 앞으로 이것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경쟁하지 않는다면 어떤 단일화 방식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의 안 대표 입당 주장을 비판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월1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 반문하고 싶다. 당에 오신 지 8개월이 넘었는데, 왜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했느냐”라며 “비대위원장은 공정 경쟁의 (장을 만드는) 관리 책임자다. 김 위원장이 ‘내 손때를 묻혀 서울시장 후보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 대표에게)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말을 할 단계는 아니다. 안 대표가 단일후보를 만들자고 했고, 지더라도 이긴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그럼 우리 당에서도 결단을 환영하고 같이 해보자고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1월8일 자신의 SNS에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선출 야권 후보단일화 동참 선언 후 전개되는 공방이 안타깝다”고 적었다. 

 

- 김무성, 연일 김종인 비판... “벌써 오만해져”

김무성 전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연이어 쏟아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월21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재보선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과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자신이 이끄는 마포포럼에 초청했다. 김 전 의원은 김 교수에게 “단일화를 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협상은 안 하고 우리 당 후보 뽑아놓고 보자, 이래서 단일화가 되겠나”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이 “(단일화 문제는) 우리 후보를 뽑고 나서 3월 초에 얘기하자”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야권 통합을 위한 실무 협상을 거절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우리 당이 벌써 오만에 빠졌다. 우리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데, 착각에 빠져서 우리 당 대표 자격이 있는 사람이 ‘3자 구도 필승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3자 구도 필승론이란 김 위원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 하지 않고 여야 후보와 안 대표 모두 출마해 선거를 치르더라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실무 협상을 통해 단일화를 국민 앞에 서약해도 마지막에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우리당 후보가 나온 후에 (안 대표가) 단일화 안 하겠다고 하면 무슨 소용인가. 과거 안철수도, 정몽준도, 이인제도 그랬다. 전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이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잘못된 생각”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월28일 열린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국회에서 소수는 무조건 협상을 해야 한다. 협상하지 않으면 ‘악마 법’이 통과되는 것이다. 악마를 조금이라도 순화시켜서 차선의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이번 국회 들어 주호영 원내대표는 (야당 목 상임위원장을) 받으려 하는데 김 위원장이 안 받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것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8개 상임위원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장을 받아야 조금이라도 (법안을) 제어할 수 있다. 그것은 김 위원장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표의 비판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김 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사람이 안철수를 부추겨 나를 흔들어보려 한다”며 자신을 흔드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이 누구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와 그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을(마포포럼) 언급한 것으로 봤다. 

김 전 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풀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 국민행동’(국민행동)을 결성해 야권 후보 단일화와 차기 대선을 위한 외곽 조직정비에 들어간 것이었다. 국민행동에는 더좋은세상으로(마포포럼)를 중심으로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한반도미래정책포럼, (사)민주화운동기념보존회 등의 단체들이 참여했다. 김 전 대표와 강석호·안경률·서훈 전 의원을 비롯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대표 등 2000여명도 이 단체에 지지와 참여의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결성한 국민행동을 두고 포스트 김종인을 염두해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먼저 김 전 대표가 국민행동이라는 범보수 시민단체를 통해 안 대표 중심의 야권 단일화를 주도한 후 재보선 이후 치러질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와 야권의 정계개편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대위를 맡은 이후 보수의 가치와 집권 정당의 능력을 잃었다”며 “김 위원장의 좌클릭, 상임위원장 포기, 인재영입 실패 등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선도 패한다며 내년 대선에선 정권 탈환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행동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를 이루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 “4월 재보선 전후, 김종인-김무성 물밑싸움 더 치열할 것”

김무성 전 대표는 4월 재보선 이후 당권과 야권의 정계개편 주도권을 쥐고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서울이 지난 3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야권 관계자는 “4월 재보선에서 야권의 단일화가 안철수 대표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재보선 결과가 어찌됐든 김종인 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며 “국민의힘내 김 전 대표 세력과 외곽조직까지 구축한 김 전 대표가 야권의 주도권을 가지고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김 위원장도 당권과 차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상황에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4월 재보선 전후로 두 사람의 물밑싸움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결국 야권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선 오는 4월 재보선의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야권의 대권 후보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관건이 것”이라며 “야권에서 대권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잠룡들의 선택이 김 위원장과 김 전 대표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4월 재보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주도권을 둘러싼 김 위원장과 김 전 대표의 수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누가 웃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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