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종 의견서 공개...‘배터리 분쟁’은 美 백악관으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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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최종 의견서를 공개하면서 ‘배터리 소송’을 둘러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ITC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SK이노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10년간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맞서 SK이노는 백악관에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분쟁에 대해 개입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ITC가 4일(현지시간) “예비 결정 검토 결과 SK에 대한 조기패소판결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최종 의견서를 공개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 ITC “SK 조기 패소판결 유지”...SK이노 “ITC 결정 유감, 적극 소명‧거부권 행사”
- 조지아州에서 백악관으로...바이든의 60일 내 ‘비토(veto·거부권)’, 새 국면 맞나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소송전에 따른 갈등이 극에 치닫는 모양새다. 이미 양측 공방은 수차례 화제로 언급돼 왔지만, 최근 ITC가 최종 의견서를 공개함에 따라 갈등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ITC는 지난 4일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이노가 LG엔솔의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단 사실을 인정했다. ITC의 판단 따른 영업비밀 침해 영역은 ▲전체 공정 ▲BOM(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선분산 슬러리 ▲음극 및 양극 믹싱 ▲더블레이어 코팅 ▲배터리 파우치 실링 등 11개. ITC는 “SK가 LG로부터 훔친 22개 영업비밀이 없다면 10년 내 해당 영업비밀 상의 정보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침해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8년 9월과 10월 사이의 폭스바겐 수주건과 관련해 “SK이노가 LG에너지의 경쟁 가격정보를 취득해 폭스바겐에 자사 배터리를 가장 저가에 제안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이노 측의 증거 인멸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SK이노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증거인멸이 전사적으로 자행됐다고 지적한 것. ITC는 자료 수집 및 파기라는 기업 문화가 만연하고, 잘 알려져 있었으며 묵인됐다고 판단했다.

ITC 최종 의견서 나오자
양 사 각각 입장문 발표
촉각은 바이든의 거부권


이 같은 ITC의 최종 의견에 대해 갑론을박은 고조에 달했다. LG엔솔 측은 “개발, 생산, 영업 등 배터리 전 영역에 걸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명백히 입증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반면, SK이노 측은 입장문을 발표해 ITC가 실체적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는 ITC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1982년부터 배터리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11년 이미 공급 계약을 맺었고, LG와는 배터리 개발·제조 방식이 다르다”며 “LG의 영업비밀이 전혀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ITC가 언급한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서는 “(문서 삭제 등)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내린 결정이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사진2-1.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문 내용을 발췌하며 “LG가 구체적인 영업비밀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사진2-2.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의견서 내용을 발췌하며 “ITC는 SK가 침해한 LG의 영업비밀 11개 침해리스트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의견서 내용을 발췌하며 “ITC는 SK가 침해한 LG의 영업비밀 11개 침해리스트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여론의 촉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Veto‧비토)으로 향한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ITC의 최종결정일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SK이노는 ITC가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 명령을 내린 후 공식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사진2-1.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문 내용을 발췌하며 “LG가 구체적인 영업비밀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사진2-2.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의견서 내용을 발췌하며 “ITC는 SK가 침해한 LG의 영업비밀 11개 침해리스트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문 내용을 발췌하며 “LG가 구체적인 영업비밀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여기에 SK이노의 배터리 공장이 설립될 예정인 조지아주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가 판정 결과로 조지아주에서 진행되는 26억 달러(약 2조8700억 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타격받을 수 있다며 성명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ITC의 최근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했다.

SK이노는 조지아주에 배터리 1·2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ITC가 10년 간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수입 금지한다고 최종 판결하면서 조지아주의 대규모 공장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SK이노는 ITC가 최종 의견을 발표한 이후 “ITC 결정이 내포하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을 밝히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ITC 최종 판결 거부권 행사 시한이 약 40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내 산업계 뿐 만아니라 미국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이들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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