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재경 평론가] 역대 정권 모두 대통령 집권 4년차를 넘어가면서 레임덕 현상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도 레임덕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일탈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각종 악재가 현 정권을 덮쳤다.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과 더불어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드라이브도 현 정권으로서는 일정 부분 부담이 되는 이슈다. 사실 이런 분위기라면 레임덕은 한층 심화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분위기였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이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대권 주자들의 행보도 갈수록 빨라져 급속한 레임덕에 빠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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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 집권4년차 레임덕에 빠져 허우적예외?
- ‘측근 비리’, ‘정책 실패심화 역대정권 급속히 진행될수도

지만 윤 전 총장이 행선지를 여의도로 정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분한 견고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레임덕이 전 정권들에 비해 희미한 것은 코로나19라는 국난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길고 긴 코로나19의 터널 속에서 이제 겨우 백신 접종이 시작된 와중에 현 정부의 실정을 따지기 보다는 코로나 극복이라는 과제가 국민들에게는 그만큼 더 절박하다는 논리다. 내년 대선까지 아직까지 1년이 남은 만큼 측근 관리 실패나 각종 정책의 실패가 심화되면 오히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레임덕이 더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임기말 YS, 6% DJ, 24%, 27%, MB 23% 12%

여러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문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통상 30%대 후반에서 40%대 사이를 유지 중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우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전 정부 비슷한 시기의 여론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지율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역대 정권의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초반에 낮게는 40%대 높게는 무려 80%대까지 기록했다.

그러다 집권 4년차에 들어서면서는 하락을 거듭하면서 거의 모든 정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다 임기를 마치는 즈음에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는 정부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퇴임시점의 지지율을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6%로 가장 초라했다.

이는 당시 IMF 외환위기 사태에서 비롯된 사상 초유의 경제난이 이유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24%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였다. 두 전직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신용카드 확대 정책 실패와 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부동산 가격 폭등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로 자원 외교 실패가 발목을 잡았고, 12%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에 따른 현직 대통령 탄핵이 결정적이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레임덕이 대체로 인사 실패가 단초가 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들 현철씨의 특혜대출 비리 사건이 레임덕의 키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금융비리로 진승현, 정현준, 이용호 게이트가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후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의 구속이 여론이 돌아앉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형 건평씨의 땅 투기 의혹이 문제가 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 이상득 의원과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구속이 파장을 일으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최순실씨다. 사건들 하나하나 다 짚어보자면 나름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되는 게 지금까지 역대 정권 말의 레임덕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견고한 문 대통령 지지율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예 미스터리하다는 논평까지 내놓는 실정이다. 문 정부 4년 동안 야당의 관점에서 볼 때 잇따른 인사 실패와 경제 정책의 오류, 측근 비리 등이 발생했음에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레임덕 현상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인사실패.정책오류.측근비리의혹 40%미스터리한 지지율..

사안별로 보면 민심이반을 불러일으켰던 역대 정부의 사건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입시 비리는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데다 조국백서와 조국흑서까지 나올 만큼 우리 사회를 분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조국 경질과 조국 지키기의 두 무리로 나뉜 국민들의 집회가 서울 한 복판에서 동시에 열리는 등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후 추 장관 낙마에 이어 윤 총장의 자진 사의 표명에까지 이르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전 민정수석간 검찰 인사 갈등도 인사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사건들도 다양하다. 월성원전 사건, 라임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해이해진 군 기강 사건 등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현재 진행형으로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난히 문 대통령 지지율이 견고한데 대해 "현 정부의 실정을 상징하는 사건들의 무게가 적다고 볼 수 없는데 레임덕이 가속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 좀 의문"이라며 아마도 코로나 국면이 현 정권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창궐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셧다운이 발생한데다 그 터널의 끝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현실이 정치 이슈를 잡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인사 실패와 실정이 두드러지지만 코로나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문 대통령 지지율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블룸버그의 '코로나19 회복력 순위'를 보면 한국은 코로나 시대에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8위를 기록했다. 주요 53개국이 조사 대상인데 한국은 전달보다 네 계단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매달 인구 10만명당 확진자와 코로나 치명률,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인구 대비 백신 확보율(계약 포함), 인구 100명당 접종자 수, 봉쇄 강도, 경제성장률 전망 등 11개 항목을 집계해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낸다어떤 국가가 사회·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를 얼마나 잘 통제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서 유의미하다는 게 보건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K방역을 두고 야권에서는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지만 글로벌 지표를 보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더라도 4차 대유행과 같은 사태가 초래되면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데 그 불똥이 정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 민심이반이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감이 확대되면서 문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정부도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문제는 LH직원 뿐 아니라 현 정부 다른 고위층과 국회의원들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 전체 차원의 비리 즉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무엇보다 LH사태는 공정을 내세운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정적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법조계 등에서는 윤석열발 충격파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윤 전 총장이 당장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지는 않겠지만, 정치권 주변에서 세를 규합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갈 것이 분명하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에 공정의 가치까지 심각하게 훼손되는 와중에 윤석열이라는 존재가 현 정권의 대항마로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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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퇴에 재보선 패배시 최악의 시나리오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어 자리에서 박차고 나왔으며, 앞으로 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살겠다는 윤 총장 퇴임의 변이 현 정권 실정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폭발력을 키워갈 수 있어서다. 윤 전 총장이 정치권 외곽에서 메시지를 간간히 던지며 현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면 레임덕이 생각보다 더 큰 폭의 파장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다만 이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1야당의 역할을 윤 전 총장 진영이 하게 되면 제3지대가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의 정치 입지는 쪼그라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도 관심사다. 물론 여당이 최소 서울시장만이라도 가져간다면 상황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참패를 하고 그로 인해 지도부 책임론이 비등해지면서 당의 내홍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여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즉 여당은 당장 LH 땅투기 사태를 가라앉히고, 보궐선거에서 최소 한 곳을 수성해야 그나마 레임덕을 조금 더 늦출 수 있고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서울과 부산을 다 승리해 현 정권의 무능함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그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또 한편의 윤 전 총장 진영으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세를 불리되 사안별로 적절한 정치 행위를 가하는 페이스 조절에 임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권 제3지대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 적절한 선에서 이념적 정체성을 다져가면서 현실 정치에 적절히 편승하는 줄타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정치인 윤석열의 성공 열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현 정부 레임덕 파도의 높이를 각 진영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다음 정권의 색깔을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견해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레임덕으로 일찌감치 무너지느냐 최대한 막아내고 견디느냐의 정치권 싸움은 4월 재보궐 선거를 전후해서 본격화 될 분위기다. 실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우원회 홈페이지 참조).

, ‘레임덕 파고여야 대선주자 활용에 따라 정국 요동

한국갤럽이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2%로 전주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는데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국민의힘은 1%포인트 오른 24%를 기록했으며 양당간 격차는 8%포인트로 좁혀졌다. 자칫 미끄럼을 타면 돌이킬 수 없는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이미 울리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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