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근절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낙하산 인사는 공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과 부처 산하기관을 갉아먹는 오래된 고질병이다. 역대 정권에서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준정부기관장을 임명할 때마다 보은성 낙하산 인사논란이 벌어졌다.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 결여와 방만한 경영, 만성 적자 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낙하산 인사의 폐단도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임기 내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은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노조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 2019.12.31. 뉴시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노조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 2019.12.31. 뉴시스

- 문대통령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근절공약 무색
- 또 ··더 출신’?... 여권 인사들, 교체 예정인 요직 놓고 경쟁 치열

최근 블랙리스트사건에 연루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 판결이 공공기관의 낙하산 알박기인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친여 인사들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오히려 줄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까지 꽂히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권은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가운데 170여개 육박하는 곳의 기관장이 공석이나 임기 만료로 교체되기 때문에 어떤 인물들이 그 자리를 꿰차게 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서부·남부 발전, 석유공사 등의 기관장은 줄줄이 3월과 4월 중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억대 연봉교체 예정 요직 두고 물밑 경쟁 치열

기관장 자리 뿐만 아니라 감사, 상임위원 등까지 포함하면 200개가 넘는 곳이 새로운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연봉이 1억에서 4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출신들이 물밑에서 이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말 자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최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블랙리스트판결이 임기 보장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9일 징역 2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인 김 전 장관은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이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이번 판결은 낙하산 인사를 하면 안된다는 판결인데 이는 추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지금 임명된 인사는 다음 정권에서 강제적으로 사퇴시킬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은 정권이 교체되면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관행을 따라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지금 임명되면 정권이 나중에 바뀌어도 눌러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기관, 총선낙선 인사 등 여권 관계자들 자리 꿰차

이미 주요 기관은 여권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최근 보험연수원장에는 민병두 민주당 전 의원이 취임했다. 민 전 의원은 미투 의혹에 연루되면서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자 민주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장경태 의원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에서 사퇴했다.

생명보험협회 회장에는 경북 영천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의 정희수 전 의원이 취임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공항철도 사장에는 공항철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정치권 출신인 이후삼 전 민주당 의원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자리에 앉았다. 염 전 시장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정부는 지난달 8일에는 한국조폐공사 24대 사장에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임명했다. 또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26일 제주시을에서 3선을 지낸 김우남 전 민주당 의원이 제37대 한국마사회장으로 임명돼 3년의 임기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 사장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회의장을 지내던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황열헌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이 취임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는 친여 인사인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올랐다.

지난해 21대 총선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사들도 다수 주요 자리를 꿰찼다. 임기 3년인 강원랜드 사장에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경북 안동시예천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삼걸 전 행안부 차관이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는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조재희 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이 내정된 상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는 충북 충주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는 김경욱 전 국토부 2차관이 취임했다.

정구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최근 IBK캐피탈 사내이사가 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장관에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LH 사장과 올해 안에 새롭게 뽑는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등의 자리를 놓고도 여권 관계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노조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 2019.12.31. 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출범식에 참석한 이해찬 전 총리,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 송영길 총괄본부장 등이 문 후보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2017.04.15. 뉴시스

끊이지 않는 ··더 출신낙하산 인사 논란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근절약속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내 캠··더 출신(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바른미래당은 20대 국회 중이던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 임명된 임원 중 낙하산 인사5명 중 1명꼴이라고 비판을 가한 바 있다. 당시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채이배 전 의원은 201910월 보도자료를 내고 831일 기준 347개 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 임원 3,368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채 전 의원은 당시 문재인 출범 이후 2,799명을 임명했고 이 가운데 18.4%515명이 낙하산 인사라고 밝혔다. 201812월 바른미래당의 같은 조사 결과 434명이었던 낙하산 인사는 81명이 늘어났다. 채 전 의원은 당시 “(낙하산으로)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내부 채용 비리, 또 다른 2차 낙하산 등의 전횡을 휘두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공공기관 337곳 중 108곳 기관장이 캠··더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466명이 캠코더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김재식 부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내고 정책위원회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공수부대 출신이라 낙하산이 이렇게 많은 것인가라며 “‘공정진보를 앞세우는 정권, 맞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엄청난 수의 인사 알박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면서 전문성이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내편만 챙기니, 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방만 경영과 부채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허청회 부대변인도 지난달 3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권의 캠코더 인사가 극에 달하고 있다한 조사에 따르면, 21대 총선 민주당 지역구 낙선자 90명 중 24명이 청와대, 정부기관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막바지에 캠코더 인사의 낙하산 알박기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문 정권이 능력없는 캠코더 인사 임명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