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보유여성’ 전문성 살려주는 채용 플랫폼 ‘위커넥트’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사진=위커넥트 제공]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사진=위커넥트 제공]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회사에서 10년 차 경력을 지닌 여성도,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여성도 임신·출산·육아와 가족 구성원 돌봄의 문턱 앞에서 ‘경력단절여성’으로 불린 지 오래다.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는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뚜렷한 해법은 요원하다. ‘일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커리어 빌딩 플랫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위커넥트(WECONNECT)’는 ‘경력보유여성’이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채용 플랫폼이다. 일요서울은 지난 5일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 30·40대 기혼 여성 비율↑…평균 8년 차 경력 여성多
- “기존 조직 운영 방식 및 문화 바꿔가는 데 집중해야”

-‘위커넥트’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8년에 처음 만들어진 위커넥트는 일하고 싶은 경력 보유 여성들을 위한 커리어 플랫폼이다. 회사는 탁월한 경력과 역량을 보유한 프로페셔널 한 구성원이 필요하고 경력 보유 여성은 유연하고 안정적인,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위커넥트는 이 둘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위커넥트의 취지는 여성이 기존에 해왔던 일을 유지·확장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관심이나 흥미가 생겨 중간에 공부를 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위커넥트가 바라는 건 여성이 결혼이나 출산 전에도 해왔던 일,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기반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다. 여성들이 기존 경력을 유지·확장할 수 있도록 도움주고자 한다. 

-위커넥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현재 결혼했거나 아이가 있지 않지만 경력 단절 문제는 나중에 나에게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주변 동료나 선후배들이 늘 겪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계속 일을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이를 위해선 사회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쉽지 않아보였다. 나중에 경력 공백이 생길 것을 대비해 이런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만들게 된 거다. 

-위커넥트를 창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창업 초기보다 성장기로 들어가는 과정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위커넥트가 경력단절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나, 고객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나 등 자문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경력단절 문제의 당사자로서 이를 해결하는 경험을 주는 성장기가 훨씬 어렵다. 스타트업 용어로 ‘프로덕트 마켓핏(Product Market Fit)’이라고 하는데,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정교하게 맞춰가는 중이다. 

또한 현재 창업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꼽아보자면, 우선 여성이라서 겪는 어려움보다는 성장과 영향력을 경험하는 폭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물론 여성이라서 겪는 어려움은 분명 있다. 세대나 성별에 따라 관심사 차이가 있기도 하고 불편하고 불쾌한 시선을 받을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고 성장해나간다면 젊은 여성들이 창업하는 것도 분명 해볼 만한 일이다. 여성들이 좀 더 앞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위커넥트를 통해 구직하는 여성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통계청에 발표하는 경력 단절 여성의 통계와 거의 흡사하다. 경제활동인구의 1000만 명 정도가 기혼 여성이고 20%인 170~200만 명은 임신·출산·가족 돌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된 미취업 여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30대다. 여성의 취업률을 살펴보면 보통 M자 곡선으로 나타나는데 30대 초반~40대 초반이 바닥을 찍는다. 생애 주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출산과 육아를 하는 3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가장 많다. 여성들은 대부분 경력이 최소 5~10년 이상이 된, 평균 8년 정도의 경력을 보유한 여성들이다. 기업으로 볼 때 대리, 과장급으로 일을 가장 많이 하고 잘할 때다. 

-현재 몇 명의 여성들이 회사와 연결됐나.

▲오늘을 기준으로 255명이다. 현재는 회사에 정규직, 계약직 등으로 구직하는 플랫폼이지만 장기적으로 위커넥트가 지향하는 방향은 한 회사에 소속된 근로관계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여러 개 경험할 수 있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을 쌓고 경험 등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위커넥트는 여성들을 어떤 회사와 매칭해주고 있나. 

▲현재의 집중 타깃은 스타트업이나 소셜 벤처 등 소규모 회사다. 그 이유는 이들 기업이 경력자를 유연한 조건으로 채용하는 데 좀 더 열려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중견기업·공공기관 등은 운영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잘 적용하려 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중견기업·공공기관 등과도 매칭하길 원한다. 

[사진=위커넥트 제공]
[사진=위커넥트 제공]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 성공 사례가 궁금하다.

▲위커넥트를 통해 입사한 여성들을 ‘파트너’라고 부른다. 입사하는 순간 위커넥트의 파트너로서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파트너들이 회사에서 승진하거나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좋다. 또 훌륭한 역량을 발휘해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도 보람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혹은 어려웠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봤을 때, 창업 초기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 

▲달라졌다. 다만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영향으로 달라진 부분이 크다. 위커넥트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재택근무를 했고 이전부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해 왔던 상태라 적응이 어렵지 않았지만, 고객사들과 파트너들에게 연락을 해 보니 혼란이 컸다고 들었다. 재택을 도입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 여성들은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어려움이 있었고, 고객사들은 그동안 비대면 업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회사들이 유연·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직 신뢰와 성공 경험이 부족하고 의구심이나 확신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일하는 방식이 바뀌게 됐고 많은 조직들이 ‘이런 방식으로 일해도 결과가 나온다’라는 걸 경험했을 것 같다. 미래 세대에게 맞는 일터의 변화를 미리 경험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경력 보유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는 변한 것 같나. 

▲‘82년생 김지영’이 나왔을 때 엄청난 사회적 반향이 있었다. 초현실주의 다큐멘터리임에도 논란이 컸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기이했던 것 같다. 당시에 많이 나온 이야기가 ‘맘충’ ‘경단녀’ 등이다. 여전히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감수성도 커지고 성숙한 토론도 가능해지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회는 경력 단절 여성의 원인과 근본적 구조가 아닌 그 여성의 정체성만 보려고 하는 것 같아 아쉽다. 대부분 여성의 경력 단절 원인은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해야 해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남성 중심의 일 문화’다. 산업화시대부터 짜여 있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바라볼 때 육아나 돌봄을 잘 지원해 주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조직의 운영 방식과 문화를 바꿔 가는 데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경력단절여성’이 아니라 ‘경력보유여성’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는데 어떤 게 맞나.

▲초반에 위커넥트를 운영하며 고객사와 미팅할 때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말을 듣는데 기분이 묘했다. 경력 단절이라는 용어는 어떤 상태에 있다는 걸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표현이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여성들이 잠깐 쉰다고 볼 수도 있는데 단정적으로 쓰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꿔 여성이 갖고 있는 탁월한 역량에 집중해 보니까 경력 ‘보유’ 여성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한 기업과의 미팅에서 조심스럽게 바꿔 표현했는데 40대 남성 임원이 너무 좋은 표현이라고 이야기해 줘서 확신을 갖게 됐다. 이 표현을 경력 보유 여성들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사회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문제를 희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성을 지칭할 때는 ‘경력보유여성’이라고 쓰고 현상 문제를 이야기할 땐 ‘경력단절여성’이라고 쓴다. 언어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게 인식의 변화를 갖고 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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