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는 2월26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찬성 181, 반대 33, 기권 15표였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채택은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귀찮은 존재”라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를 상기케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집권세력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 장악을 위해 대중의 인기와 욕망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에 중독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검토 지시되었으나 2011년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백지화되었다. 2016년 프랑스 공항전문기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가덕도 신공항 자리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크게 든다”는 등 여러 이유로 부적격 판정 받았다.

그때 ADPi에 의해 동남권 신공항 최적지로 평가된 곳은 김해였고 두 번째가 밀양이었으며 가덕도는 꼴찌였다. 그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은 김해 신공항 계획을 갑자기 백지화하고 부산 가덕도로 뒤틀었다. 이유는 명백했다. 4월7일 있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집권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데 있다.

가덕도 신공항 입지는 ADPi의 발표대로 입지조건이 적절치 않다. 가덕도는 육지와 떨어진 바다에 위치해 있어 태풍과 해일에 취약하다. 또 주변 수심이 최고 21m로 평균 1m의 인천 영종도와는 달리 깊은 바다를 매립해야 하고 지반이 가라앉을 우려를 수반한다.

매립공사에만 6년 이상 소요되며 건설비는 28조 원을 넘길 것이란 계산도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부적절하다고 평가될 것이 두려워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시켜 버렸다. 하지만 과거 서울 수도권의 신공항 건설 과정에선 1969년부터 오랜 기간을 거쳐 22곳을 예비 조사해 후보지를 압축했고 1990년 영종도로 최종 확정돼 이듬해 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 정부는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주축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지 3개월 만에 예비 타당성 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도 가세했다.

그동안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법무부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차후 제기될 문책을 의식해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2월25일 배를 타고 부산 앞바다 가덕도 인근 해상까지 나가서 신공항 건설을 다그쳤다.

그는 가덕도의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던 변창흠 국토부장관을 대동한 자리에서 “반드시 실현시키라”고 명령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압박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 개입으로 단정, 공직선거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했다.

정의당은 부산 표를 얻기 위한 “국민 사기에 가깝다”고 했다. 경실련은 ‘매표 행위’라고 했으며 참여연대도 “예산 낭비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가덕도 공항 신설 특별법을 강행했다. 정부가 국민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부의 ‘매표 행위’와 ‘국민 사기’를 바로잡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선거 매표를 위해 강행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정권을 위한 ‘귀찮은 존재’임을 실증했다. 그러지 않아도 문 정권은 그동안 북한 김정은을 섬기며 비위 맞춰 주기에 전전긍긍했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사에서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며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라를 “매표 행위”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 이게 나라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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