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저자 사토 겐타로 / 역자 서수지 / 출판사 사람과나무사이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비밀스런 암호코드로 움직이는 바이러스 파동은 주기적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역전시켜 왔다. 질병에 제대로 맞물린 자물쇠와 열쇠 반응으로 세계를 제패하기도 했지만 돌연 어슷반응으로 한 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그라들기도 했다.

저자 사토 겐타로의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에서는 인류를 위협했던 질병을 창에 비유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패를 약으로 비유해 인류를 혹독한 질병에서 구한 대표적인 10가지 약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책에서 추린 대표적인 10가지 약은 비타민 C, 퀴닌, 모르핀, 마취제,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이다. 

가장 먼저 책에서 알리는 비타민C는 세계사의 흐름을 결정지은 위대한 약이라고 단정 한다. 위대한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인생 말년에 비타민C 연구에 빠져 들었을 정도로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에게 비타민C의 발견은 기독교 성배처럼 여겨졌다.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가누는 이들에게 풍랑이나 해적보다도 무서운 존재로 알려졌던 괴혈병의 예방법은 수백년 동안 인류에게 알려지지 못한 건 사실이다. 괴혈병의 비극을 종식시킨 제임스 린드 이전에 비타민이 발견되었더라면 오늘날 대영 제국은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췄을지도 모른다고 알린다. 

인류 절반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 말라리아는 절대권력자 투탕카멘 왕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쓰러뜨린 혹독한 질병이다. 책에서는 태평양 전쟁의 판도를 바꿔놓은 말라리아를 다루면서 훈족의 위협으로부터 서로마 제국을 구한 말라리아 이야기를 풀어준다. 중국 최고의 명군 강희제의 목숨을 구한 약이기도 한 퀴닌의 ‘예수회가루’로 불린 이야기부터 인공합성에 얽힌 이야기를 솔깃하게 풀어 나간다.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을 짚어주는 파트에서는 인체 복잡 시스템을 파괴하는 힘을 지닌 원자 40개 덩어리라고 정의하면서 중독과 치료제 사이에서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르핀의 독성과 해악을 다룬다.

통증과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약 마취제를 빼놓지 않는다. 의학 진보를 가로막은 결정적 장애물이라고 통증을 정의하면서 마취제를 둘러싼 역사상 미스터리한 사건을 짚어주기도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무통 분만 성공을 도운 마취약이기도 한 클로로폼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신비한 약이다.

병원을 위생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소독약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영국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가 소독의 대명사가 된 이유와 임산부 사망률을 낮춘 ‘제멜바이스 손 씻기법’을 독자에게 알린다.

이어 16세기 한때 파리 시민의 3분의 1의 생명을 앗아간 매독의 공포를 다룬 부분에서는 황당한 실수로 빚어낸 위대한 발견의 과정을 짚어준다.

다음으로 세균 감염병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 설파제의 탄생 과정을 다룬다. 전쟁에서 100만 대군보다 무서운 감염병으로 알려진 병원균의 온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등장한 설파제의 탄생과정을 살피고 1941년 미국에서 5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기적의 약으로 알려진 배경을 짚어 준다. 

세계사를 바꾼 평범하지만 위대한 약인 페니실린에 관련된 이야기도 언급해 준다. 20세기 인간이 발견한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통하는 페니실린의 탄생 과정을 소개해 주고 세계 역사를 통해 이를 다시 쓰게 되는 계기가 된 이유와 페니실린으로 목숨을 구한 세계 최초의 인물을 언급해 주기도 한다. 과한 페니실린의 사용으로 항생물질을 투입해도 죽지 않는 세균인 내성균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서도 알린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는 약인 아스피린의 등장 배경과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게 된 수수께기 같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책에서는 악마가 놓은 덫에서 인류를 구한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에이즈 치료제를 최초로 개발한 일본인 의사 이야기와 병원성 바이러스를 둘러싼 끝없는 암투 속 이야기를 조명해 준다.

저자는 의약품은 죽음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소망과 얽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의약품 개발에는 끊임없는 막대한 자금과 우수한 두뇌 등 최대한의 자원 투입이 관건이라고 꼬집는다. 과학의 진보와 더불어 의약품은 우리 사회에서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더 빠른 속도로 빨라진다고 짚어 준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의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 뉴스’, 도현신의 ‘지도에서 사라진 도시들’, 주세페 스퀼라체의 ‘사포의 향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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