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대항마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주가가 급등세다. 윤석열 전 총장의 등판 이후 여야의 차기 대선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추미애 전 장관을 내세워 견제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여권 핵심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진원지는 더불어민주당 강성 친문 당원들이다. 지난 연말 이른바 추미애·윤석열 갈등국면에서 화끈한 전투력으로 윤석열 전 총장을 코너로 몰았던 추 전 장관만이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상승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전 장관이 설령 차기 대선 민주당 최종주자로 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윤 전 총장의 마크맨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추 전 장관은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적 휴지기를 가진 뒤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크고작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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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연일 윤석열 비판하며 저격수 존재감
이재명 이낙연 구도 지루, 차기도전 시사
- 대주주 친문 지원사격 더해질 경우 다크호스

민주당 안팎의 대선구도 역시 추 전 장관의 보폭을 넓히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차기대선 구도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앞서거니뒤서거니 경쟁해왔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전후로는 이 전 대표의 상승세가 압도적이었다. 해를 넘겨 이 전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악재에 따른 지지율 추락으로 최근에는 이 지사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다만 민주당 차기구도가 이재명 vs 이낙연경쟁으로 고착화되면서 다소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제3후보론의 유력주자로 추 전 장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추 전 장관의 차기 지지율은 소폭이기는 해도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추미애 대권플랜이 극비리에 이미 가동 중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장관에서 정치인 복귀추미애, 연일 윤석열 저격수

추 전 장관은 연일 윤 전 총장을 때리면서 저격수로 나섰다. 윤석열 변수로 차기 대선판이 요동치는 가운데 기존 여야 유력주자들이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면서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장관에서 물러난 뒤 정치적 휴지기를 가졌던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직 사의표명을 전후로 격한 비판을 쏟아냈다. 본인의 페이스북은 물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거의 매일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정치적 입지를 키워 존재감을 부각한 뒤 차기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4일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과 관련해 이른바 부패완판이라고 반박한 것과 관련, “수사청이 설치되면 통제 불능의 일제 고등경찰이 탄생한다고 하는 것도 대국민 겁박이자 선동이라며 수사청이 설치되면 부패가 판을 칠 거라는 부패완판이라는 신조어까지 써가며 국민을 겁박한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입문 및 차기도전이 기정사실화되자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추 전 장관은 4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분의 정치 야망은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이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는 피해자 모양새를 극대화한 다음에 나가려고 계산을 했던 것 같다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대선에 참여하는 명분으로 삼는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실제 장관이 돼 들어가 보니 정말로 윤석열 사단이 실재했다아마 윤 사단을 만들 때부터 권력 야심을 갖고 본인의 정치적 행보까지 계산해 하나의 세력으로 키운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11일에도 부산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사건과 관련, “윤 전 총장은 대가성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절친 석동현 변호사를 의형제로 알려진 소윤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이 덮어줬다는 '윤석열 패밀리'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면서 “2017년 상반기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국회와 정치권이 어수선할 당시 검찰과 법원이 제식구가 연루된 법조비리 사건을 덮기로 했다는 세간의 의심을 피할 수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이밖에 주요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대중정치인의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을 애도하면서 국회는 속히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더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 달라고 주문한 게 대표적이다. LH투기 의혹에도 투기가 예상되거나 혹은 투기가 이뤄졌다고 의심되는 토지 개발 사업은 일시적이라도 중단하고 전면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한다토지이용개발 관련 중앙·지방 행정기관, 공기업, 지방공사의 공직자와 직원, 수탁기관, 대행사업자 등이 개발 계획 정보를 유출해 이익을 얻으면, 이익금의 5배까지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문 제3후보론적임자 없다면 추미애 등판설 솔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뉴시스

민주당의 차기 최종주자는 큰 틀의 변화가 없다면 이재명 경기지사 또는 이낙연 전 대표 둘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윤석열 전 총장이라는 메가톤급 변수의 등장으로 인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만 경쟁하게 될 경우 민주당 대선경선의 역동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너무 식상한 구도라서 국민적 이목을 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서 잊을만 하면 제3후보론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약점이 뚜렷하다. 이 지사는 민주당 대주주인 친문진영과의 거리감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지사의 탈당설은 물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끊임없이 떠돌고 있다. 이 지사 측과 친문진영은 모두 근거없는 낭설이라며 일축하며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차기지형의 유동성이 커질수록 언젠가는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대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절실하다. 당 대표 퇴임 이후 재보선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선거전망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지원들의 투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서울시장 보선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보선 승리를 통한 지지율 반등이 없다면 이 전 대표가 향후 차기 레이스에서 탈락하고 말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크게 보면 이재명 vs 이낙연양강구도 속에서 기존 구도를 뒤흔들 제3후보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경수 경남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강원지사를 지낸 여권 아이디어 뱅크인 이광재 의원, 경남지사를 지낸 여권 다크호스인 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친문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 전 장관의 경쟁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경협 의원은 추 전 장관의 차기 도전 관련, “중요한 대권 주자 중 한 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민주당 차기대선 경선에) 7~8명 대권 주자가 나설 텐데,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검증되고 결정되지 않겠나. 4.7 보궐선거 결과로 판이 완전히 출렁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추 전 장관의 지지율 상승세도 주목할 만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3일 공개한 여권 차기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에서 이재명 지사(34%), 이낙연 전 대표(17%)에 이어 5%를 얻으며 3위를 기록했다. 추 전 장관과 더불어 제3후보로 거론됐던 정세균 국무총리(4%),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박용진 의원(2%) 등을 제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추 전 장관의 차기 행보가 본격화할 경우 강성 지지층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전 장관 또한 차기 도전에 대한 의지를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vs 이낙연 구도는 약간 지루하지 않나저의 진심을 담아 집중하고 있으면 느낌이 올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4주기였던 지난 10촛불민심을 되새기면서 의미심장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차기 대선을 향한 추 전 장관의 솔직한 심정이 묻어나는 글이었다.

추 전 장관은 이제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탄핵 선고일,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개혁의 대장정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남긴다“4년 전 오늘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을 일삼던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오롯이 촛불시민의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전후로 긴박한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활약상도 소개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던진 대통령 자진사퇴와 총리직 제안에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오락가락 좌고우면할 때 제1야당 대표로서 이를 뚫고 한걸음 더 전진했던 일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누구는 추미애의 고집이라고, 누구는 추미애의 뚝심이라고 했다. 우리는 더 많고 깊은 개혁을 바라는 촛불시민의 뜻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 주역->당 대표 과의 전투로 차기대선 직행

추 전 장관의 정치인생을 돌이켜보면 친노·친문진영과의 인연은 롤러코스터급 행보였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추 전 장관은 2002년 대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촉망받는 차세대 리더였다. 다만 200417대 총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면서 친노진영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해 친노·친문진영과의 거리를 좁히기에 나섰지만 과거의 악연은 한순간에 해소할 수 없었다.

분기점은 2017년 대선 전후였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것은 물론 19대 대선 승리, 20186월 지방선거 대승 등 굵직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구원투수로서 긴급 투입됐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법무부 수장에 오른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혈전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직진 앞으로를 외쳤다. 양측의 갈등이 커질수록 국민여론은 추 전 장관을 비호감 정치인으로 분류했지만 친문진영은 오히려 환호했다. 추 전 장관을 차기 주자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여권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추미애 전 장관의 차기 지지율은 5% 안팎의 미약한 수준이지만 차기 대선은 여전히 1년 가량 남아있다추미애 전 장관의 권력의지에 친문진영의 지지가 결합할 경우 4월 재보선 이후 민주당 차기 레이스를 뒤흔드는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12%의 미약한 지지율로 차기 대선에 도전했지만 이른바 전국적인 노풍(盧豊)’을 타고 대통령의 올랐다친노친문진영과의 악연을 털어내고 구원을 완전히 해소한 만큼 추 전 장관의 차기 행보를 여권 내부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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