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상 여러 측면...검찰, 한쪽으로만 바라봐”
- 검찰시민위원회, 대검찰청 수심위 소집 요구 수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삼성 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5개월 만에 재개되는 가운데,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도 재차 불거지며 삼중고에 처했다. 이 부회장 측은 “불법 투약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꾸준히 보이고 있지만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 소집 요구에 대한 심의를 앞둔 상황은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회계부정 등의 혐의 재판은 준비기일을 마치고 오는 25일부터 본격적인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5개월 만의 재판 재개, 프로포폴 의혹까지 삼중고(三重苦)
- “경찰 수사, 불법 투약 혐의 확인된 바 없어”...재계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고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지난해 첫 준비기일에서 “통상적 경영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범죄라는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에 대한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절차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격을 놓고 검찰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이 팽팽히 맞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검찰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합병’, 변호인 측은 ‘경영개선 목적’을 각각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이 세운 ‘프로젝트G’에 따라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고평가해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이 과정에서 투자업자들을 압박하고, 허위 호재 정보를 공표하는 등 경영상 필요와는 무관한 행위로 주주의 신뢰 관계를 저버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경영실적과 신용등급이 상승했다”는 입장이다. 경영권 안정과 순환출자 등 규제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사업상 여러 측면이 있는데, 검찰은 한쪽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잦은 법정 출석, 부담감↑
프로포폴 투약 혐의까지 


이 부회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재판부터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재판부는 재판 일정을 5월까지는 격주로, 6월부터 매주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잦은 법원 출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프로포폴 투약 의혹 관련 검찰 기소가 현실화될 경우 이 부회장은 심하면 1주일에 2번 다른 사건으로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A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불법 투약은 전혀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에서도 불법 투약 혐의가 확인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불법 투약을 한 바 없다는 사실은 지인과 병원장의 일관된 진술로 입증되고 있다”며 “수사에 따른 경찰의 요청에 적극 협조했는 바, 이는 결백을 분명하게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민위, 소집 요구 수용
수사 지속? 변수 생기나?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에도 서울 B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지만 이 부회장 측은 ‘정상 진료’라며 수심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어 지난 1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사건에 대한 대검찰청 수심위 소집 요구를 수용했다.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 수사의 기소 여부, 수사 계속 여부 등을 판단하는 기구다. 이로써 무리한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한편 이 부회장 측이 수심위 판단을 요청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 측은 지난해 수심위 판단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수심위는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와 수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검찰은 수심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다. 이렇다 보니 여론은 검찰이 이번에도 수심위 권고를 무시하고 수사를 계속 진행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무시하면 검찰이 자체적으로 만든 수심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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