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신도시 철회 ‘물거품’ 가능성은?...사라진 공직 기강, 투기‧불공정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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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문 [LH홈페이지]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검‧경이 협력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투기 조사 수행, 투기 근절방안,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LH 사태’로 불리는 이번 투기 의혹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국민 분노도 점차 고조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 분야 불법·불공정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 국민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만큼 사태의 향방을 둘러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른바 ‘LH 사태’ 정치권 핫이슈 부상...성난 민심, 조롱‧비판 쏟아져
- 공직 기강 해이‧무너진 사회 질서...특정 인사 향한 책임론‧사퇴론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검·경의 유기적인 협조를 당부한 가운데, 검찰과 경찰은 지난 11일 수사기관 협의회를 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수사준칙 제9조에 따르면 수사기관 간 협조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의견을 협의·조정하기 위해 수사기관협의회를 개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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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은 이번 LH 의혹을 포함한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 ‘핫라인’을 구축하고,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등을 신속히 청구하기 위한 전담반을 설치하기로 했다. 검·경은 대검과 경찰청 간 핫라인 뿐만 아니라, 일선 검찰청과 시·도경찰청 간 핫라인 등 고위급·실무급 협의체를 구축하고 초동수사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의심 직원 총 20명
vs “동명이인만 80여명”

정부는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LH의 전 직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토지거래를 조사에 나섰다. 이후 정부는 지난 11일 조사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는 내용과 함께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직원 13명 외에 7명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투기 의심사례는 주로 광명·시흥 지구에 집중됐고 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서도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정 총리는 “이번 조사과정에서 토지 외의 주택 거래내역을 확인했다”며 “대부분이 아파트로 고양시 행신동과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거래내역 모두를 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해 수사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투기행위를 한 공직자 등은 곧바로 퇴출시키겠다”며 “현재의 법과 제도를 총동원해 투기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고 국가 기강을 무너뜨린 범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키도 했다. 정 총리는 “오늘 LH 조사결과 발표는 시작일 뿐으로,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서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며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허위매물, 기획부동산, 떳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에 대해 한층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야당 일각에서는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 명의 정보제공 동의서를 야당에도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정 총리의 발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서 1000㎡이상, 지목이 전 또는 답으로 된 등기부를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광명시·시흥시 일대 토지를 사들인 사람 중에 LH 직원과 이름이 일치하는 사람만 약 8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몇 명이 LH 직원인지는 알 수 없는 만큼 정보제공 동의서를 야당에도 공유해 준다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 의원은 “면적이 1000㎡이하이거나 지목이 전·답이 아닌 임야·잡종지인 경우도 현재 당 차원에서 등기부를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며 “다음 주 중으로 LH 직원과 이름이 일치하는 사람의 투기 여부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태는 정치권으로 확전 
‘LH로남불’·‘LH땅LH산’
분노한 국민...패러디 봇물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은 정치권 핫이슈로 부상한 만큼 사태를 둘러싼 날선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번 정부 조사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큰 헛웃음을 줬다”며 “고작 투기꾼 7명 더 잡아내자고 패가망신 거론하면서 법석을 떨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윤희숙 의원은 “지인이나 차명 거래는 물론이고 배우자 기록도 조사된 바 없는 ‘무늬만 조사’”라고 혹평했다. 정의당도 국민의 분노를 제대로 인식 못한 ‘맹탕 발표’라며 비판에 나섰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투기자들에게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주고 의혹만 일파만파 확대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향한 비판에 앞서 특정층에서는 일부 인사에 대한 비판이나 사퇴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난 민심의 기세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LH 땅 투기 사태를 비판하는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LH’와 한글 ‘내’의 표기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제작물 등이다. 해당 패러디 제작물에는 ‘LH로남불’ ‘LH혼자 산다’ ‘LH땅LH산’ ‘LH부자들’ 등이 포함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 9일 경찰이 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당시 한 네티즌은 ‘어제 새벽 2시 LH 본사 상황’이라며 불이 밝혀진 LH 본사 사진을 올려 화제 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새벽2시 넘도록 증거인멸중’이라는 글을 포함시켰으며, 해당 게시물에 일부 네티즌들은 ‘야근의 이유’, ‘파쇄기 고장났겠다’ 등의 조롱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LH 주도의 제3기 신도시 지정 철회해 달라’는 등 사태와 관련한 글이 올랐으며 수만 여 청원 동의를 얻고 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2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번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며 “그러한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고 대출 과정상 불법부당 또는 소홀함은 없었는지,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이 대출 절차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은 광명·시흥 토지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북시흥농협에서 5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민주당에 ‘LH 사태’와 관련해 특검 수사를 건의했고, 약 1시간 후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특검도 하겠다”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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