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임기 2년을 채울 것으로 기대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2019년 7월 25일이 임기시작일이니 4개월 이상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사퇴한 것이다. 여당 정치인들로부터 검찰총장을 그만두라고 갖은 인격적 모독을 당하면서도 버텨낸 그였기에 의외였다.

그가 2년 임기의 검찰총장직을 끝까지 채우리라고 생각했던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그 자체로서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가 되거나 정치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나타냈기에 그런 대통령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셋째, 검찰내부의 신망이 높은 그가 검찰개혁의 칼날 앞에 선 그의 졸개들을 모른 척 할 수 없기에 졸개들을 위한 방패막이 역할에 최선을 다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장모가 연루된 비리사건은 언제든지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이슈이기에 그러한 이슈를 관리하면서 리스크(risk)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에는 현역 검찰총장이라는 직위가 대단히 매력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임기 4개월여를 남기고 전격적으로 사퇴한 이유 또한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얽어매려 시도했지만, 자신은 국민의 검찰총장, 대한민국의 검찰총장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의 체급을 한껏 끌어올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정부여당으로부터의 갖은 핍박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졸개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몸을 던져서라도 저항하는 순교자 코스프레가 가능한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이미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장모 비리사건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사전정지작업을 완벽하게 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검찰총장이라는 직위가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선을 1년 앞둔 지금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20대 대선에 도전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도 지지자들을 결집하는데 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여당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지막 정치검찰’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의 검찰로서의 마지막은 정치검찰다운 행보였다. 그가 검찰총장 사의(辭意)를 통해 밝힌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 발언은 칼(劒)로 하던 정치에서 입(口)으로 하는 정치로 바뀌었다는 신호탄이었다. 정치인으로서의 사의(邪義)를 만천하에 고한 것이다.

그의 검찰총장 사퇴를 기다렸다는 듯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등 많은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정치인 윤석열은 지난 몇 달간 대선 레이스를 주도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단순한 덕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학을 전공한 필자는 단언한다.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군사쿠데타 후에 사복으로 갈아입은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문민화가 되지 않은 군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눈에는 군복과 검사법복이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인다.

다만 그에게도 정치적인 역할은 있다. 그가 우리나라 보수정치세력의 부활을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그의 판단은 성공적인 것이며 그는 이미 훌륭한 정치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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