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 4.7 재·보궐선거… ‘부동산 비리 전투’ 결과에 주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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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오는 4월 치러질 4.7 재·보궐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LH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여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10년 전 땅 투기 의혹 사건과 함께 야권 인사 연루설이 돌고 있는 부산의 엘시티(LCT) 특혜 분양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에 야당은 ‘물타기’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LH 사태와 전(前) 정권 비리 의혹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비리 전투’ 결과에 따라 4.7 재·보궐선거의 판세가 결정될 전망이다.

- 與,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제기 vs 野 “LH 사건 물타기… 네거티브 선거”

- 文·與 핵심 지지층 3040·수도권 세대 등 돌려… 부정 평가 일제히 상승

대선을 1년여 앞둔 가운데 ‘미니 대선’이라고 불리는 4.7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사망, 오거돈 전 부산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여당과 야당이 부동산 비리 난투극을 벌이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본격화된 형국이다.

서울과 부산 시장 모두 여당에서 배출한 인물인 데다 불미스러운 일로 시장직을 내려놓은 점에서 여당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판국에 LH 사태까지 터지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여당이 전 정권 비리 의혹을 부각시켜 역공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여당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와 함께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과 관련된 부산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쟁점화시켰다.

내곡동 땅 투기 의혹
오세훈 “망신 당한 소재”

지난 10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오 후보의 권력형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부인이 보유한 토지에 대해서 국토교통부에 (보금자리주택) 관련 지정을 해 달라고 공문을 보낸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심각한 부동산 비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박영선 후보 캠프를 중심으로 여당에서는 오 후보가 과거 가족·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해당 의혹 자체가 10년 전 해소된 상태”라며 “10년 전 한명숙 후보가 문제를 제기했다가 망신당한 소재를 다시 꺼낼 정도로 자신이 없나”라고 맞섰다.

야당은 “전형적인 물타기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의 이 같은 공세에 “그것은 상투적으로 하는 수법”이라며 “진실도 아닌 걸 꺼내 들었기 때문에 우리 선대위 차원에서 적절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LH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3년부터 조사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야당은 ‘악성 물타기’로 판단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뀐 지 4년이 지났는데 이 정권의 부정비리 조사도 못하면서 그 앞까지 언급하는 자체가 아주 의도가 불순하다”며 “민심이 뒷받침되면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끊임없는 의혹 제기에 야당은 “정부가 LH 사건 물타기에 나서더니 이제 여당이 본격적인 네거티브 선거에 나섰다”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좌: LH 본사 [뉴시스] 우: 부산 엘시티 [해운대 엘시티 레지던스 홈페이지] 

 

엘시티 특혜 의혹 신경전
국민 실망감… 부정 평가↑

부산에서는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문제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며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부산 지역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한 엘시티 특혜 분양용 별도 리스트가 있다’는 진정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자신의 SNS에 “엘시티 관련 특혜 의혹이 또 터져 나왔다. 특혜 분양 리스트에는 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장관, 검사장, 법원장 등 100여 명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 있다고 한다”며 “20대 국회 당시 자유한국당 현직 국회의원이 엘시티 개발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공수처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엘시티 특혜 공격에 부산시당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 확인차 부산 의원 전수조사했다. 부산 야당 국회의원 중 엘시티 특혜분양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가짜뉴스에 편승하는 김영춘 후보는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4.7 재·보궐선거와 대선이 다가오는 시점에 초대형 악재를 만난 여당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은 정부와 협의해 공직사회의 투기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종합적 입법을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민심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인 3040세대와 수도권 지역의 실망감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30대가 5.7%포인트(p)가 올랐고, 40대는 4.3%p가 올랐다. LH 투기 의혹이 발생한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도 부정 평가가 5.4%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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