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김학의 사건’ 직접 수사 아닌 ‘檢 재이첩’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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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인사위원회 [사진=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을 두고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지난 3일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유력한 수사 대상 후보로 알려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처리를 놓고 깊은 고심 끝에 결국 검찰로 재이첩했다. 공수처 검사 등 수사팀 구성이 4월 초에 마무리되는 만큼 그전에 직접 수사에 나설 경우 ‘수사 공백’ ‘공정성 논란’ 등의 우려 때문이다. 공수처 1호 사건은 다음 달에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 김진욱 공수처장 ‘수사 공백’ ‘공정성 논란’ 우려한 듯

지난 12일 공수처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진욱 처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수사처가 구성될 때까지 검찰 수사팀에 다시 이첩해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방지 등 공수처법 취지상 공수처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검사·수사관 선발에 3∼4주 이상 소요될 수 있어 수사에 전념할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사팀 구성과 사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한다면 자칫 공수처 수사에 불필요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수사는 공정해야 하는 동시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검찰에서 수사 인력을 파견 받아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검사를 파견 받는 게 공수처 취지에 맞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경찰 이첩 방안도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수사 여건과 검찰과 관계 하에서 그동안 사건 처리 관행 등도 고려해야 했다”고 전했다. 또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들었고,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의혹 사건에서 보듯이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도 경청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직접 수사’ 가능성 언급… 검찰에 다시 넘긴 이유

지난 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가 수사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접 수사 가능성도 내비쳐왔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 선발 등 조직 구성이 끝나지 않았고, 검찰이 해당 사건을 계속 수사하던 상황에서 넘겨받아 한 달 가까이 수사 공백이 생길 경우 발생할 ‘봐주기’ 논란 등을 우려해 검찰 재이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이날 “공수처 수사가 원칙이라는 점은 내부 이견이 없었다. 공수처가 수사하는 걸 전제로 어제까지 검토하다 막판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검사 임명 때까지 현 수사팀에서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는 게 수사 공백이 없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수처 ‘1호 수사’보다는 조직 및 제도적 토대마련이 우선이라는 김 처장의 평소 생각도 이번 재이첩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지난달 25일 관훈토론회에서 “공수처 1호 사건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보다는 수사에 있어서 적법절차를 잘 준수하는 등 기관이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초대 수장으로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임기 내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김 처장은 다만 공수처 수사팀이 완성되면 사건을 다시 가져올 가능성도 열어 놨다.

공수처 인사위 첫 회의… 김 처장, 기대감 드러내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2일 인사위원회 첫 회의에서 유능한 인재가 공수처 검사로 선발될 수 있도록 인사위원회에 협조를 부탁했다. 이날 김 처장은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인사위로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회의에서는 위원님들에게 공수처 출범 이후 그간 추진해오고 향후 추진할 검사 임용 방안에 대해 보고드릴 계획이다”고 했다.

이어 “검사 임용은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 공개모집 방식을 채택하고 지난 1월 말부터 시작해 공고, 원서접수, 서류전형까지 완료한 상태”라며 “오늘까지 면접위원과 위원님이 참고하도록 상사·동료·부하 등을 대상으로 한 평판 조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면접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와 관련한 안건보고 후에는 허심탄회하게 위원님들의 고견을 듣고 검사 추천 관련 심의·의결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에서 말을 감정하는 ‘백락’을 언급하며 검사 선발과 관련해 인사위에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중국 춘추시대의 백락은 천리마를 간파하는 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며 “공수처 인사위도 백락과 같이 우수하고 유능한 인재가 그 재능에 걸맞은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공수처 인사위원회·검사 후보자는 누구?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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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이 최종 마무리됐다. 

이로써 인사위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법연수원 21기·대통령 임명)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23기·대통령 임명) ▲나기주 법무법인 지유 대표변호사(22기·더불어민주당 추천) ▲오영중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39기·더불어민주당 추천) ▲김영종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23기·국민의힘 추천) ▲유일준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21기·국민의힘 추천) ▲이영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22기·공수처장 위촉) 등이다. 

이들 가운데 검찰 출신은 여야 추천 위원 3명과 처장 위촉 위원 1명 등 4명이고, 판사 출신은 처장과 차장 2명, 변호사 출신은 여당 측 위원 1명이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첫 인사위 회의에서 검사 후보자 면접심사 기준과 방식, 채용 과정 등에 대해 전했다. 인사위는 면접 결과를 넘겨받아 재차 검증을 거친 뒤 대통령에게 검사 후보자를 채용 예정 인원의 2배수 이내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검사 25명 중 검사 출신은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김 처장은 검사 출신을 최대한으로 뽑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수사관 면접은 내달 5∼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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