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재경 정치평론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내년 대선판 자체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윤 전 총장 사퇴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단숨에 1위를 차지하면서다. 사실 전망은 엇갈렸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번 사안은 과거와 다르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 정치적 행보를 옮겨갈 가능성은 전무하고, 그나마 점칠 수 있는 행선지가 국민의힘 진영인데 그마저 당장 현실화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일단 제3지대에서 이른바 반문 빅텐트를 치고 중도 진영을 흡수하면서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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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종.이인제.고건.반기문 모두 실패한 3후보론
- 제3지대냐 국민의 힘이냐 찬반 여론은 비등비등

지금까지 한국 정치사에서 제3지대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진 뒤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윤 전 총장에게 과제라면 과제다. 기존 중앙정치 세력에 편입하지 않고 오롯이 독자적으로 기반을 새롭게 다져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탓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제3지대 성공론을 쓰는 최초의 정치인이 될지 아니면 중도진영의 울타리를 치고 몸집을 키운 뒤 기존 정당으로 들어가 청와대행에 성공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마뜩찮다. 여당이야 당연히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에서조차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성공에 대해 회의적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정계 진출에 대해 "성공한 예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3지대냐 국민의힘이냐는 호사가들이 하는 이야기"라며 "괜히 정치권에서 이러쿵저러쿵 추상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지금으로서는 정치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3지대론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당 차원의 부담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즉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이 불을 피우면 피울수록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정치적 영향력을 줄어들 것이 뻔하다.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고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보면서 상황 판단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범야권, 윤석열 제3지대 출마 회의론우세

실제 사례를 보면 성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제3지대 주자로 대선판을 흔들었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박찬종 전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그렇다.

구체적으로 1992년 정주영 중심의 통일국민당이 제14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정 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뒤 한 달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당은 무려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이다. 건국 이래 최초로 제3지대 성공론을 써가는 듯 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며 당당히 의회권력의 한축을 차지했고, 이를 기반으로 정 회장은 대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대선 성적은 초라했다. 득표율 16.3%3위에 그쳤다. 이후 정 회장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했고 의원들도 탈당하면서 돌풍의 당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박찬종 전 의원과 국민신당의 이인제 전 의원,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모두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제3지대 세력화를 이루지 못했다. 현역 정치인으로서는 안 대표가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범야권 반문연대의 건설을 도모하고 있다. 안 대표는 윤 전 총장과 함께 제3지대 기반 다지기에 올인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으로서도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꾸리는 것 보다는 중도지점의 기반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안 대표의 영역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사실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한국 정치판에서 중도를 지향하는 제3지대의 성공은 쉽지 않다는 게 통설이다. 거대 양당의 구도에서 이른바 틈새시장을 넓혀가야 하는데 세력화의 기로에서 중도 특유의 이슈에 대한 다소 미온적 입장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호남과 영남으로 대표되는 지역구도도 제3세력화에는 걸림돌이다. 지역색이 강한 선거판에서 중도라는 지대의 기반을 다지기에는 여러모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나아가 인물 중심의 제3지대론이 일정 부분 반짝 지지율로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나, 세력화 과정에서 해당 인물의 이미지가 소진되고 정책과 정무적 판단 미스가 반복되면서 갈 길을 잃어가는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정치적 상황에 의해 특정 정치인이 높은 지지율로 정국을 주도하는 듯하다가도 시간이 길어지면서 낮은 정치력이 바닥나고, 세력의 취약화가 드러나면서 결국에는 바닥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을 향한 무리한 수사를 기반으로 지지율이 오른 인물이라며 현실 정치에서 수많은 정무적 검증 과정을 밟으면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지지율이라는 게 마치 연예인의 인기처럼 한순간에 반짝 하다가도 언제든 가라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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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 영남 지역구도 제3 세력화 막는 걸림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의 사례와 달리 윤 전 총장은 그간의 과정이 다르고 앞으로의 방향도 다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전망이다. 즉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각각 총리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직에서 비롯된 기반이 지지율로 이어졌지만, 윤 전 총장은 오히려 그 반대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은 자신을 검찰총장에 앉힌 현 정권과의 대립 국면에서 정치권으로 떠밀리듯 옷을 벗었다. 직책의 이점 그리고 정권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는 것이 앞선 이들과는 상황이 반대다.

더구나 현 정권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 역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에서부터 최근 검찰의 수사권 박탈 추진까지 현안마다 윤 전 총장이 현 정권과 궤를 달리할 때 마다 지지율이 오른 것이 과거의 사례와는 구별된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결국 찻잔속의 태풍으로 일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 다섯 차례의 대선을 보면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가 최종 당선에 성공한 경우가 두 차례였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세 차례였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승리했던 제15대와 제16대 대선에서는 모두 후발주자였던 이들이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누르고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이 전 총리는 공히 1년전 조사에서 1위로 유력 주자였다하지만 제17대와 18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지지율 1위의 유력 주자가 그대로 청와대로 입성한 것이다. 19대 대선의 경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년전 유력 주자로 지지율의 꼭대기에 자리했지만 최종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에 따라 적어도 39일 기준으로 여론조사 1위 윤석열 전 총장이 내년 대선에 나설 경우 과거 사례만 적용하면 최소 40%는 성공 확률을 갖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다른 경쟁자들의 상황도 윤 전 총장에게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우선 이 지사는 기본소득 이슈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지사는 비록 여권내 친문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현안마다 톡톡 튀는 발언으로 순발력을 보여왔다. 특히 과거 시장직서부터 도지사까지 본인만의 정책 노선까지 갖추고 있다. 지지율의 추세적 흐름도 괜찮다. 이 전 대표와 달리 지지율이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고, 여권내 마땅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과도 맞물려 시선이 이 지사에게 쏠릴 수 밖에 없는 구조도 견고한 이 지사 지지율 유지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으로서는 대척점의 경쟁자로서 이 전 대표보다는 이 지사가 사실 더 어울리는 카드로 볼 수 있다양강 구도로 흘러간다고 볼 때 반문 연대의 틀을 쥘 수 있는 윤 전 총장이지만 이 지사는 범여권에서 친문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지사와 달리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라는 프리미엄에 여당 대표까지 지낸 경륜으로 인해 상당기간 지지율 1위를 지켜왔다. 심지어 한때는 지지율이 무려 50%에 육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은 뚝 떨어져 주로 세 번 째에 이름을 올리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제3세력 국민의힘 출마 차이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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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본인의 중도적 성향으로 인해 정책과 정무 이슈에 대해 노선을 선명하게 가져가지 못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신만의 정치 프레임을 만들어 이슈 파이팅을 하는 면에서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적 계기가 연초에 불거진 사면론이다. 물론 당에서 대표로서 중심을 잡아야 했던 만큼 상황이 그렇지 못했던 점도 있다. 즉 친문 중심의 당 지지세력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자신만의 노선을 고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당 대표직을 던진 지금부터가 이 전 대표에게는 중요하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일반적 평가다. 한 정치 평론가는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의 결과가 중요한데 가덕도특별법까지 밀어붙인 부산의 결과가 더 중요하다""질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표를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0일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 돌풍이 예사롭지 않음이 확실히 드러난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조사 결과의 핵심은 윤 전 총장이 내년 대선에서 '3세력' 또는 '국민의힘' 중 어느 쪽 후보로 출마하든 지지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윤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나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을 때 각각의 투표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제3세력 후보 윤석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5.3%,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6.1%였다. 이어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5.2%였으나,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7.1%. 3세력 출마와 국민의힘 출마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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