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마저 ‘회생절차’ 보류… 쌍용차 목 빠지게 기다리는데 산업은행 ‘냉랭’

쌍용자동차의 평택 공장이 생산 재개에 들어갔다. 잠재적 투자자와 협의를 이어가며 기업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회생절차를 유예했지만, 산업은행은  추가 자금 투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평택 공장이 생산 재개에 들어갔다. 잠재적 투자자와 협의를 이어가며 기업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회생절차를 유예했지만, 산업은행은 추가 자금 투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한 가닥 희망이 비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 뉴 렉스턴 등 신 차의 선전으로 지난해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긴 데다 인도중앙은행(RBI)이 대주주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 지분 감자를 승인했다. 일부 업체와 외국계 부품 협력사들의 부품 납품 거부로 부득이 중단됐던 생산라인도 가동을 재개했다. 노조도 쌍용차와 뜻을 같이하며 힘을 실어 줬다. 돌아오는 부채 만기일을 감당하지 못해 신청했던 회생절차도 법원의 유예 결정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잠재적 투자자와 조속히 협의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쌍용차지만 아직 관문이 남았다. 

HAAH오토모티브, 쌍용차 2800억 원 유증…산업은행 투자 동참 요청
단돈 1원 못 준다던 산업은행, 태세 낮추면서도 추가 자금 투입 ‘글쎄’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코로나19가 전국적인 확산세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던 무렵 위기가 확대됐다. 앞서 경기가 나빠지면서 실적이 줄어들고 있긴 했으나, 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대주주 마힌드라는 지난해 초부터 2300억 원을 투입하고 산업은행의 지원 및 일부 내부 자금 마련 등으로 총 5000억 원의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인도 전역에 퍼져버린 코로나19로 인도 현지의 마힌드라 사업에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급기야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단기 지원금 400억 원만 투입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쳤다. 7월부터 이어진 부채의 만기에 쌍용차는 유휴자산 가운데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 부족했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으로 눈을 돌렸지만, 당장 산업은행은 추가 지원에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쌍용차는 전전긍긍하며 방안 마련을 위해 각 처의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 당했다.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안이 나왔다. 산업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이 나서서 기간산업안정자금(기안기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은 “쌍용차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외면…쌍용차 외로운 싸움

쌍용차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현지의 피해 확대로 예정됐던 대주주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코로나19에 의한 피해가 아니면 뭔가”라며 산업은행 등에 따져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노(No)‘였다. 

결국 쌍용차는 자구안으로 지난해 9월 직원들의 복지 중단과 축소를 1차적으로 결정하고 전체 직원들의 상여금 200% 반납 및 POI 성과금 등 인건비성 급여마저 반납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당시 이를 통해 약 1000억 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구로 서비스센터와 부산 물류센터 매각까지 이어졌다. 

쌍용차의 이런 자구적인 노력에 수차례 만기 부채가 연장도 됐으나, 결국 지난해 12월21일  최종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의 보류를 요청하는 ARS 프로그램을 법원에 허가받아 대주주 마힌드라 및 잠재적 투자자와 함께 협의를 통해 회생절차 및 기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쌍용차의 실적 향상에 큰 역할을 한 티볼리에어. [이창환 기자]
쌍용차의 실적 향상에 큰 역할을 한 티볼리에어. [이창환 기자]

이와 관련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11일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 보유 지분(74.65%)에 대한 감자를 승인한다는 결정을 전해 왔다. 쌍용차에 따르면 이는 인도중앙은행이 자국 기업의 외국투자 지분 매각 시 ‘25% 이상의 감자를 불허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5% 이상의 감자를 예외적으로 승인한 것이다. 

쌍용차는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부품협력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해 온 결과 평택 및 창원공장 생산 라인을 재개하게 됐다”며 “마힌드라의 지분 감자에 대한 인도중앙은행의 승인도 내려졌으므로, 잠재적 투자자와는 협의하며 기업정상화가 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 나서는데 산업은행 뭐 하나

다만 여전히 넘어야할 관문이 남아있다. 업계에 잠재적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계 자동차 유통기업 HAAH오토모티브가 약 2억5800만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지분을 취득하고 대주주가 되는 계획을 세우면서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마힌드라가 지난해 2300억 원의 투입을 계획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사한 수준의 추가 투자를 요청했던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0HAAH의 계획대로라면 4000여억 원에 이르는 쌍용차의 공익채권이 남아 이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독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느낌이 강하다. 최근 김동걸 회장의 노조에 대한 요구나 산업은행의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보아도 마찬가지”라며 “실제 기안기금도 산업은행이 언급한 코로나19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체로 볼 수 없는 아시아나 항공을 대상으로 선정하면서도 쌍용차를 배제했던 사례로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최근 산업은행은 스탠스를 변경했다. 김동걸 회장이 쌍용차 노사를 압박하며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 산업은행이 수위를 낮추며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을 준수하는 수준에서의 요구를 해 나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울러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과정을 보며 채권자로서의 지원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는 법원마저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를 유예한 채 보류하고 잠재적 투자자와의 조속한 협의 마무리를 기다리는 마당에 산업은행이 계속 외면할 수 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HAAH와의 협의에서 요구되는 산업은행의 추가 자금 투입과 관련해서는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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