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위기’···자성론-볼멘소리 쏟아져

LH 깃발. [뉴시스]
LH 깃발.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정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LH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이틀 연속 소속 직원의 사망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LH가 술렁이는 모양새다. 이번 사망 사고로 LH 내부에서는 흉흉한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다고 한다. 일요서울은 기관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LH의 분위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정부 대책 온도 달라졌다?···슬그머니 LH 해체환골탈태

LH 직원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LH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의 한 농장 컨테이너에서 LH 파주사업본부 소속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성남 분당에서 LH 고위급 간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하루 만이다.

지난 12일 숨진 고위급 간부는 퇴직 1년을 앞두고 LH에서 본부장급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며 최근까지 출근을 했다고 한다. 그의 유서에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의 수사 의뢰나 내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경찰 수사에서도 이들이 이번 사태에 연루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비판 여론 최고조

극단적 선택이 이어진 가운데, LH에 대한 비판 여론은 계속됐다. 직장인들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하루에도 100건이 넘는 LH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 글에 달린 댓글까지 포함하면 LH에 대한 비판글은 연일 몇백건을 넘는 수준이다.

당초 블라인드에서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일부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아니)꼬우면 입사하든가, 차명으로 해 뒀는데 어떻게 찾을거냐’ 등 막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또 정부 수사 성과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직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블라인드에는 고인들에 대한 막말과 조롱성 글이 줄을 이었다.

회원들은 “자업자득이다”, “LH분들, 자수해서 광명을 찾아라” 등의 글을 올렸다. 일부는 “아무리 익명이지만 선을 넘지 말자”, “아직 확인된 건 없다”는 글도 달렸다.

지난 9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아니)꼬우면 입사하든가’라는 게시글은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LH 사장 직무대행은 지난 14일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해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LH는 이 작성자가 허위사실 기반의 자극적 내용을 담아 글을 게시해 공사의 명예를 현저히 실추시켰고, 사태 수습과 재발방지를 위한 자체 노력을 저해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수사기관 조사 등을 통해 게시글 작성자가 LH 직원임이 밝혀지면 즉각 파면 등 징계조치를 취하고,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일벌백계한다는 방침이다.

‘한 지붕 두 목소리’

정부

LH는 내부적으로도 충격이 크지만 기관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과연 더 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17일 LH 존폐 가능성을 포함한 쇄신 방안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 경실련 대강당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로 대한민국 사회가 폭발하면 모든 정책이 결국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부동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 따로, 다른 정책 따로 생각하다 보니 결국 부동산이 올라와 폭탄처럼 튀어나왔다”면서 “차라리 이럴 바에는 LH나 건설부 주택국(현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 같은 것을 없앨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H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술렁이는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감하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성론과 “일부 직원의 일탈 때문에 조직 전체가 뭇매를 맞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함께 나오는 형국이다.

LH는 의혹이 제기된 직원 전원을 즉시 직위해제하는 등 수습을 시도했으나,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대책의 온도가 미묘하게 변화되고 있어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 총리가 LH 해체까지 언급하면서 맹공을 퍼부었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골탈태’를 언급하며 주요 기능 분산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 LH 해체 및 완전 분사 등을 추진할 경우, 3기 신도시 추진 과정의 차질을 비롯한 집값 불안정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우선 정부는 이달 말까지 LH 사태 재발 방지대책과 혁신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또 기존 주택공급대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한 지붕 두 목소리’가 나오면서 LH 개혁안이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셀프 개혁안’을 내놓더라도 국회에서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결국 LH 개혁안은 LH 법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강수를 둘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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