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전경 [사진=김혜진 기자]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전경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서울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명소, 그리고 장인(匠人)들이 있다. 일요서울은 드넓은 도심 이면에 숨겨진 곳곳의 공간들과 오랜 세월 역사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뉴트로 감성이 돋보이는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문화 공간 ‘꿈마루’다.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안에는 지난해 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꿈마루’가 있다. 이 3층짜리 건물을 겉에서 봤을 때는 ‘멋지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두컴컴한 건물을 다시 한 번 바라보니 선뜻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뭔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꿈마루 앞 낡은 나무 표지판에는 ‘꿈마루 건물이 색이 바래고 거칠어 보이죠?’라는 질문과 함께 “꿈마루는 역사와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겉치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1970년 최초의 옛 모습을 보존하고 40년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모습 안에 현대적 새집을 들여앉힌 방식으로 재생된 건축물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2층 피크닉 정원 테이블에 놓인 바둑판 [사진=김혜진 기자]
2층 피크닉정원 테이블에 놓인 바둑판 [사진=김혜진 기자]

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리는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의 비(妃) 순명황후 민씨의 능을 모신 공간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곳 능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일본인 관리와 사업가들을 위한 골프장으로 조성됐다. 해방 이후에도 골프장으로 운영되다가 1970년 “골프장을 한적한 곳으로 옮기고 어린이대공원으로 조성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어린이대공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올해 기준으로 50년이 된 건물 꿈마루는 어린이대공원이 골프장이었던 당시 이용자들을 위한 편의 공간으로 마련됐던 컨트리클럽하우스였다. 골프장이 어린이대공원으로 바뀌면서 꿈마루도 내부 공간을 개조해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전시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건축 100년’에 선정되기도 한 꿈마루는 현대건축계 1세대 나상진 건축가가 설계했다. 수평성을 강조한 과감하고도 자유로운 양식은 현재까지도 세련된 건축미를 자랑한다.

2011년에 세 번째 개조를 한 꿈마루는 옛것과 새 것의 조화라는 의미를 통해 거듭났다. 건물에 깃들어 있는 ‘시간의 기억’을 보존한다는 취지 아래 새로운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재생된 셈이다. 건물을 둘러보니 지하 1층에는 넓은 카페가 있고, 1층은 로비·상황실, 2층은 피크닉정원·관리사무실, 3층은 북 카페·다목적홀로 이뤄져있다. 

3층에서는 대공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김혜진 기자]
3층에서는 대공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김혜진 기자]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해 로비를 지나 2층 피크닉정원으로 향하자 전체적으로 갈색 벽돌이 촘촘하게 이뤄진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도 여러 개 비치돼있었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오래돼 보이는 얕은 호수가 있고, 미니 도서관도 운영되고 있다. 이 고즈넉한 공간에서 따사로운 볕을 쬐고 있는 시민들도 보였다. 한 테이블에는 바둑판과 바둑알이 놓여있어 단골손님들도 종종 오는 듯 짐작됐다. 

2층에서 계단을 오르니 시야가 탁 트였다. 3층 난간에 서서 밖을 바라보면 어린이대공원의 전체적인 모습이 훤히 보인다. 또 차가운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분홍빛 보랏빛 꽃과 싱그러운 나무들이 자라는 정취도 감상할 수 있다. 3층 북 카페는 현재 운영이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책을 한 권 들고 이곳을 찾아도 충분히 좋을 듯했다. 북적대는 도시 안에 가히 숨겨진 쉼터라고 할 수 있겠다. 봄바람 휘날리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명소다.

[편집=김정아 기자/사진=김혜진 기자]
[편집=김정아 기자/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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