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조사, 품질 문제없다” 사과에도...뿔난 소비자 불매 조짐

[오뚜기 홈페이지 갈무리]
[오뚜기 홈페이지 갈무리]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국민 식품 기업 ‘갓뚜기’로 불려온 오뚜기가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100% 국내산으로 표기해 판매해 온 일부 건미역 제품에 중국산 미역이 혼입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미역 혼입 의혹은 오뚜기의 하청 식품업체로부터 비롯됐다. 해당 업체는 원산지 표기위반, 밀수 등 7개의 혐의로 현재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며 오뚜기를 향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 하청 식품업체로부터 비롯, 7개 혐의로 해양경찰청 수사 진행중
- 함 회장 관련 논란 재조명으로 번져...브랜드 이미지 타격 없나



해양경찰청은 지난 1월 전남 여수에 있는 오뚜기 하청 식품업체에 대해 원산지 표기위반, 밀수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해경은 이 업체가 국내 미역을 중국으로 보낸 뒤 일부를 현지에서 판매하고, 부족한 양을 중국산과 섞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해당 업체가 중국에서 중국산 미역을 대량 구입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미역 매입 규모는 3000톤으로 우리 돈 5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자 비판, 불매조짐도
전액환불 조치‧사과문 발표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은 오뚜기를 향해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 1월 해당 업체가 중국산 미역 혼입 관련 해경 수사를 받은 사실을 인지한 이후 거래를 중단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결과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중국산 미역이 실제로 100% 국내산 미역으로 둔갑해 판매가 돼 왔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당 내용을 알리지 않은 점은 일부 소비자들에게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다가온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믿었던 갓뚜기의 배신’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나아가 불매운동의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주부들이 다수 활동하는 ‘맘카페’ 등에선 미역을 이유식 등의 식재료로 사용하는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비판과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자 오뚜기 측은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에 나서는 등 사태 진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선 상황이다. 이강훈 오뚜기 대표이사는 최근 공식 사과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전액환불 내용을 알리고 사과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뚜기에 미역을 공급하는 3개 업체 중 1개 업체가 원산지 표시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며 “명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으나 고객 불안감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제품을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뚜기 옛날미역’과 ‘오뚜기 옛날자른미역’ 중 제조일자 표시에 F2가 표시된 제품”이라며 “가정에 보관하고 있는 제품은 전량 환불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 같은 사과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오뚜기는 늑장 논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와 거래를 바로 중단했으나, 직접 제조한 제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수사 중인 만큼 소비자에게 섣불리 알릴 수 없었다는 것. 더욱이 자체 조사결과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우리는 선의의 피해자”라며 “해당업체도 중국산 미역을 혼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아직 밝혀진 게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물류 과정 등에서 중국산 미역 혼입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카더라’식 제보만 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오뚜기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 불안을 호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회수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 발판 삼아 논란 회자
‘흑뚜기’ 언급, 신뢰도 타격


중국산 미역 혼입 관련 의혹으로 인한 품질 논란이 거세진 상황에서 일부 소비자들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 시선을 옮기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논란된 함 회장에 대한 불법, 탈세 의혹도 다시금 회자되기도 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탈세 혐의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 대상에는 함영준 회장과 이강훈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오뚜기를 ‘갓뚜기’라고 언급한 당시 이에 대한 풍자글을 게시해 주목 받은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재차 일침을 가해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이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내가 뭐랬습니까? 착한 회사 갓뚜기 이제 중국산 미역 파니 나쁜 회사 흑뚜기인가요?”라고 운을 떼며 “2017년 7월 평소에 기업 소유-지배, 거버넌스 시간에 가르치던 내용과 너무 다른 중견회사 하나가 ‘갓뚜기’라며 청와대에 초청되고 주가가 뛰었다”며 “청와대가 고용과 관련해 오뚜기를 모범으로 재계를 압박한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해 글을 하나 적어 올렸었다”고 언급했다.

그간 함영준 회장은 마트 시식사원 등 모든 직원 100% 정규직 고용, 라면값 동결, 상속세 성실 납부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호감도를 올린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중국산 미역 혼입 관련 의혹으로 그간 높았던 브랜드 신뢰도에 대한 타격을 온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반응이 양분된 상황인 만큼 향후 어떤 결과를 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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