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쫓는 기업들에 보는 투자자도 움찔...‘투자’와 ‘투기’ 사이

자료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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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등락의 반복 끝에 최근 개당 7000만 원선을 돌파한 대표 가상통화(암호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비트코인이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따른 긍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여전히 단순 ‘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정적 견해도 상당하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온도차, ‘투자’와 ‘투기’ 사이를 오가는 이견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그간 이어온 전통 경제학적 접근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중시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데 한 뜻을 모으고 있다. 


- 금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기대감 증폭
- 지불 수단, 부의 저장 메커니즘으로의 실용성? ‘글쎄’



‘온국민 투자 붐’은 주식시장의 동학개미운동에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 모은 ‘영끌’이나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가 성행하더니, 이제는 ‘채굴’을 통한 투자에 발을 담그는 이들도 상당하다. 기존 생소하던 블록체인의 개념은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가상 화폐 비트코인의 유명세로 한층 가까워진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018년 비트코인 열풍의 시기를 ‘과도기’로 표현했다면, 이제는 ‘성숙기’를 지났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헷지 수단으로 부상?
“연내 22만 달러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내 2억 원을 넘길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경제방송 카이저리포트의 진행자 맥스 카이저 가상통화 투자 전략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부양책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손실 위험 방지(헷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더욱 부상해 연내 22만 달러(약 2억500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그는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7만7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또다른 일각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도입되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가 ‘화폐’의 기능은 약해지더라도, 금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행보도 투자자들의 결정에 한 몫을 더하는 듯하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실리는 부분은 모건스탠리의 사례다. 미국의 주요 은행 중에서는 첫 시도인데 모건스탠리가 고액의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펀드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내부 메모를 통해 고액 자산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물론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갖춘 투자자들만 해당 펀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으로, 모건스탠리에 맡긴 자산 규모가 최소 200만 달러를 넘어야 한다. 모건스탠리가 투자하게 될 펀드는 갤럭시 디지털 펀드와 갤럭시 인스티튜스널 비트코인 펀드, FS NYDIG 셀렉트 펀드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 구제 계획’인 초대형 경기부양 법안에 서명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에 따라 미국 성인에게 1인당 1400달러(약 159만 원)의 재난지원금(총 4100억 달러·약 465조 7600억 원)이 지급되는데, 이중 일부가 가상화폐 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란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한때 비트코인의 가격은 물론 대체코인,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인 이더리움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높은 위험 조정 수익 창출”
중국‧인도 등 전세계 주목


미국 내에서도 비트코인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존재한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비트코인의 작고 더러운 비밀(Bitcoin's dirty little secret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순전한 투기용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소수가 비트코인의 9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조언이다.

BofA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상품·파생 담당 전략가는 “비트코인은 주식 및 상품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으며, 달러 및 미국 국채에 대해선 중립적이거나 약간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보다는 심지어 주식이 인플레이션과 더 많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비트코인은 인플레 헷지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소유권 집중과 제한된 공급으로 인해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조정 수익을 창출해왔다며, 궁극적으로 이런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지불 수단이나 부의 저장 메커니즘으로 실용적이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미국 외에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은 고조된 분위기다. 중국기업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중국 시장 내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인도는 가상화폐를 보유한 사람에게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상황으로 ‘인도발 악재’로 언급되곤 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은 해당 법안을 지지하고 있어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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