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여야 정치권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차기 당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4.7 재보선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는 달리 여의도 시계는 벌써부터 여야의 차기 당권의 향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여야 차기 당 대표의 역할은 그야말로 막중하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다선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기 당 대표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간 3파전 구도가 유력하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진석 홍문표 조경태 의원의 출마설과 더불어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무성 전 대표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송영길 의원, 뉴시스
송영길 의원, 뉴시스

-  포스트 이낙연 누구? 송영길·우원식·홍영표 3파전 구도
- 국민의힘, 재보선 성적표 및 김종인 추대론 여파에 유동적

민주당은 서울시장 보선 결과가,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여부가 차기 당권경쟁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수면 아래 여야의 차기당권 경쟁은 조기 과열 양상이다. 이는 오는 2022320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차기 당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대선경선의 공정한 관리와 대선승리를 위한 주도적 역할은 물론 더 나아가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쥘 수 있다.

게다가 4.7 재보선 이후에는 결과에 관계없이 당 체제정비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여야 모두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는 차기 주자들의 당내 세력판도까지 간접적으로 점쳐볼 수 있다. 4.7재보선 이후 급물살을 타게 될 여야 차기 당권경쟁의 이면과 내막을 들여다봤다.

차기 당대표 대선관리 및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이후 거대 여당을 이끌어왔던 이낙연 대표가 대권도전을 위해 물러나면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이후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가덕도 특위위원장을 맡아 4.7 재보선 승리를 진두지휘한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대선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차기 대선이 오는 202239일 열리는 만큼 이 대표도 민주당 당헌에 따라 1년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이낙연 대표의 부활 여부, 정세균 국무총리의 차기 도전설 등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당권에 시선이 쏠린다. 민주당은 지도체제 공백 해소와 대권승리를 견인할 차기 당 대표를 오는 5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예정이다. 하마평에 이름을 올린 이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홍영표 의원이다.

벌써부터 치열한 3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5선 중진인 송영길 의원, 4선 중진인 우원식, 홍영표 의원은 당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면서 지지세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송 의원은 인천시장을 지낸 풍부한 정치적 경륜, 홍 의원은 친문 지지층의 폭넓은 지지가, 우 의원은 분명한 개혁성향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이 강점이다. 당권주자 3인방은 역대 전당대회에서 강력한 위력을 보여준 당내 최대 주주인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며 노력 중이다.

이야기 나누는 우원식, 홍영표 의원. 뉴시스
이야기 나누는 우원식, 홍영표 의원. 뉴시스

우선 송 의원은 당내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맏형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인영 의원이 통일부 장관,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 임종석 전 의원이 문재인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활약한 만큼 86그룹을 중심으로 우군을 확보하면서 대의원 표심을 훑고 있다. 송 의원은 앞선 전당대회에도 출마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당권도전에 성공한다는 각오다.

홍영표 의원은 대선경선의 공정관리를 명분으로 당권도전에 나설 태세다. 특히 민주주의 4.0’ 모임을 비롯한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공략한다는 의지다. 초대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지내면서 민생개혁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우 의원도 당권도전 의지를 내비치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도전을 고민했던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당권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대 변수는 역시 서울·부산시장 보선 결과다. LH사태에 따른 민심이반과 윤석열 변수의 등장으로 선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당권주자 3인방도 차기 당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보선 참패가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 차기 당권구도가 바닥에서부터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핵심은 서울시장 보선 승패다. 박영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당 최대 주주인 친문진영이 유리할 수 있지만 패배할 경우 보선패배 책임론이 속출하면서 비주류의 쇄신 목소리가 분출할 수 있다.

정진석·홍문표·조경태 등판설속 김무성·나경원 변수

국민의힘은 차기 당권경쟁은 더 치열하다. 비대위 체제가 1년 가량 지속되면서 피로감이 큰 데다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와의 오랜 악연 탓에 김 위원장이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방해꾼 역할을 했다는 비토론 속에서 김무성·이재오·김문수 등 중진인사들은 전면에 나서 김종인 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할 정도다. 김종인 저격수로 활약해온 장제원 의원 역시 김 위원장의 망언과 단일화 방해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당을 망치고 선거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다선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차기 당권 하마평이 끊이지 않아왔다.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들어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임시 지도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전권을 휘두르면서 이를 탐탁지 않기 여기는 당내 여론 또한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4.7재보선 이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권을 둘러싼 물밑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한둘이 아니다.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꺼리고 있지만 수면 아래 물밑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일부 인사들의 경우 지난해부터 주변에 당권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지원사격을 호소하면서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는 후문이다. 5선의 정진석·조경태 의원, 4선의 홍문표 의원, 3선의 윤영석 의원이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또한 김종인 위원장과 투톱으로 호흡을 활약해온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당내 역학관계에 따라서는 차출설이 제기될 수 있다. 또 권영세, 서병수 등 중진 의원들의 출마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아쉽게 탈락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등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국민의힘 당권경쟁 과정에서 김무성 역할론도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정치적 휴지기를 갖고 있지만 원외 비박계의 구심점으로 김무성 전 대표의 영향력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초재선 의원들의 거부감과 김 전 대표의 지나친 올드보이 이미지 때문에 직접적인 당권도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김 전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 확보 차원에서 차기 당권 킹메이커 역할에 나설 경우 상당수 당권주자들이 김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견나누는 정진석, 조경태 의원. 뉴시스
의견나누는 정진석, 조경태 의원. 뉴시스

서울·부산시장 싹쓸이 승리시 김종인체제 유지

다만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경쟁은 다소 유동적이다.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싹쓸이할 경우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라는 큰 무대를 진두지휘하기 위해 당 안팎의 주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휘둘리는 약체 당 대표가 탄생할 경우 대선관리의 공정성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더구나 김종인 위원장은 현존 정치인 중 여야를 넘나들면서 대선, 총선 등 큰 판을 이끌고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실적이 있다. 2012년 대선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레임덕 논란으로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이 쉽지 않았지만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승리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이었다.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민주당이 최악의 위기에 접어들었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당시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201719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김종인 위원장의 효용가치는 여전하다는 당 안팎의 여론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대선경선을 공정 관리할 책임자라는 당론이 모아질 경우 비대위원장으로서 대표 임기를 사실상 연장할 수 있다.

홍문표 의원, 뉴시스
홍문표 의원, 뉴시스

물론 김 위원장은 재보선 이후 승패와 무관하게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러 차례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여의도에서 사라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던 20~30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차기 당 대표에 추대됐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의 최근 화제가 됐던 SNS 글을 공유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지인이 보내온 글을 실수로 공유했다고 해명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은연 중에 속내를 노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모든 건 선거결과에 달려있다. 특히 부산시장에 이어 서울시장 선거까지 싹쓸이한다면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치욕적인 20대 총선참패를 뒤집고 재보선 승리를 이끌면 역시 김종인구나이라는 여론이 올라갈 수 있다. 더구나 차기 대선을 위해서는 중도층 외연확장이 필수적인 만큼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추대여론이 세를 얻을 경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사실상 물건너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을 둘러싼 전투는 물론 여야 각당 내부의 파워게임이 불을 뿜는 대선국면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공정하고 권위있는 중재자라면서 여야의 차기 당 대표가 대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정치적 체급의 추가 상승은 물론 차기 리더의 이미지도 굳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대선국면에서 당 대표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마평에 이름을 올린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재보선 이후를 내다보며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재보선 이후 차기 당권을 둘러싼 여야 내부의 대진표가 마무리되면 정치적 미래를 모색하는 여야 거물들의 격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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