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지난 민주당 당 대표 선거 당시 ‘이재명-김부겸 연대설’이 나왔다. 당내 주류는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에 맞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이 전 총리를 맹추격하던 때였다. 

당시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비공개로 면담을 가졌다. 비공개 대화에서 경기도에서 처음 정치를 시작한 점과 함께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언급하며 친밀감을 높였다. 이 지사는 경북 안동, 김 전 장관은 경북 상주가 고향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지사와 김 전 장관이 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 명은 대권을, 한 명은 당권을 두고 이낙연 의원과 맞섰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연대설의 배경이 됐다. 실제로 당 대표 선거에서 이 지사측 사람들이 김 전 의원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당 대표 선거전에서 “노무현.문재인 정신 계승‘을 강조하면서 친문 그룹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났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두문불출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세균 총리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친문 주류 분위기는 김부겸 총리론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는 이 전 총리가 당 대표에 올랐지만 ‘박근혜-이명박 사면설’을 제기하는 등 악수를 둬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 지사는 여당내 유력한 대권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반문.비주류 이미지’를 벗기위해 지금까지도 친문 주류에 뜨거운 구애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친문 주류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친문의 구애를 두고 동병상련에 빠진 두 인사는 LH 사태를 겪으면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김 전 의원은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일자 변창흠 국토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친문 강경파들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중수청 설치에 대해 ‘속도 조절론’을 주장했다. 그러자 친문 강경파 진영에서는 김 전 의원이 제3의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전직 장관출신으로 현 정부 장관에 대해 사퇴를 주장하는 것에 못마땅해 했다. 

이 지사는 ‘LH 사태 폭로 배후 조정자’로 지목되면서 음모론에 빠졌다. 이 지사는 LH 직원 투기 의혹이 터지자마자 곧바로 ‘엄벌’ 메시지를 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는 꿈도 못 꿀만큼 엄벌해야 한다”며 “경기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낱낱이 조사하고. 적발된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전원 직위해제 외 중징계는 물론 예외 없는 형사처벌 조치에 나아갈 것”이라고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친문 강경파에서는 LH 사태가 커질수록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친문 주류의 입지가 줄면서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이 지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이 지사는 직접 나서 ‘지상최대의 이간계’로 하소연했다.

친문 강경파들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시간이 많이 흘렀고, 민주당에서 지지율 1위를 달려도 두 인사를 ‘자기사람’이나 ‘주류’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대단한 착각이자 오만이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내 몇 안되는 합리적인 대권 잠룡으로 보수.진보를 비롯해 중도층을 끌어안을 유일무이한 인사다. 이 지사 역시 탄탄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합리적 영남 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플러스형’ 정치인이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비주류가 아닌 신주류다. 이제는 친문 강경파들은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문 대통령 퇴임후 불 후폭풍을 두려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신세로 전락하기전에 두 인사를 ‘적’이 아닌 ‘아군’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들이 작정하고 적으로 보기전에 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